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즉 사진의 밝기를 결정하는 세 요소는 제각각 부수적인 효과를 동반한다. 이 효과를 이용해 촬영자는 자신만의 의도를 촬영된 결과물에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예술가는 아닐지라도, 취미 사진가에게도 충분한 재미거리를 안겨주는 요소이기도 하니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노출효과 | 표현효과 | 대표적 설정값 혹은 기준 | ||
감광속도 | 숫자를 높일수록 | 밝아진다 | 노이즈가 생긴다 (DR도 나빠진다) | 실외 100~200 / 실내 1600 |
셔터스피드 | 숫자를 높일수록 | 밝아진다 | 움직임의 궤적이 기록된다 | 가급적 1/125 초보다 빠르게 |
조리개 | 숫자를 낮출수록 | 밝아진다 | 초점 맞는 깊이가 얕아진다 = 아웃포커싱 | 5.6~8에서 최고화질 |
오늘 소개할 초점거리는 사진의 밝기와는 다소 무관하다. 그보다는 구도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
렌즈에 보면, mm 단위로 숫자가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필터 구경을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건 그 렌즈의 초점거리다. 초점거리가 작으면 화각이 커서, 넓은 공간을 한 프레임에 우겨넣을 수 있다.
숫자가 높으면 좁은 화각의 프레임을 확대해서 촬상면을 채우게 된다. 화각이라는 신개념이 등장했는데, 쉽게 말해 시야각이다. 보이는 범위를 호로 삼는 부채꼴의 중심각이다.
광각~표준~망원의 화각을 동시에 비교해보면 다음 그림처럼 된다. 무조건 광각으로 찍어서 손가락으로 확대하듯 쭉쭉 늘이는 거랑 얼핏 보면 똑같다. 단순 확대만 하면 화질이 당연히 떨어지는데, 망원렌즈로 찍는 건 광학적으로 확대된 거라 화질이 유지된다.
대표적으로 8~12mm 정도면 초광각, 16~35mm를 광각, 35~50mm 정도가 표준, 85~105mm는 준망원, 135mm나 200mm이상을 망원으로 분류한다. 이것까지만 배우면 달리 표현이랄 게 없다.
다음 그림처럼 가로수길을 배경으로 친구를 찍는다 치자. 광각렌즈로 해봤더니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왼쪽 위). 초점거리를 바꿔서 망원 화각으로 같은 장면을 다시 찍는다. 당연히, 친구 얼굴이 보름달처럼 화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오른쪽 그림). 친구 손절 당하기 싫으면 뒤로 물러나서 찍는 게 보통이다. 그래야 친구가 아까 전과 같은 크기로 나온다(아래 그림). 어떻게 한다고? 뒤로 물러난다고!
엇... 뭔가 위화감이 든다. 나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보이는 것 같다(공간이 압축된다, 라고 흔히들 표현한다). 거리에 따라 길의 너비도 그만큼 달라보이고. 초점거리를 바꿨다고 길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나무들이 스멀스멀 움직이지는 않았을 텐데.
화각만 좁히는 걸로는 이런 효과를 낼 수 없다. 화질 손상 없이 화면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시늉만 할 뿐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변수는 하나 뿐. 촬영자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것 때문에 카메라~피사체, 카메라~배경, 카메라~전경의 거리와 비율이 모두 달라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카메라와 배경은 고정시켜놓고, 그 사이에 놓인 피사체의 위치만 바꾸면서 크기는 일정하게 보이도록 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피사체가 카메라에 가깝고 상대적으로 배경은 멀 때, 당연히 피사체는 크고 배경은 작게 보여서 원근감이 과장돼 보일 것이다.
이번에는 피사체를 배경에 가까운 곳으로 옮긴다. 멀리 있는 배경이 작게 담기는 건 전과 같은데, 피사체도 만만찮게 멀리 있으니 역시 작은 크기로 찍힌다. 피사체와 배경은 실제로도 가까워졌고, 사진에도 가까운 것처럼 나온다. 여기까진 쉽다.
이 상태 그대로 카메라를 피사체 가까이 옮긴다면? 배경과 피사체가 서로 가깝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럼 둘은 가까워보이도록 찍힐까? 그렇지 않다. 피사체와 카메라도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 비해서 배경이 상당히 멀다면, 사진에서도 그 원근감은 그대로 드러난다.
카메라가 어떻게 느끼는가가 핵심이다. 먼 곳에 떨어진 카메라의 관찰자적 입장에서 피사체들 간의 거리가 고만고만하다면 그들은 서로 가까워보인다. 카메라와 특정 피사체 사이의 가까움에 비해 상당히 긴 거리만큼 떨어진 것들은 서로 먼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시카고와 뉴욕 사이의 거리는 변하지 않는데, 그걸 LA에서 생각하면 상당하겠지만 만약 달 표면에서라면? 구분조차 어려울 시카고와 뉴욕 사이의 거리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으려나.
그러니 광각렌즈로도 한참 멀리서 찍은 다음 확대하면 공간이 압축된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망원렌즈라고 해도 코앞에서 촬영해 파노라마 병합을 하면 시원한 원근감을 표현할 수 있다. 화각보다는 거리가 핵심적인 변수다.
한 가지 예는, 높은 건물이나 기둥 또는 나무를 찍을 때다. 수직선을 가까이 찍으면 뿌리는 가깝고 그에 비해 꼭대기는 멀게 느껴진다. 아래층은 넓게, 꼭대기는 좁게 나올 테니 선이 평행하게 보일리 없다. 멀찍이 도망가서 보면 다르다. 꼭대기는 아까보다 더 멀어졌지만 이제는 1층도 만만찮게 멀어졌다. 둘 다 작게 나오든 한꺼번에 굵게 나오든, 아까보단 더 평행선처럼 보이게 찍힐 것이다. 촬영자의 높이가 높을 때도 원리는 같다.
여친 얼굴을 찍어준다 치자. 적당히 가까이서 찍으면 눈은 가깝고(크고) 턱은 멀다(좁다). 너무 멀리서 찍는다면 눈이나 턱이나, 거리는 고만고만하게 느껴진다. 눈코입은 작아지고 얼굴형은 너부데데하게 나오고 여친은 슬프고 나는 아프고 ㅜㅜ
이제 그만 긴 글을 요약하자.
초점거리는 mm단위로 표시한다.
작을수록 넓은 화각이 화면에 담긴다.
클수록 좁은 프레임을 잡아늘려서 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따라 거리가 바뀌면 원근감이 달라진다.
카메라가 가까우면 공간감이 확대되어 보이고
멀면 거리가 고만고만하니 서로 가까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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