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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제이씨케미칼(137950) #04 - 1Q22 분기보고서 확인

나그네_즈브즈 2022. 5. 14. 00:56

논란의(?) 제이씨케미칼도 13일의 금요일 오후 1분기 보고서를 공시했다. 그 전에 우리 회사에게는 비용으로 작용하는 팜유 대란에 가격 폭등에 난리도 아니었는데 시장에서는 재미있게도 상한가를 쏘고, 신용을 쓰고, 실적을 기대하고, 참 다이내믹했다. 뚜껑 열어봐도, 별 거 없지 뭐. 재료비가 그렇게나 올랐고,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자들은 연간으로만 공급량과 혼합비율을 맞추면 되는 거라서 Q를 유지해 줄 이유가 없었는걸.

우선 손쉬운 작업부터 해봤다. 3월에 사업보고서가 나왔을 때 바이오연료의 기말재고로 남겨진 제품의 단가가 높아서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유지됐을까? 이쪽 사이드부터 소개해 본다.

바이오연료 판매가격은 YoY 60% 정도 올랐다.

제이씨케미칼 바이오연료 판매단가 추정.xl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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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이오연료 매출액이 69,567 백만 원으로, 68,704 백만 원이던 '21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1년 전에도 가동률이 90%를 훌쩍 넘겼으니 크게 늘었을 거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이 데이터에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가 섞여 있는데, 아무튼 평균으로 가격을 매겨보면 kg당 1,640 원이라고 적혀 있다. '21년 평균이 1,258원이었고, 1분기로만 따지면 1,037 원이었다. 이렇게만 대충 따져보면 일단 판가는 평균적으로 60% 쯤 올렸으려나.

저 매출액을 평균 판매가격으로 나눠보면,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판매량이 나온다. 42,419 kL라고 적어두자.

그 다음에 생산능력으로 가서, "바이오디젤"의 이번 1분기 생산실적을 참고한다. 34,700 kL를 55,600 백만 원어치 생산했다. kL당 평균으로 치면 약 160만 원이다. 그런데 만든 족족 다 팔아제낀 게 아니다. 작년 말 생산시설에 남아있던 바이오디젤 재고 9,200 kL가 있었고, 여기서 34,700 kL를 더 생산했지만, 팔고 남은 걸 헤아려 보니 14,500 kL나 된다. 그러니까 실제로 팔려나간 바이오디젤은 9200 + 34700 - 판매량 = 14500 으로부터 29,400 kL인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아있는 14,500 kL 재고의 가치가 회사는 23,400 백만 원이라고 적어주었으니까 단가는 161만 원이다.

아까 전체 매출액을 평균 판매가격으로 나눠서 추산한 바이오연료 판매량이 42,419 kL였는데, 이 가운데 바이오디젤의 판매량이 29,400 kL다. 나머지 13,019 kL는 바이오중유의 판매량이 되겠다.

바이오디젤 매출액 추정 : 29,400 kL × 160만 원 = 47,108 백만 원
바이오중유 매출액 추정 : 69,567 백만 원 - 47,108 백만 원 = 22,459 백만 원
바이오중유 판매단가 추정 : 22,459 백만 원 ÷ 13,019 kL = 172.5만 원


와, 이렇게 보면 바이오중유 가격도 엄청 오르긴 했다. 하지만 판매량이 적은 게 아쉽다. 전년도 연간 판매량의 1/10 수준이다. 제이씨케미칼의 경우 바이오중유의 생산능력에는 훨씬 여유가 있을 텐데 재고로 남은 제품 대부분이 바이오디젤인 것으로 봐서는, 아예 생산 자체를 많이 안한 것 같다. 뭐 이것도, 발전사가 비싸진 가격에 입찰 물량을 크게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판매가격은 이 정도로 올랐는데, 원재료는 얼마나 올랐을까? 이것도 확인해 봐야 한다.

주요 재료비인 팜유는 50.8 % 올랐다.
원가 상승에 연동하여 판매가격으로 전가시킬 수 있다는 회사의 보고는 사실인 것 같다.


이번 1분기에 대두유는 국내산 1백만 원어치만 사왔으니까 비교가 무의미할 것 같고. 팜유 수입 가격은 '21년 1분기 kg당 1,146 원이던 것이 올해 1분기에는 1,729 원으로, 50.8 % 올랐다.

이렇게 올라간 원가와 판매가로 인해 손익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분기별로 비교해 본다. 예전에는 연간 실적만 정리해둬서, 5년치 데이터를 분기별로 정리하려니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런 노가다, 해보고 싶기는 했지만... 실적이 석 달에 한 번씩만 나와서 다행이긴 하다. 급한 대로 일단은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플롯해보았다.

