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린치 뜯어읽기 시리즈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오롯이 우려먹기 위한 순전히 나의 개인적 노트이다. 이 책에서 내 마음대로 느끼는 피터 린치의 메시지를 너덧 개의 꼭지로 추려서 원문을 마구 인용한 다음 내 생각을 밝혀둘 것이다.
나중에 또 무슨 변덕을 부릴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다음과 같이 주제를 나눠두는 바이다. ▲야너두(투자아이디어), ▲완벽한 종목들, ▲확신이 필요해(사실수집), ▲포트폴리오 관리. 나처럼 경험이 적은 투자자는 보유 중인 회사에 별일이 없을 땐 경전[?]을 반복해 읽으며 멘탈을 체화시켜두는 게 그나마 보람있는 편이다.
투자 아이디어를 탐색할 때, 목적지가 있다면 보다 명확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 사는 왕서방을 찾더라도 몽타주가 어느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피터린치 뜯어읽기 시리즈의 두 번째 포스팅에서는 피터 린치가 강조한 특징들을 주의깊게 곱씹어 보려고 한다.
저자는 주식의 유형을 여섯 가지로 나눈다. 저성장주, 대형우량주, 고속성장주, 경기순환주, 회생주, 자산주. 이 가운데 피터 린치가 가장 사랑했던 두 가지 타입은 고속성장주와 회생주였다. 저성장주나 대형우량주의 속도로 만족하기에 1,400 곳의 기업이 담긴 마젤란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너무 거대했고, 경기순환주와 자산주 투자는 기회가 여러 차례 돌아올 정도로 그가 특별한 강점을 지니고 있지 못했을 수 있다.
위험한 고속성장주보다도 회생주는 더욱 위험해서, 결국 나 같은 개뿔도 없는 아마추어가 붙잡아야 할 길은 고속성장주 하나 뿐이다. 맥도날드, 월마트, 던킨도너츠, 홈디포, 갭, 타코벨, 라 킨타 모터 인, ... 다행히, 저자가 책 전체에 걸쳐서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 논의에 다다르기 위해, 그 전에, 기본적으로 저자가 내걸고 있는 선결 조건부터 주목하자.
사업의 기본을 이해하면, 그 회사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통신위성 대신 팬티스타킹 회사에투자하고, 광섬유 대신 모텔 체인에 투자한다. 나는 사업이 단순할수록 그 회사를 더 좋아한다. 누군가 “이런 회사는 어떤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이는 회사의 장점이 된다. 조만간 어떤 바보가 이 회사를 경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복잡한 업종에서 탁월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훌륭한 회사와, 경쟁이 없는 소박한 업종에서 평범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평범한 회사 가운데 하나에 투자해야 한다면, 나는 평범한 회사에 투자하겠다. 우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투자하려는 회사의 사업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사업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의 강점이 된다. 그런 경우가 아닐 때에는 단순한 사업이 나에게는 더 유리하다. 저자의 표현대로, 사업이 단순하다 못해 '따분'하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 없다.
경쟁이 치열해서도 안된다. 본문의 맥락을 차분히 짚어보면, 이것 역시 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치열한 경쟁은 변수를 만들기 마련이다. 그 중 어떤 것들은 예상하지 못하는, 즉 이해할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경쟁 과정은 비즈니스 모델을 복잡하게 할지도 모른다. (가령,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업황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경영진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가치 사슬을 따라 이해관계가 얼키고설킨 경우 등) 이것도 회사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피터 린치는 그가 좋아하는 기업의 특징 13가지를 소개한다. ▲따분한 이름, ▲따분한 사업, ▲혐오스러운 사업, ▲음울한 사업, ▲오해받는 사업, ▲성장이 정체된 업종의 회사, ▲그래서 증권가가 외면하는 기업, △분리된 회사, △반복구매하는 제품,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 △기술의 수혜를 입는 사업, △자사주를 매입하는 회사, △내부자가 매수하는 기업이다. 내 생각에 빈 세모△는 퀄리티, 찬 세모▲는 기업들 사이의 또는 투자자들 사이의 경쟁에 대한 기준이다.
됐고, 피터 린치는 도대체 왜 저런 얄궂은 특징들(▲)에 주목하라고 조언하는 걸까?
