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철학 멘탈관리

텐배거(10루타)를 위해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데 도움될 수도 있는 두 가지 작은 팁

나그네_즈브즈 2022. 5. 26. 16:47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가치투자자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그런 질문에 답하려면 ‘가치투자’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문답하고 싶지 않다.

미래중독자 라는 책을 기억한다. 동물들 중에서 인간만이 미래를 불안해하며 준비하는데, “곰들은 겨울잠을 위해 미리 지방을 저장해두고, 철새들도 닥쳐올 추위를 피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반론을 확인하기 위해 말을 할 줄 아는 기러기에게 “너는 왜 그렇게 먼 곳으로 날아가니?” 하고 물어보면 그 녀석은 아마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나는 지금 날고 있어”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리라는 거였다.

라면을 끓일 때 나는 제조사의 설명서(?)에 충실한 편이다. 주식도 그 본질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과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법인은 계속사업을 영위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일부는 주주의 몫이다.

투자자의 안목이 조금 틀릴 가능성도 있다. 200% 잠재력이 있는 회사로부터 50% 이익만 얻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국 1,000% 나아질 회사라면, 내 몫이 800%든 900%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상당히 틀릴’ 가능성이 높은 초보자라서, 거대한 성장의 과실을 최대한 누리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좋은 주식을 멈추지 않고 보유해야 한다. 그래서 질문을 받은 기러기처럼 “나는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장기투자는 답이 아니다, 10년 전 시총 상위 종목들을 봐라, 구루들도 장기투자를 권하지 않았다" 등등의 여러 그럴듯한 반론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흥미진진한 토론거리니까 다른 글에서 좀 더 성의있게 다루어 보고 싶다.

어쨌든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은 좋은 기회를 알아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그런 걸 잘 해내는 스승들로부터 두 가지 팁을 얻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내 회사의 가격을 확인할 편리한 수단들을 내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내가 회사에 매혹당했던 이유들과 3개월마다 회사가 ‘내 몫으로 벌어 온’ 이익을 정리해두고, 가끔씩 바라본다.





스마트폰에서 증권사 앱을 삭제하면 어떻게 될까? 하늘이 어두워지고 토네이도나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날까? 목이 졸려오면서 숨쉬기가 고통스러워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배신할까? 아니다.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지우지 못할까?

당장 팔아치워야 할 회사를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매력적인 새 사업을 발견하더라도 일분일초를 다투어 의사결정을 내릴 일도 내겐 없다. 주식을 편리하고 빠르게 거래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증권사 앱의 남은 기능은 대개 ‘시세 확인’이다. 이건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데 있어 곰팡이와도 같은 존재라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의 변덕은 전염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단기간의 주가 움직임은 회사의 펀더멘털과 관계가 없으니, 거기 기록된 건 자글자글한 노이즈들 뿐이다.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 금방이라도 오를 것 같다거나, 가지고 있는 주식이 느닷없이 곤두박질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만 부채질하게 된다.

부동산으로 큰 부자가 된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하루에 두 번씩 복덕방을 방문해 내 땅이 얼마에 호가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 같은 분들도, 내 회사가 어떤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지 거의 궁금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모든 증권사 앱을 삭제하고서도 인터넷 포털의 금융 서비스에 접속해 최신 뉴스나 종목토론방을 눈팅하곤 했다.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든 편리한 서비스를 나는 곰팡이에 비유했는데, 이렇게 적당히 치워낸 곰팡이들은 무좀처럼 포자를 남겨 또 자라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앱 뿐만 아니라 웹에서도 주가를 확인하는 경로를 내 삶에서 최대한 멀리 치워두게 됐다.




그런데 너무 심심해지면 어쩌지? 그래서 나는 가지고 놀 장난감을 만들었다. 두 가지 중 보다 간단히 만들어진 건, 다섯 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때마다 기록해 둔 나만의 이유들이었다. 날짜와 금액도 적어뒀다. 언젠가 주식을 팔게 된다면 그 이유는 적어둔 이유들의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파일을 스마트폰 홈 화면에 옮겨두고 심심할 때 켜본다.

두 번째 장난감은 분기마다 발표된 내 회사들의 실적, 나의 주식 매수(매도) 기록이 적혀 있다. 약간의 함수를 이용하면, 내 몫에 해당하는 순이익이 얼마인지도 알 수 있다. 이건 유튜브에서 JC TV 채널을 운영하는 분이 알려주신 방법이다.




나는 이 누적되는 막대그래프를 볼 때마다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비교적 이해하고 있는 사업일지라도, 내가 직접 했다면 결코 이만한 실적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4월과 5월에 주식을 늘렸고 회사들도 더 잘해낼 테니, 투자라는 사업을 해서 내가 버는 돈은 더 길쭉한 막대그래프로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재미난 장난감들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업데이트할 땐 신나지만 적어도 석 달동안은 다시 그대로다. 그래서 나는 새로워진 그래프에도 열흘 안에 흥미를 잃고 만다. 회사에 너무 자주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실례다. 별 수 없다. 아내와 더 놀고, 사진이나 더 찍고, 블로그에 글이나 더 쓰는 수밖에.




그래서 기어코 누군가 나에게 “수익을 내고 있나요? 당신은 어떤 투자자입니까?”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만 같다.

나는, 그러니까,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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