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업을 볼 때, 미래 가치에 기준해서 가격을 평가해야 한다.
최대한 가슴에 와 닿을 설명부터 해보자. 우상향 곡선을 그린 어떤 기업이든 예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두고 누구나 “그 때 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껄무새들은, 10년 전 가격이 오늘의 ‘가격’에 비해 저렴했다는 걸 아쉬워하는 걸까?
아닐 수도 있다. 10년 전 어떤 회사의 가격은, 오늘의 ‘가치’에 비해 저렴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가격과 가격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가격과 ‘효용’을 비교하기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워렌 버핏도, “우리가 지불하는 것이 가격이고 그 대신 얻는 게 가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건강한 암탉을 몸값 2천 원에 데려왔다고 하자. 시장이 형성한 다른 ‘가격’들에 따르면 이것은 적정 수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닭이 알을 낳고 병아리가 자라 네 마리의 새로운 닭으로 자라나면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증가한 효용, 즉 가치에 비해 지불한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했던 것이다.
이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만 원어치가 될 닭을 단돈 2천 원에 인수하는 거래는 닭의 가치가 늘기 전에만 가능했다. 과거로 돌아가 헐값에 삼성전자 주식을 줍줍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는, 미래에서 바라보면 과거다. 훗날의 껄무새가 후회하며 돌아가 과거를 수정하길 소원했더니 지금의 내가 됐다고 상상해 보자. 지금 어떤 기업의 가격은 미래의 가치와 견주어져야 한다. 더 좋아질 게 분명한 비즈니스라면, 지금 가격이 그나마 할인된 것일 수도 있다.
가격은 결국 펀더멘털과 센티멘털의 곱이라는 공식으로 돌아가 보자. 주당 가치를 추정하는 오차라든지 거기에 매겨질 시장 흥분도의 엇갈린 전망 등은 여전히 변수다. 이걸 극복하는 데에 두 가지 해결책이 생각난다. 많은 경험을 통해 감각을 쌓는 것과 목표를 크게 잡아 불확실성의 임팩트를 희석하는 것이다.
마트에 가서 달걀을 사는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처음 하면 어렵다. 판매자가 작정하면 흑우가 바가지를 피하는 건 차라리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심부름을 몇 번 해 봐야, 달걀 요리를 직접 관리해 봐야, 경험과 감각이 쌓이고 달걀 가격을 효용과 비교할 능력이 비로소 길러진다.
그리고 큰 수익을 겨냥해야 한다. 주당 10,000원에 회사를 인수해서 13,000원에 파는 것과 14,000원에 파는 건 주당 1,000원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같은 회사를 100,000원에 매각하는 것과 101,000원에 양도하는 쪽은 주당 가격으로는 같은 차이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당연히 어떤 사업이 최대치까지 성장하는 걸 오롯이 누리는 편이 더 좋다. 최대 가치와 현재 가격을 비교하는 건, (그 과정의 세세한 현금흐름을 포함하지 않았어도)‘현금흐름 할인법’을 적용하는 것과 꽤 비슷한 센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논의를 한번만 더 확장하면 두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최대 가치는, ‘상상’할 수는 있어도 (높은 확률로 그러리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스스로 한계를 키워 나가는 회사라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성장이 유지되는 한 회사를 지켜보며 보유하는 쪽이다.
투자수익을 크게 가져가는 다른 수단이 있다. 같은 잠재력이라면 작은 회사일수록 남은 몫이 큰 법이다. 소형주의 진정한 매력 중 하나는 먹을 게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망하지만 않으면, 적당히 틀린 안목으로도 나쁘지 않은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두 가지 결론은 결국 똑같은 교훈을 준다. 사업은 느릿느릿 성장하며(제대로 골랐다면 20년 동안 성장이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솔방울이 금강송으로 자라기까지는 (묘목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투자자는 결국 오래 기다려야 할 운명이다.
현재 가격은 미래 가치와 비교하라. 이것이 DCF의 핵심이고 가치투자의 본질이다. 부족한 밸류에이션 경험을 커버하기 위해 가장 큰 목표를 야망하는 것이 좋다. 더 작은 비즈니스가 최대 성장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점검하고 끝까지 보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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