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도 바빠지던 차에 2분기 실적 발표에 맞추어 노바텍 기업분석의 ‘숫자들’ 편을 작성하려던 참이었다. 사실은 맨 처음 이 종목을 퀀트적인 방식으로 스크리닝 해냈기 때문에 ‘숫자들’ 편을 포스팅하는 것이 투자 아이디어를 중복 설명하는 느낌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재방송을 하자면,
노바텍은 ROE가 높고 배당성향이 낮아서 주목하게 됐다. 주주에게 배당하는 몫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회사에 유보되는 ROE는 장기적으로 주주 자본의 수익률이 수렴하는 값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그렇다는 게 문제다. 아주 오랜 시간 ROE가 유지되려면 경제적 해자가 필요하고, 노바텍은 GPM도 높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쉽다. 보고서를 모두 펼쳐놓고 재무제표를 엑셀에다 베껴 넣으면 된다.
매년 지배기업의 기초 자기자본과 당해 이익잉여금의 증감을 기록하면 ROE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GPM은 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백분율로 계산하면 된다. 상장 초기 기업의 자기자본은 유상증자 등의 이벤트에 따라 납입자본과 자본잉여금이 빠르게 늘며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바텍은 규모에 어울리는 속도로 이익잉여금을 쌓아왔다. 현재까지는 ROE가 15~50% 사이에서 움직였다.
(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이익잉여금의 증가분은 그 자신이 포함된 지배 자본총계를 늘린다. 분모가 늘어난 비율만큼 분자가 ‘성장’해주지 않으면 비율은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노바텍처럼 ROE가 유지된다는 것은 자본총계와 순이익이 성장세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변수가 가변적이고 평균 회귀적이지만
매출총이익률은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을 보이고
하락 속도도 의미있게 빠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높은 매출총이익률은 장기적인 성과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요소다.
매출총이익률의 회복력은 회사를 일정 수준의 성과에 묶어 놓는다.
매슈 배리, 「100배 주식」(크리스토퍼 메이어) 중에서
경제적 해자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다. 매출총이익률이라는 기준으로 짐작해보는 것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런 수단이 있다는 점이 위로는 될 수 있다. 그 위로에 따르면, 노바텍의 수익력은 다른 제조기업에 비하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짐작컨대 그 원동력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지난 ‘읽을 거리’ 포스팅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디테일들을 들여다보며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설령 사업 상황이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ROE가 유지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있다. 노바텍의 창업자이자 경영자는 자기주식 취득이라는 수단을 곁들일 줄 안다. 이렇게 하면 배당으로 인한 출혈을 피하면서도 ROE 유지와 주주환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자기주식 취득에 따라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면 당기 EPS가 늘어난다. 이 효과로 인해 (당기EPS÷전기BPS)로 계산되는 ROE는 자기주식 취득이 없었을 시나리오에 비해 증가한다. 오춘택 대표는 올 여름에도 약 66억 원을 들여 20만 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했다. 1,037만 주에서 20만 주 줄어드는 효과가 대단치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오춘택 대표와 경영진이 틀어쥐고 내놓을 리 없는 587만 주를 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450만 주 가운데 20만 주, 4.4%가 사라졌다.
잠재적으로는 향후 430만 주를 더 살 수 있다. ▲회사에 여유자금이 있고 ▲자신의 내재가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판단될 때, 노바텍이 유통주식 수를 줄여나갈 가능성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남아있다.
오춘택 대표가 노바텍의 규모와 실적을 ROE의 복리로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남게 된다. ▲자본 배치, 그리고 ▲최대 시장규모에 관한 이야기다.
첫째, 배당이 유보된 이익잉여금 추가분을 기존 사업에 계속 재투자할 수 있는가? 100억 원을 A라는 사업에 투입해 20억 원을 벌었다고 할 때, 늘어난 자본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기록될 ROE는 달라진다. 무엇이든 넣은 것을 1.2배로 불려주는 기존 사업에 20억 원을 더 투입할 수 있다면 자본은 (120억 원에서 24억 원 늘어난) 144억 원이 되고 ROE는 24÷120에 의해 20%로 유지된다.
