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철학 멘탈관리

추정 기업가치 기록하기 - 가치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feat. 물타기와 불타기, 손절이냐 익절이냐)

나그네_즈브즈 2022. 7. 20. 11:46

틀린 투자 의사결정을 피하려면 우리의 순진한 직관에 맞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투자자에 따라서는 같은 회사라고 해도 진입할 때 보유한 수량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장 환경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기도 한다. 하락장에 가격이 내려간 종목에 비중을 더 싣는다든가, 충분히 오른 주식을 덜어내게 될 때도 있다.

이런 대규모 거래가 아니라고 해도, 투자자는 보유기간을 통틀어 매순간 ‘더 보유한다’ 또는 ‘이 가격에 팔고 같은 가격에 다시 샀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셈이 된다.

‘매수한 이유를 기록하라’는 조언을 투자자가 따르고 있었다면, 다행스럽게도 후속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조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매수할 때의 수량과 가격도 함께 적어두고 혼자서 뿌듯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게 그럴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최근에 드러났다. 사실은 엄청나게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걸 기록하지 말아야 하나? 아니, 적어둬야 하는 것들이 더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초대한 주식시장 하락이 내 계좌도 멍들게 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예뻐보이던 기업도 이럴 땐 흠집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어떤 종목 하나를 매도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치자.

가격이 나쁘지 않다면? 고점에서 다소 내려오긴 했으나 매수할 때 지불했던 것보다 수십 % 높은 위치라면? 그렇다고 해도 이 주식을 정리하는 결정이 명백히 현명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현명한 투자자는 가격을 가치와 비교한다. 그에 비해, 10,000원에 산 주식을 20,000원에 팔았다고 기뻐하는 건 (판매하는 )가격을 단순히 (매수했던 )가격과 비교하는 의사결정이다. 이 때가 바로 우리가 스스로의 '순진한 직관'에 맞설 각오를 다져야 하는 순간이다.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어떤 주식을 10,000원에 살 때 추정했던 3년 후 기업가치가 보통주 1 주당 20,000원이었다고 하자. 투자자는 가치의 1/2배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한 셈이다. 추정이 적당히 틀렸어도 안전마진은 충분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 주가가 20,000원이 됐다. 투자자는 이 가격을 ‘가치’와 비교하기 위해 현 시점으로부터 3년 뒤의 추정을 다시 해내야 한다. 그 결과 미래 기업가치가 1주당 20,000원이거나 그 이하라면 주식을 정리하고 이익을 실현하는 게 낫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은 주식을 해당 가격에 (팔고 다시 )매수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하지만 추정해 본 기업가치가 50,000원이 되어 있다면 어떨까? 이걸 모르고 주식을 내다판다면 그건 미련한 짓이다. 흡족해 할 사람은 100% 수익을 남긴 매도자가 아니다. 오히려 가치의 40% 가격에 소유권을 넘겨받은 인수자 쪽일 것이다. 주식을 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사야 하는 경우가 된다.

시나리오 훈련을 더 해보자. 주가가 점점 더 내려가는 하락장에서도 마찬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가격을 나타내는 글자가 파란색인 이유는 정말로 기업이 ‘저렴’해졌기 때문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HTS나 MTS는 고객의 매수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해 폰트의 글자색을 표현하도록 설계되어 있을 뿐이다.

3년 후 시점으로 추정한 기업가치가 20,000원인 기업을 10,000원에 확보하는 훌륭한 의사결정을 했는데, 이 주식이 현재 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자. 여기서 팔면 손실을 확정짓게 되고, 더 사들이면 평균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게 전부다. 가격과 가격을 비교한 투자 결정에 대해, 나는 이런 평가절하를 하고자 한다.

이 때에도 다시 미래의 기업가치를 추정해 보아야 한다. 여전히 보통주 1주의 가치가 20,000원이라면 더 사는 게 합리적이다. 보유수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반면에, 새로 추정한 기업가치가 주당 7,000원이고 사업이 나아질 스토리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손실이 따갑더라도 ‘돔황챠’가 정답일 수 있다.

눈치챘나? 이렇게 하려면, 주식을 매수할 때마다 이유와 가격과 수량만을 기록해두면 낭패다. 의사결정 당시에 추정해 본 기업가치와 사업이 진행될 스토리를 함께 기록해줘야 한다.

즉, 낮은 미래 주당지표로(싸게) 사서 높은 미래 주당지표로(비싸게) 팔아야 남는 장사다. 지금까지 그렇게 기록하고 판단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라도 하면 된다. 그래서 난 이 결론이 슬프고 무겁다. 결국에는 미래 기업가치를 추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숙제로 생각이 고여들고 있어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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