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확장성(피터린치), 메가트렌드(랄프웬저), 경제적해자(펫도시)의 관계

나그네_즈브즈 2022. 1. 10. 16:23

피터 린치는 성공한 사업을 복제하며 확장할 수 있는 작은 기업을 선호했다. 물론 그는 시클리컬과 블루칩과 턴어라운드 기업과 자산주에도 투자했지만, 함께 강조했던 '아마추어 투자자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투자'하려면 우리에게 남는 레슨은 확장성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피터 린치가 그것만 알려준 건 아니지만, 아무튼 가장 기억에 남는 열쇳말은 확장성이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읽었을 때쯤 알게 된 기업은 에스제이그룹이었다. 비(非) 패션 해외브랜드를 국내에서 패션브랜딩하는 사업자다. 영국에서 캉골을 가져왔고, 호주에서 헬렌카민스키를 데려왔다. 캉골키즈를 만들었다. 매장이 늘어나고 있으며, 온라인 비중이 자리잡으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성공해 본 사업모델을 복제하며 확장하는 이 기업은 LCDC를 만들고, 새 브랜드 팬암을 론칭할 계획이다.

 

뒤이어 읽은 책(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에서 김현준은 메가트렌드와 경제적 해자를 강조했다. 이 지점에서 내가 확인해봐야 할 명제는 두 가지였다. 메가트렌드와 경제적해자는 서로를 대체할 수 없는 보완재인가? 피터 린치가 말한 비즈니스 확장성은 이 둘과 무슨 관계인가?

 

이 의문에 나는 한참동안 속 시원히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주린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레인메이커 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 하나를 보며 실마리를 얻게 됐다. 내용인즉슨, 기업의 이익은 단가와 수량을 곱한 매출액에서 비용을 차감하는, (P×Q)-C 에서 계산된다는 거다. 당연한 얘기라고?

 

 

 

솔직히 나는 이런 생각까지는 안해봤다. 무식을 인정하고 나니까, 단순하게만 보이던 이 공식 안에서 뭔가가 읽히는 것 같았다. 가격과 판매량과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엉킨 실타래처럼 보이던 것들이 말끔히 정리되고 나자, 확장성과 메가트렌드와 경제적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의 요소들마다 기업의 외부적 환경과 기업에 내재한 실력이 영향을 준다.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하고 각론으로 들어가보자.

 

가격, 판매량, 비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해자는 기업에게 유리한 입지를 제공한다. 똑같은 재료와 광고비를 들이고서도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브랜드 가치다. 가격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적 해자의 대표적인 예다. 고객의 전환비용이 망가질 때까지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존은 더 비싼 광고단가를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 층이 두터워 더 많은 판매자가 몰리고 물건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소비자가 찾는 서비스라서다. 

 

그렇다고 애플이 아이폰을 개당 1억 원에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르메스 급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들 가능하겠는가? 그런 판매전략을 실행에 옮긴다면 수요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라는 경쟁자를 고려에 넣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크기, 고객의 형편, 경쟁의 압력 등등이 모두 기업 바깥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판매량을 결정하려고 덤비는 요인들은 더 복잡하다. 경제적 해자는 여기에서도 물론 작동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가장 직접적으로 '수요'와 맞닿아 있다. 비싸게 팔 수도 있는 고퀄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경쟁자와 같은 가격에 등장하면 그만큼 판매량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 

 

확장성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도 판매량을 결정할 수 있다. K팝 아티스트는 수출할 수 있지만, 은행의 수신/여신 서비스는 그러기가 어렵다. 맥도날드, 도미노피자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매장을 늘릴 수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뱅킹이나 쇼핑 등등의 편리한 신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확장이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사업들도 있다. 경영진의 비전과 판단력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이런 것들은 판매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지닌 역량이다. 

 

확장을 하고 싶어도 경쟁이 뜨겁다면 헛일이다. 경쟁은 판매량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외부 요인이다. 시장점유율이라는 개념이 왜 있겠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경쟁자는 업종 내부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산업이 통째로 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워런 버핏, 켄 피셔, 피터 린치 등 많은 대가들이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기를 꿈꿨던 것 같다.

 

또다른 외부요인 중 하나인 메가트렌드는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에서 판매량에 기여한다. 시대가 기다렸고 원하는 재화는 많이 팔린다. 이건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운 좋게 만나는 것이다. 노를 젓지 않거나 약간만 휘젓고도 보트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강물이다. 랄프 웬저는 '반드시 다가올 확정적 미래'를 테마라고 불렀다. 김현준이 메가트렌드와 경제적해자를 모두 갖춘 기업을 찾는 것은, Q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안팎의 요소를 모두 갖겠다는 뜻이다. 

비용을 둘러싸고도 기업 내/외부에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한다. 원가우위는 구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업의 여건이며, 경제적해자 가운데 마지막 형태다. 하지만 요즘처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다면 사업의 수익성은 훼손당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피터 린치도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속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챕터에서 이런 구조를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려면 1)가격을 올리거나 2)신제품을 내거나 3)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4)기존 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거나 5)적자 사업부를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번은 P에 관한 이야기다. 2, 3, 4번은 Q와 관련되어 있고, 5번은 C를 줄이는 작업을 가리킨다. 모두 기업이 할 일에 대해 설명한 것 같다.


그러니까 최고의 기업은 물론 이렇다. 경쟁이 약해서 확장하기 쉽고, 다가올 가까운 미래현상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면서, 경제적 해자를 갖춘 비즈니스를 찾아라. 그런 비즈니스를 훌륭한 경영진이 운전하는 기업만 골라라. 그리고 싸게 사라. 그런 뒤에 기다려라. 쉽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보유 종목이 많은 투자자는 둘 중 하나다. 천재이거나, 대충 골랐거나.

 

기업 내부역량 : 경제적 해자
기업 외부환경 : 1)저경쟁(확장성)   2)메가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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