하지만 100억 원이 사업에 투입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20억 원의 이익은 조심스럽게 연 2% 이자를 약속하는 은행 계좌에 넣어둔다면 어떨까. 기존 사업에 들어간 100억 원은 변함없이 20억 원의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은행에 맡겨진 20억 원은 0.4억 원의 이자를 벌어다 준다. 이익은 통틀어 20.4억 원이고 ROE는 20.4÷120에 따라 17%로 낮아진다.
땅을 사고 공장을 짓고 기계를 설치하고 원료를 매입하고 종업원을 고용해서 차폐자석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사업에, 하고 싶다고 해서 무한정 투자를 할 수 있지는 않다. 수요가 더 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근무조를 더 고용하거나 원재료를 더 매입하고, 라인을 더 깔 고 또 공장을 더 지어봤자, 쓸데없이 악성 재고만 왕창 늘릴 뿐이다. 그럴 경우 배당하고 남은 순이익은 겨우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있기가 쉽다.
기존 사업이 수익력을 유지하면서 남겨둔 현금성 자산의 가치가 크게 뛴다면 다행이다. 노바텍은 그래도 감가상각되는 규모 이상으로 유형자산을 더 취득하고 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나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더 많은 자본을 주식과 채권에 넣어두고 있다. 유가증권의 시장 가격이 ROE만큼 올라주는 일은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2022년 2분기에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애써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다 깎아먹었다.
둘째, 지속적인 복리 성장을 수용해 줄 대규모 시장이 존재하는가? 사업해서 번 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했든 뭘 어찌했든 꾸역꾸역 ROE를 유지했다고 치자. 그래도 이 문제는 남는다. 알다시피 복리 성장이 지속되면 성장규모는 몰라보게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25% 성장이 21년 거듭되면 사업은 108배가 된다. 현기증이 나는 숫자다. 하지만 차폐자석을 지금보다 100배나 더 팔아줄 고객이 있는가?
삼성전자가 외계인을 고문해서 전 세계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을 혼자 꿀꺽해도 노바텍 매출이 지금보다 10배 커질 수는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결국 휴대폰 무선충전기, 차량용 MPS, 이차전지 탈철모듈 중에서 새로운 ‘주요 매출처’로 성장해 줄 복권이 나타나야 한다. IR담당자는 아직은 레퍼런스로 초도 납품해 반응을 보는 단계라고 조심스러워 한다.
그러나 과거 【스마트폰 커버 – 태블릿 북커버 – 태블릿 부품 – 폴더블폰 부품】으로 이어진 사업영역 확장도 각 단계별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씩 걸렸다. 내게 들린 선택지는 둘 뿐이다. 현재 기준으로 Total Addressible Market이 작으니 100배 주식이 될 수 없는 노바텍을 매각하거나, 잠재적인 미래 TAM을 뚫어내고 넓혀나갈 수 있도록 경영진을 믿고 기다려주거나. 잘 안되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답답하고 크게 손해보는 사람은 오춘택 대표일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 순서로, 큰 의미는 없지만, 올해 가이던스를 추정해보는 성의는 보여 놓고 포스팅을 마칠까 한다. 갤럭시탭 S8 시리즈로 가는 차폐자석과 북커버 심재 매출과 8월 출시된 4세대 폴더블폰에 사용될 차폐자석 매출을 조합해 봤다. 삼성전자는 대기업이고 출하량 정도는 인터넷 어딘가에 있을 테니 우리는 ASP부터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노바텍 사업보고서는 크게 친절하지 않아서, magnet과 심재 각각의 매출액과 생산개수만을 기재해 준다. 판매개수를 알려면, magnet과 심재 각각의 기초 재고개수와 기말 재고개수를 파악해야 한다. 기초 재고개수 + 생산개수 = 판매개수 + 기말 재고개수 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개수 = 생산개수 + (기초 – 기말 재고개수) 가 된다.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하겠어서, 기초 제품재고자산과 기말 제품재고자산이 최대한 엇비슷한 시기를 찾았다. 2021년 6월은 폴드3와 플립3도 출시되지 않은 시점이다.
