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기업분석/ 에스제이그룹 #05 - 2Q22 실적과 3년 밸류에이션

나그네_즈브즈 2022. 8. 26. 16:53



즐거움과 설렘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식투자 스터디에서 소개할 발표자료를 준비한 김에 오랜만에 에스제이그룹 현황을 체크해 봤다. 2021년 8월에 처음으로 매수한 이후 네 차례의 실적발표 때마다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공언했던 대로 새 브랜드 팬암을 론칭했다.

구매 후기는 물론이고 이 신생 브랜드를 알고 있는 지인조차 없다. 오프라인 매장이 채 열리지도 못했을 정도로 따끈따끈한 상태다. 팬암코리아로 검색해 어렵사리 찾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어중간한 수식어를 나 같은 패션알못은 당최 이해할 수 없지만, 가격이 사악하다는 점에서 주주를 흡족하게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저 동그란 엠블럼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닌데, 주주라서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는지, 매일 들어가서 구경해보니 은근 매력도 있고 예쁜 것 같다?

Z세대에 가깝다고 할 만한 지인들에게 평가를 부탁해봤다. 막 좋지는 않다. 딱 요즘 애들 하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로고(아마도 엠블럼)가 너무 이상하다, 난 못 입을 것 같다 등등. 그 중에서도 제일 빵 터졌던 관전평은 이거였다.

진짜 싸보이는데, 비싸서 비싸보임



그래, 그거면 됐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듣기로, 품평 반응은 좋았다고 하니 패션잘알 님들의 안목을 믿을 수밖에. 내친 김에 LCDC서울 2층에 소개한 에스제이그룹의 자체브랜드 르콩트드콩트도 유튜브에서 반응을 검색해봤다.

난 사실 팬암보다 르콩트드콩트의 디자인과 가격이 훨씬 더 난해하던데, 유튜브에서는 은근 반응이 괜찮다. 호평가들 중에는 돈 많아 보이는 여성도 있었고, 패션 디자이너도 있었다! 올 하반기부터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몇 군데 오픈한다고 한다.







2개 분기가 남은 시점에, 그래도 올해 실적을 추정해봤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난 개인적으로 매출액 2,011억 원, 순이익 289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연평균 성장률을 계산하면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30%에 가깝다. 스고이.

현재 시가총액 2,000억 원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눠보면 P/E가 6.92배. 참고로 더네이쳐홀딩스의 당해 추정순이익 기준 P/E는 2020년 6 ~ 9.56배, 2021년 4.71 ~ 10.15배였다. F&F는 회사가 쪼개지는 바람에 과거 P/E를 참고하기 어려워졌다.

투자자들은 에스제이그룹을 더네이쳐홀딩스와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 진출에 실패했다느니, 국내용 F&F라느니 하는 푸념들이 감지된다. 그 이유로 투자심리를 냉랭하게 가져준다면 나로선 고맙지. 사람마다 기대하는 속도가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에스제이그룹의 BM은 (수출 권리까지 포함한)‘마스터 라이센스’로 요약할 수 있고, 이주영 대표도 속도와 내실의 균형을 강조했을 뿐 해외시장을 버리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그렇듯, 문제는 미래 실적이지 않겠는가. 폭망 시나리오와 현상유지 시나리오 두 가지를 그려봤다. 현상유지 시나리오에서는 팬암과 르콩트드콩트가 입소문을 타며 헬렌카민스키 ~ 캉골키즈 사이 어디쯤의 성장을 유지해주는 그림을 그린다. 내년엔 골프 브랜드도 신규 론칭할 것이고.

2025년까지 성장률 30%를 유지한다고 보면 순이익은 619억 원이다. PER 밴드가 6배와 10배 사이라고 하면 시가총액은 3,714억과 6,190억 사이에 들어갈 것 같다. 중간값이 4,952억 원이니까 이주영 대표님이 자신있어 했던 최소 밸류 5,000억 원에도 비슷하게 접근한다.

폭망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르콩트드콩트와 팬암이 기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이익에 기여하지 못한 채 늘어난 고정비가 이익률을 잡아먹게 되고, 신신규 골프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이거 계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영업보고서를 통해 매년 말 브랜드별 매장 수를 일단 확인해둔다. 보통 매장 추가입점이 여름에 이뤄지기 때문에, 3분기+4분기와 다음해 1분기+2분기 브랜드 '오프라인' 매출액을 더해서 매장 수로 나눠줬다.


이 경우 매출액 성장률을 15%, 기존 14~15%이던 이익률을 10%로 줄여 잡았다. 혹시 너무 낙관적이고 순진한 것은 아닐까? 캉골키즈의 오프라인 매장 추가 여지와, 브랜드별 동일점포매출이 여전히 증가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 정도 매출액 성장은 그래도 가능하다고 보고, 에스제이그룹의 비용 중 고정비가 중추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10% 이익률도 지나치진 않다는 게 내 입장이다.

따라서 2025년 순이익은 306억 원으로 추산된다. 마찬가지로 PER 밴드를 6~10배로 잡게 되면 시가총액은 1,836 ~ 3,058억 원의 범위에 들어갈 것 같다. 중간값은 2,448억 원이다.

현재 2,000억 원까지 내려온 시가총액을 고려했을 때 가장 나쁘더라도 하방은 –10%로 닫혀있으면서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면 3배까지도 뛸 가능성이 높은 거래는 참을 수 없지. 나는 이번 주에 주식 보유량을 더 늘렸다.

2,000억 원 회사가 2.5배(4,952억)가 될 가능성을 70%로 본다. 이주영 대표님의 자신감에 힘입은 숫자다. 반면 1.2배(2,448억)가 될 가능성은 25%, 기업가치가 완전히 사라질(0배) 확률을 5%라고 해보자. 1을 집어넣은 투자자의 순수익 기댓값은 (2.08 – 1 = )1.08이고, 최대 순수익은 (2.5 – 1 = )1.5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최대 보유비중은 0.72가 되는데, 하프켈리를 따르더라도 운용자금의 36%까지는 투입이 가능하다.

내 눈에는 그만큼 좋아 보인다는 뜻이다. 이런 띄엄띄엄한 분석에 마음이 동하는 분도 없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밝히자면 추천하는 건 절대 아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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