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씨케미칼 사업보고서에는 바이오디젤에 대해서 판매실적, 생산실적 등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바이오연료 생산능력을 뜯어보면, 바이오디젤이 연간 16만 kL 정도인 반면 바이오중유는 연간 64만 kL로 4배 가량 더 높다.
바이오디젤이 연루되는 의무혼합비율보다는 바이오중유와 관계있는 의무공급비율이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도록 법이 작동한다는 점, 바이오선박유 등 확장성이 더 크다는 점 등을 회사에서도 고려한 게 아닐까, 하는 나의 추측이다.
어쨌든 제이씨케미칼의 미래는 바이오중유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바이오중유 매출은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발전공기업에서 발생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개방해 두었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홈페이지를 뒤졌다. 공공데이터 서버에 제공된 API를 이용하면 파이썬 코딩 몇 줄만으로도 월별 연료구입 실적을 알 수 있다. 다만, 두 발전사 모두 ‘바이오중유’를 따로 분류해서 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남부발전의 경우, 사전정보 공개 목록을 보면 ‘바이오연료 구매계획’ 같은 게 연도별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계획대로 구매가 실제 이루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전화해서 확인해봤는데 다른 발전사에는 이마저도 없다.
정말 어지간해서는 활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마지막 수단을 쓰는 수밖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두 군데 발전사만 하면 이상할 것 같아서, 산자부 산하 6개 발전사를 모두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 5년 연도별 바이오중유 구매계획. 역시 최근 5년 월별 바이오중유 구매실적. 엑셀에다가 두 시트로 구분해 서식까지 예쁘게 만들어 올렸다.
5월 말에 넣었더니 6월 15일까지 모두 답변이 왔다. 동서발전이 바이오중유 발전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공백을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이 메워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남부발전은 매월 꾸준히 구매가 이루어지고, 중부발전은 연도별로도 업다운이 다소 느껴진다. 다만, 발전사들 모두 연초 세워둔 구매계획 물량을 꼭 맞게 맞추어 왔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다. 그러면 올해 수요는 42만 kL쯤이려나.
발전사에서 받아낸 정보공개 자료 외에도 다른 경로를 하나 더 발견했다. 한국전력 전자조달시스템으로 가면 발전사가 낸 입찰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역시 낙찰 결과를 알 수는 없는데, 그래도 수요 파악을 더블체크할 수 있다.
공고문을 이해해보면, 발전사에서 필요한 물량을 공고하면, 최저가 순서대로 응찰물량을 사들이면서 수요를 채우는 방식인 것 같다. 이번 7~8월에는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이 공동으로 8만7천 kL를 입찰했다. 이걸 여러 업체들이 응찰해 나누어 먹는 방식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제이씨케미칼 생산능력 정도면 혼자서 국내 수요를 감당하고도 남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걸까? 입찰 체계에 대해서는 회사에 물어봐야겠다.
이 정도를 가지고 IR담당자와도 대화가 조금 이루어질 것 같았다. 김재원 팀장님은 회의에 출장에 너무 바빠서 통화가 어려웠고, 안정모 전무님이 대신 응대를 해주셨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전사에서 낸 입찰공고로 보면 발주예정 물량이 있고, 최저가 순서대로 응찰물량을 채워가는 구조인 것 같은데, 맞나?
⇒ 그렇게 보시면 된다.
공급사 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 원가 상승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인가
⇒ 너무 올려서 응찰하면 당연히 안된다. (경쟁사 입장에서도 원가 상승은 똑같이 부담일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처럼 생산능력이 큰 경우 남은 발주물량을 다 채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이번 6월 중부발전/남부발전 공동입찰에서 87,000 kL를 우리가 통째로 커버하겠다고 응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렇게 응찰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라면 바이오중유 생산시설 확장할 이유가 있었나 싶음. 상대방이 전무님이라 캐묻지 못했음 ㅜㅜ)
바이오디젤 부산물은 바이오중유 생산에 필수적이라기보다 사용되면 수익성에 보탬이 되는 정도인가?
⇒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는 생산 공정이 전혀 달라서 관련이 없다.
이번 2분기 바이오중유 낙찰은 만족할 정도로 된 것인가?
⇒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좋아졌다.
20년 당시 기사들을 보면 발전사들이 바이오중유 발전시설을 LNG 복합화력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이 축소될 거라는 우려가 있던데, 현재는 어떤가?
⇒ 동서발전이 바이오중유 발전을 폐쇄한 게 그런 이슈였다.
발전사들이 낸 바이오중유 구매계획을 보니까 동서발전 축소물량을 커버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 단가가 많이 올라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 회사로서는 생선시설이 동서발전과 같은 울산에 있었던 지리적 강점이 사라지게 된 것 같아서 아쉽다. 제주로 가는 해운 물류비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거라고 봐야 하나?
⇒ 이전에도 제주 쪽으로 가는 납품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는 크지 않다.
선박유 관련해서는 어떤 진행상황이 있는가?
⇒ 정부에서 법 개정 등 진행하고 있고, 회사도 의견 개진하고 있다.
잘 들었다. 회사에 그 밖의 이슈라든가 리스크가 있나
⇒ 특별한 점 없다. 잘 돌아가고 있다.
KG ETS가 공시하는 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제이씨케미칼 낙찰물량은 2만7천 kL였다. 2분기가 YoY로 좋아졌다면 4만6천 kL보다는 크다고 보면 되겠다.
5월1일에서 6월30일 사이에 납품해야하는 바이오중유 공동입찰 공고물량이 5만7천 kL였는데 월별 구입에서 남부만 2만 kL를 받아갔으니까 추가될 전체 물량이 3만7천 kL다.
(1~5월 누적) 16만7천 + (6월) 3만7천 = (상반기) 20만4천
따라서 남은 상반기까지 전체 입찰수요가 거의 20만 kL 수준일 것으로 예상해보면 현재까지 점유율이 30%를 넘기게 된다. (작년 전체 51만 중 낙찰물량 12.9만이니까 대략 25%였다)
재고가 많지 않아서 생산시설을 놀린다는 부분은 납득이 잘 안됐다. 제이씨케미칼은 재고자산이 자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사실 이 재고의 대부분이 (바이오중유가 아니라) 바이오디젤 완성품이기는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재료를 안사놔서 공장이 논다는 건, 돈 벌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뜻 아닌가?
한국전력 전자조달시스템에 7~8월 공동입찰 8만7천 kL가 채워지지 않아 2만1천 kL를 긴급공고 하긴 했다. 회사가 장사하기 싫은 게 아니라, 팜유 수급 불안정이 원인이었으면 좋겠다. 이유야 어쨌거나 바이오연료 가격이 더 오르기는 할 것 같다.
경쟁입찰 회사의 판매가격 훼손, 바이오중유 수요의 구조적 침체 등 걱정했던 큰 틀의 방향에서는 그다지 나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회사가 실력을 보여줄 때까지는 현재의 보유수량에 만족하며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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