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린치 뜯어읽기 시리즈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오롯이 우려먹기 위한 순전히 나의 개인적 노트이다. 이 책에서 내 마음대로 느끼는 피터 린치의 메시지를 너덧 개의 꼭지로 추려서 원문을 마구 인용한 다음 내 생각을 밝혀둘 것이다.
나중에 또 무슨 변덕을 부릴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다음과 같이 주제를 나눠두는 바이다. ▲야너두(투자아이디어), ▲완벽한 종목들, ▲확신이 필요해(사실수집), ▲포트폴리오 관리. 나처럼 경험이 적은 투자자는 보유 중인 회사에 별일이 없을 땐 경전[?]을 반복해 읽으며 멘탈을 체화시켜두는 게 그나마 보람있는 편이다.
지난 글에서 강조했듯, 주식을 올바르게 보유하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확신을 가지려면 회사에 대해 조사하며 사실을 수집해야 한다. 이번에는 피터 린치가 소개하는 그 구체적인 방법들을 정리해 두려고 한다.
피터 린치는 12장 “사실을 수집하라”에서 연차보고서를 읽으라고 권한다. 보고서에서 찾을 수 없는 정보들은 주식중개인에게 묻기, 회사에 전화하기, 회사 방문하기, 대표자 만나기, 고객 만나기를 통해 얻으라고 조언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개인투자자에게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생략하면 연차보고서 읽기와 전화하기, 고객 만나기 정도가 남는다. 열거의 순서를 거꾸로 해서, 피터 린치의 설명을 인용해 보겠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건 피터 린치가 이 책의 첫 번째 챕터에서부터 줄곧 강조해왔던 방식이다.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면 해당 비즈니스의 성패를 실적 발표에 앞서 미리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일반 독자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는 팬티스타킹, 소매의류, 대형마트, 편의점, 도넛가게, 프랜차이즈 음식점, 모텔 체인점 등의 예를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논리를 확장해서) 어떤 고객에게 접근할 수만 있다면 그 투자자는 시멘트, 의료기기, 포장지, 섬유 회사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캐럴린이 슈퍼마켓에서 레그스를 발견하고 내가 부리토를 먹어보고 타고벨을 발견한 이후로 나는 상점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체험하는 일이 기본적인 투자 전략이라고 줄곧 믿고 있다. 물론 빌드너스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이것으로 핵심 질문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토리를 개발할 때는 제품의 실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나는 주차한 크라이슬러 미니밴이나 포드 토레스에 운전자가 타고 있으면 어슬렁거리며 다가가 질문을 던진다. 차가 마음에 드시나요? 보유 기간이 얼마나 되시나요? 다른 사람에게 권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들은 대답은 100% 긍정적이었는데 이는 포드와 크라이슬러에 좋은 징조다. 그 사이에 캐럴린은 매장 안에서 리미티드, 피어 원 임포츠, 맥도날드의 새로운 샐러드를 분석하느라 바쁘다.
내가 자동차 제조사의 직원이라면 어느 부품사가 믿을 만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들이 어떤 아이돌 그룹의 골수팬이라면 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고객에게 매일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아들이 어떤 게임에 푹 빠져 있을 때에도 당신은 그 회사의 고객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그 재화의 효용에 만족하는지 확인하라. 고객들은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돈을 쓴다. 기업은 매출을 거둘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뒤늦은 실적 발표를 기다리지 않고도 ‘마음이 놓인다’
투자자가 회사에 전화하는 것은 유난떠는 게 아니다. 기초적이고도 필수적인 사실수집 방식이다. 복숭아라든가 신상 코트, 중고 자동차, 세탁소나 치킨 가게 또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처럼 구입할 자산에 대해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화할 생각을 도무지 하지 않는’ 다른 아마추어 투자자들에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회사에 전화하기 전에 질문을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첫마디부터 “주가가 왜 내려갑니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 없다. 주가가 내려가는 이유를 묻자마자 당신이 초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므로 회사는 당신에게 진지한 답변을 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대개 회사도 주가가 내려가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익도 좋은 주제가 되지만 회사에 “이익을 얼마나 낼 예정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는 낯선 사람에게 연봉을 묻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질문은 미묘하고도 간접적인 형식이 되어야 한다. “회사의 내년 이익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추정치는 얼마입니까” 이제는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미래 이익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애널리스트들조차 추정치가 천차만별이며, 회사들도 이익이 얼마가 될지 확신할 수 없다.
많은 일이 그렇듯, 처음이 어렵지 자꾸 해보면 점차 편안하게 해낼 수 있게 된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회사 IR담당자와 통화하는 요령을 참고할 수 있다. 키워드는 세 가지다. 무례하지 않게, 성실한 답변을 받아내서, 그 정보를 회사의 가치와 잘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의 ‘아는 선배’에 출연해 “몰라서 물어볼 때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모든 증거를 확보한 다음 소환 조사에서는 사실 여부만을 확인받는 (정중한) 검사처럼 임하려면, 최대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과 같이 당신이 직접 조사했음을 보여주는 질문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다. “지난 연차보고서를 보니까 부채가 5억 달러 감소했더군요. 추가 부채 감축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단지 “부채 문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라고 묻는 것보다 더 진지한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
회사에 전화해서 얻어낸 정보들을 받아들일 때, 적절한 마음의 여과기도 필요하다. 책에서 피터 린치는 “따라서 당신이 IR팀에 전화를 건다면 그들이 하는 말이 정확하다고 전적으로 믿어도 좋다. 다만 이들이 사용하는 수식어는 천차만별이다. 같은 현상을 놓고도 회사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라고 이야기한다. 직접 겪어봐도 그렇다. 업종마다, 회사마다,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도 통화하는 사람마다 뉘앙스가 다르다.
연차보고서(우리나라의 경우 사업보고서)는 중요하다. 회사에 대한 ‘모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것’들은 여기에 담겨 있다. 같은 보고서라도 여러 차례 뜯어읽다 보면 퍼즐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개략적인 그림을 이루게 된다. 그 중에서 확인이 필요한 퍼즐, 내부자가 아니면 채워줄 수 없는 조각들만을 간추려서 회사에 질문한다.
사업보고서에서 얻는 정보에는 주로 비즈니스모델, 주주 구성, 임직원 현황, 대표 이사의 의견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 오브 핵심은 단연 재무제표라고 할 수 있다. 철 지난 숫자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사업이라는 본질’을 짐작하는 데에 이 정보들이 그림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피터 린치는 12장의 마지막에서 재무제표의 몇 가지 중요한 숫자들을 훑어보는 요령을 소개한다. 현금성 자산에서 장기부채를 차감하면 주당 순현금을 계산할 수 있다. 재무상태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가치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핵심 제품의 매출비중, PER, 이익 성장률, 배당, 장부가치 등 중요한 나머지 숫자들에 대해서는 13장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나, 이 영역은 다분히 기술적이어서 원문을 그대로 간직해두고 싶은 울림이 있지는 않으니, 이 정도로 생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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