물론 이 ‘제품재고자산’에는 magnet과 심재가 어떤 비율로 섞여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magnet과 심재 재고에 모두 큰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것이다. 이 시기에는 제품별로 생산개수가 판매개수와 거의 비슷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magnet은 118,115,000개를 생산(≒판매)해서 29,503,000,000 원을 받았으니 개당 250원 꼴이다. 물론 이마저도 일반자석과 차폐자석이 혼합된 거겠지만, 이렇게 정신승리 할 수밖에. 심재는 3,573,000 개를 생산, 아니 판매해서 10,822,000,000 원의 매출이 났다. ASP는 3,030 원이다.
2022년 갤럭시탭 S8 시리즈는 파생모델들을 모두 더해서 410만 대 출하될 예정이다. 여기에 S7 시리즈에 대한 이연된 수요까지 고려해 총 수요를 600만 대로 잡았다. 태블릿 하나당 magnet이 평균 24개 사용된다고(S7보다는 늘었다) 보고, 정품 북커버에는 심재가 5개 필요하다고(테두리, 주름 2곳, On/Off용, S펜 보관용) 가정했다. 태블릿향 매출은 600×(0.025×24+0.303×5) = 1,269억 원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폼팩터의 대중화를 위해 폴드4와 플립4를 공격적으로 보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생산규모를 3세대의 2배인 1,500만 대 선으로 내다봤다. 노바텍은 듀얼벤더이니까 담당 생산량을 700만 대로 가정하고, 폴드4:플립4의 비율이 1:2라고 하자. 폴드4에 magnet이 8개, 플립4에는 6개 들어간다. 따라서 8×(1/3)+6×(2/3)을 계산하면 폴더블폰 1대당 평균적으로 magnet은 6.67개 납품된다. 따라서 폴더블향 매출액은 700×0.025×6.67 = 117억 원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기타 매출은 거의 무시할 만하다고 보면, 2022년 노바텍의 매출액은 1,386억 원이 될 것 같다. 매출액은 매번 기초 자기자본(2022년 1,175억 원)보다 조금 더 높았던 것에 비춰보면 그럴 듯하다. 상반기에 기록한 30%의 영업이익률이 유지된다고(최근 3년은 연간 영업이익률이 35%, 상반기는 30%) 보면 1,386×0.3 = 416억 원이 영업이익으로 남는다.
상반기에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평가손실과 처분손실이 40억 원이었는데, 금융시장 냉각이 그나마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가정해서 증권으로 인한 손실액을 온기로 60억 원이라고 하자. 그렇게 남은 356억 원을 법인세차감전이익으로 보고, 세율 0.2를 제외해주면 285억 원을 당기순이익으로 얻는다.
지금 시가총액이 3,110억 원이므로, 굳이 이름 붙이자면 6M FW P/E는 10.9배로 계산된다. 반기순이익이 90억 원에 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285억 원도 불투명하다. 그렇게 보면 현재 가격마저도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7.5배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으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21,000원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2022년 기초 지배지분 자기자본이 1,175억 원이었으므로 순이익 285억 원이 적용되면 ROE는 24.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으로 최소 235억 원 이상을 해주면 ROE 20%는 지킬 수 있다. 한해 쯤 미끄러진다고 당장 투자를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시장 때문에 손실이 났다면, 시장 때문에 이익이 인식되는 날도 올 테니까.
2023년에 갤럭시탭이 S9 시리즈를 내놓을지는 모르겠다. 평가손실이 난 금융자산이 ‘처분이익’으로 바뀌며 현금을 재창출하고, 생산라인에 투자가 이루어져서 외주가공비 지출을 줄여야 사업이 기존의 궤도를 회복할 수 있다. 새로운 매출처가 의미있는 실적으로 찍히는 건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포스팅하려고 분석하는 것뿐이지, 10년 넘게 동행할 기업을 이렇듯 분기마다 분석하는 게 부질없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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