제이씨케미칼의 최근 5년 분기별 매출액 (빗금=별도법인, 블록=종속법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소폭 늘었다. 분기별로 최근 5년을 보면, 2·3분기가 좋고 1·4분기가 덜하다. 각 분기끼리 비교해 봐도 2021년까지는 크게 역성장했던 흔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실적이 QoQ로 비교하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올해 2·3분기를 보면서 판단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도그럴 것이, 우리 고객사인 의무공급자들은 법이 정하는 비율을 연간으로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이씨케미칼의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이익 (빗금=별도법인, 블록=종속법인)

영업이익도 1·4분기보다는 2·3분기가 좋다. 수익성은 YoY로도 나빠진 것은 맞다. 색이 칠해진 부분(팜플랜테이션 종속법인 실적)은 쭉쭉 길어졌는데, 빗금친 부분(바이오연료 별도법인 실적)이 줄어들었다. (별도)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를 확인해보면, 판매비와관리비는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봤던 대로 여전히 잘 제어되고 있다.

매출이 5% 나아갈 때 매출원가가 14% 뛰었다. 매출원가를 구성하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중에서도 유독 재료비만 YoY 두 배로 뛰었다. 처음에 확인했듯 '단가'는 비용이 상승한 것 이상으로 판매가를 인상했다. 문제는 심플하다. 회사는 재료와 제품의 재고를 늘렸고, 그걸 다 판매하지는 않았다. 바이오디젤은 만들어 둔 게 많이 남았고, 바이오중유도 판매를 많이 못했다.

제이씨케미칼 2022년 1분기 별도법인 재무상태표

재무제표 주석에서 재고자산 현황을 보면, 남아있는 제품 액수가 바이오디젤 기말재고와 상당히 닮아있다. 바이오중유는 입찰된 주문수량에 맞추어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디젤의 재고가 늘고, 바이오중유 생산량도 줄었다는 건, 어느 쪽으로 봐서도 고객사에서 비싼 가격에 이들을 주문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추하게 한다.

사족으로 약간의 희망을 발견하자면, 연초의 이러한 흐름에 시즈널리티가 보인다는 점이다. 작년 1분기에는 제품과 재공품의 재고가 이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었다(재고자산의 변동). 지금은 너무나 귀찮아서 못하겠는데, 분기별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재고자산 추이를 따로 모티너링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매년 2~3분기 실적이 좋았고 올해와 작년 1분기 제품재고가 상당했다는 점으로 희망회로를 돌려보는 정도다.

팜유 매입가격 상승. 바이오연료 판매가격 인상.
바이오디젤은 재고로 남고, 바이오중유는 생산량을 줄였다.


결국 이번 어닝 쇼크의 핵심은 이 부분이다. 정부가 부여한 의무공급량은 늘었고, 1분기의 부진이 단순한 매출 이연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보는 관점에선 별 일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고객사가 주문량을 늘려나갈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단가가 정상화(?)되면 결국 올해 수익성은 이렇게 훼손된 채로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뭐, 걱정이야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이고. 판매단가 내려간다는 건 우리 입장에서의 재료비도 정상화된다는 얘기일 텐데, 사업을 한 두 분기만 해먹고 접을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다고 내가 이 회사를 비싸게 인수한 것도 아니니까. 또,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공급망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고객사가 더 비싸진 단가로 바이오연료를 주문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건 어느 쪽에게든 도박이다.

미착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건, 2분기 수요를 희망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거나, 우리로서도 재료비는 훗날보다 지금이 차라리 더 저렴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는 의미가 아닐까. 고객사처럼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했다면 재료매입을 미루려고 했을 것 같거든. 아무렴 우리는 팜유라는 업스트림에서도 '현업 종사자'의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쪽의 안목을 더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어차피 사업가들도 모르는 미래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심보로, 나는 그냥 몇 년 더 이렇게 지켜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지점에선 참 느긋하고 낙천적으로 투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재무상태표에 특별한 점이 없었는지 확인해본다. 연결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자본이 +5억, 부채가 -27.7억, 결국 자산이 -22.7억 변했다. 지난번 회사 측과의 통화한 대로, 상환을 위해 분리해 둔 현금(단기금융상품) 158억 원이 소진되면서 단기차입금 중 227억 원이 상환되는 형태가 됐다. 줄어든 단기차입금 중 160억 원이 인도네시아 종속법인 몫이었던 것 같다. 종속법인은 장기차입금도 50억 원 가량 상환했다.

그러면서도 매입채무는 185억 원어치 늘었다. 대부분인 182억 원이 바이오연료를 제조해 판매하는 별도법인에서 갚아야 할 돈이다. 비슷한 규모로 재고자산이 173억 원 늘었는데, 바이오연료와 관련된 부분이 160억이고 13억 원은 팜플랜테이션 쪽에서 잡혔다. 쉽게 말해, 재료는 주문했고 돈은 아직 안 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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