투자자/투자일기

기업분석/ 티씨케이(064760) #01 - 투자아이디어

나그네_즈브즈 2022. 11. 3. 11:37

0. Introduction


티씨케이는 반도체 공정 소모품을 만드는 회사다. 메모리반도체를 식각할 때, 챔버 안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잡아주는 포커스 링이라는 소모품을 SiC 코팅 기술로 만든다. 내가 반도체 업종에 속한 기업을 들여다보게 되다니.

스스로도 놀랍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연간 15% 이상의 EPS 성장을 꾸준히 해내는 종목을 추려내면 에스제이그룹과 티씨케이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리서치 하는 데에 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주요했다. 재무상태는 너무 깨끗해서 들여다 볼 여지 자체가 남아있지 않고, 매출액의 80%가 SiC 링에 집중되어 있으니 여러 사업을 두루 검토할 필요도 없다. 투자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 특허침해와 업황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훼손
  • 보수적인 경영진의 시설투자 발표

1. 투자심리 훼손



SiC 링은 티씨케이가 개발한 제품이다. 기존 실리콘 포커스 링에 비해 열에 잘 견디고 마모도 적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더 비싸더라도 티씨케이의 제품을 이용했다. 영업이익률이 30%를 넘겼다.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2019년 디에스테크노가 만든 SiC 링에 대해 티씨케이가 제기한 특허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2021년 4월 애매한 판결을 내놨다. 시장은 이를 티씨케이의 ‘일부 패소’로 받아들이고, 기술장벽과 독점력 그리고 고수익성의 인수분해를 예상했다.

같은 해 10월 2심 재판부의 똑같은 판결이 나왔다. 그 사이 잔치가 끝나고 반도체 업황은 얼어붙었다. 티씨케이 주가는 2021년 4월 247,800원에서 2022년 10월 101,500원으로 59% 하락했다.



근데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하나머티리얼즈나 케이엔제이가 SiC 링을 만들게 된 후로도 티씨케이의 점유율과 마진은 훼손되지 않았고, 특허에 대한 액션을 통해 티씨케이의 입장을 비춰보면 이들의 지위가 흔들리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이 동네의 경쟁 역학에 대한 의견은 learn to earn님의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다. 요약하자면 각자 노는 물이 다르다는 얘기다.

[티씨케이(064760)] 인뎁스 분석 : 독점적 지위는 훼손되지 않았다.(스압주의)

티씨케이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다. 그동안 어떠한 종목을 투자하면서 주요 투자 포인트나 리스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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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엔제이는 삼성이나 SK 같은 칩 제조사에 직접 납품하는 애프터마켓 플레이어라 동반 성장하는 SiC 링 분야라 보는 게 맞다. 고품질 SiC 링을 글로벌 장비 업체에 납품하는 비포마켓 안에서도 하나머티리얼즈는 티씨케이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디에스테크노와의 특허분쟁이 미칠 파장은 제한적이라는 티씨케이의 입장 발표는 허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티씨케이가 SiC 링에 대해 가진 특허는 50여 개라고 한다. 그 중 하나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17개의 쟁점 가운데 SiC 소재특성을 제외한 9건의 제조기술은 모두 고유성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항소를 제기한 쪽이 티씨케이가 아니라 디에스테크노였고, 같은 건으로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한 것도 그쪽이었다. 2심 결과가 나온 뒤에도 티씨케이 쪽에서는 항소할 생각이 없었다. 이긴 사람은 원래 억울할 이유가 없다.

같은 결과를 두 번 받았는데, 디에스테크노 쪽도 이번에는 반응이 없다. 입장이 달라졌단 뜻이다. 이 결과가 티씨케이의 패소라면 디에스테크노는 1심 직후에 항소를 제기하거나 다툼을 특허심판원으로 확전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이기지 못했고, 두 번째 꿈틀거려봤자 상황이 달라질 견적이 보이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짙다.

옳은 판단이다. 티씨케이가 만든 SiC 링의 핵심은 노즐을 여러 개 활용한 다중 분사 코팅에 있고, 이 특별한 제조기술은 훌륭한 품질뿐만 아니라 높은 수율도 약속하기 때문이다. 패기로 덤빈다고 쉽게 부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같은 현상을 보면서 시장과 내 생각이 다르니 내기는 성립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업황이 돌아올 때까지 티씨케이의 영업이익률을 따라가보면,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드러나게 된다.

2. 보수적인 경영진의 시설투자 발표



티씨케이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진은 도카이 카본이라는 일본 기업이다. 빨간색 막대와 노란색 커브를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들이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지만 증설을 하더라도 가동률과 수익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에도 매출은 계속해서 자라났다.

그런 분들이 올해 4월과 5월 증설계획을 공시했다. 수요가 좋아질 걸로 내다본다는 뜻이다. 내가 반도체 업황에 정말 젬병인데, 이것도 인간지표라고 한다면 꽤 믿어도 될 것 같다.

덤으로, 고순도 흑연은 일본에 월클 플레이어들이 몇 있는데, 티씨케이의 모회사인 도카이 카본도 그 중 하나다. SiC 링의 핵심 원재료를 품질 면에서나 가격 면에서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티씨케이는 SiC 웨이퍼나 Si 도핑 배터리 음극제(는 보통 흑연 베이스) 쪽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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