SCI는 장의 업종이 거의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덕을 보았다. 미국의 장의 사업은 성장률이 겨우 연 1% 남짓이라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경쟁자들이 모두 컴퓨터 업종으로 가버렸다. 그러나 장의 사업은 고객 기반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업종이다.
특히 지루하고 혐오스러운 성장 정체 업종은 경쟁이라는 문제가 없다. 관심을 두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잠재 경쟁자로부터 측면을 방어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SCI처럼 계속 성장하고 시장점유율을 올릴 여지가 있다. SCI는 이미 미국 전체 장의사의 5%를 보유하고 있으며, 10%나 15%를 보유해도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와튼 졸업생들이 SCI의 사업에 도전할 리도 없고, 주유소 폐유처리 사업을 시작한다고 증권사 친구들에게 떠벌릴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 본문은 '▲성장이 정체된 업종의 회사'에 관한 대목이다. 앞서 열거한 특징들(지루하고 혐오스러운 성장 정체 업종)의 핵심 기능에 대해 그는 "경쟁이라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논의를 이어가던 저자는 성장을 소환한다. 즉 촌스럽고 따분하고 혐오스럽고 음울하고 별 볼일 없는 업종에 있는 회사는 경쟁을 피할 수 있고, 경쟁이 덜하면 "(SCI처럼) 계속, 성장하고, 시장점유율을 올릴, 여지가 있다"고 한다. 이런 재미가 짭짤했던 회사의 사례도 잊지 않는다.
복사는 지난 20년 동안 훌륭한 업종이었고 수요가 감소한 적도 전혀 없었지만, 복사기 회사들은 여전히 먹고살기가 힘들다. 제록스의 유감스러운 실적과,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 업종인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의 실적을 비교해보자. 지난 15년 동안 제록스 주가는 160달러에서 60달러로 떨어진 반면, 필립 모리스는 14달러에서 90달러로 올랐다. 매년 필립 모리스는 해외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가격을 올리며,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익을 증가시켰다. 말보로, 버지니아 슬림, 벤슨 앤드 헤지스 , 메리 등 유명 브랜드 덕에 필립 모리스는 틈새를 확보했다. 마이너스 성장 업종에는 경쟁자들이 몰리지 않는 법이다.
필립 모리스는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경쟁이 약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비용을 줄였다는 걸로 봐서는, 원재료나 물류 업체에게 유력 고객사로서 갑질도 했을 것이다. 그러고나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동안 만에 하나라도 새로운 경쟁자가 국내를 신경쓰이게 하지 못하도록 틈새, 즉 경제적 해자를 둘러쳐 버렸다. 와C...
(관심 없겠지만, 이 책에서 피터 린치가 '틈새'라고 쓴 표현은 경제적 해자라는 개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3가지 특징 중 '틈새를 확보한 회사'에 대해 소개하며 저자가 열거한 사레들은 브랜드 가치, 특허(이상 무형자산), 원가 우위에 관한 것들이었다. 전환 비용이나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경쟁하지 않는 사업은 매력적이다. 이해하기 쉽고, 이익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서다.
낮은 경쟁 압박이 주는 이 두 가지 핵심 이점은 10루타 대박을 얻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주가가 '열 배' 오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이익(혹은 이익성장)이 유지되어야 하며, 투자자가 주식을 계속 보유했어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기간 내내 사업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 사이클을 적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유형이 바로 저성장주와 고속성장주이다. 피터 린치는 다른 대부분 유형에 대해서는 매도시점을 못박았다. 대형우량주에서 몇 배짜리 큰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되며, 경기순환주에서는 확보한 강점이 없으면 변동성을 오래 견디기 어렵고, 회생주는 턴어라운드가 진행되고 나면 유형을 재평가해야 하며, 자산주는 인수자가 나타났을 때가 매도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당이 유지되거나 성장하는 한(저성장주), 성장 스토리가 훼손되지 않은 동안(고속성장주)에는 회사를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트폴리오가 작은 규모라면 저성장주를 장기간 보유하는 방법으로도 눈에 띄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피터 린치가 저성장주에 대해 비교적 냉랭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마도 그가 1,400 종목짜리 초특급 펀드의 책임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쨌든 나는, 피터 린치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한 '고속성장주'에 대해 다음 포스팅을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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