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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경동나비엔 #03 - 숫자들

나그네_즈브즈 2022. 1. 4. 13:36

경동나비엔, 숫자들을 뜯어보자. 겉멋이 들어 언제나 그랬듯 재무상태표부터. 절대액 기준으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가장 크게 늘었다. 좋은 소식은 아니니까 회사와 소통하게 되면 배경 정도는 확인해야햘 것 같다. 법인세부채야 납부해버리면 그만일 테고, 매입채무도 상당폭 늘었다. 뭔가 장사를, 부지런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매출액보다 비용이 약간 더 늘면서 영업이익률은 약간이지만 낮아졌다. 그러면서 맨 아래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었는데, 법인세차감전순이익까지 가기 전 기타영업외수익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이 주석을 확인해보면, 유형자산 처분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라는 걸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 '이전'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젠가 빠져나갈 돈이다. 과거 손익계산서를 모두 추적해보면 평균 순이익률은 5% 정도다.

 


다음은 매출발생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연결재무제표 주석을 차례대로 살펴가면서 만든 그래프는 두 개다. 첫번째가 매출액, 두번째가 순이익이다.

 

경동나비엔은 벌써 60% 넘는 해외매출 비중을 달성했다. 이 숫자 너머에서 내가 맘대로 번역해 읽는 의미는 남다르다. 더 큰 시장을 바라보고 공략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경영진의 비전과 능력이다. 2015년에도 미국향 매출비중은 상당했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상상하고 준비하고 첫발을 내딛었다는 뜻이다.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현지 시장을 철저히 연구했고, 성공의 과실을 기다렸다. 그 노하우를 가지고 다음 국가에 진출했으며, 조급함 없이 같은 확장 방식을 복제해 나갔다.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경동나비엔은 신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뜻이다. 지나간 시간과 놓쳐버린 기회는 되돌릴 수 없다. 지금으로선 경쟁자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가별로 잠재적인 시장규모 추이를 살펴봤다. 미국과 러시아를 채택하고, 중국 시장은 보너스로만 생각하려고 한다.

 

미국은 보일러와 온수기를 각각 고려해야한다. 먼저 미국의 온수기 시장이 연 1.3~1.5% 성장 중이다. 미국의 수입 온수기 시장에서 한국제품(=경동나비엔)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28~32%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니까 성장률을 1.5%로 잡아서 거듭제곱 해줘도 되지 않을까? 2021년 3분기 미국향 매출액이  391,965,836,000 원이고, 온수기 매출비중으로 75%를 가정하자. Full Year 매출을 추정하기 위해 4/3이 곱해지고 온수기 비중을 계산하기 위해 다시 3/4가 곱해지니까 2021년 온수기 매출 규모는 3900억 원 정도로 볼 수 있겠다. 2022, 2023, 2024, 2025까지 4년이니까 1.015를 네 차례 곱해주면 2025년 경동나비엔의 미국향 온수기 매출액이 계산된다. 4140억 원이다.

 

미국 보일러 시장의 경우는 23~25%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 제품의 점유율도 21~23%에서 유지되고 있다. 2025년까지 시장 전체가 1445 백만달러까지 성장하면, 여기에 수입비율 0.23과 점유율 0.23을 곱해서 경동나비엔의 매출을 추산할 수 있겠다. 환율 변동까지 고려해서 최악의 경우 770억 원, 가장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100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종합하자면, 2025년 미국에서 발생할 매출액은 4900억~5140억 원 사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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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경우 2020년 4억4000만 달러 규모이던 시장이 2025년까지 5억77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점쳐진단다. 50%에 이르는 수입 의존도와 나비엔 제품의 점유율 등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 루불화 환 변동을 고려하기가 만만치는 않다. 따라서 그냥 2020년 러시아향 매출액에 시장 성장률을 단순히 곱해서 추산하면 600억 원 정도가 나온다.

 

경동나비엔 해외매출은 2020년 4400억 원이었다. 2025년에는 5600억 원, 만일 중국이 500억 원을 겨우 지켜준다면 6000억 원까지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이면 국내 매출액은 어디까지 성장해 있게 될까?

 

올해 온기(Full Year)를 반영한 국내 매출이 3200억 원(3분기까지 2400억 원이었으니까 4분기에도 800억 원 매출을 거둔다고 상상한다면)이라 가정하자. 현 정부가 추진 중인 205만 호 공급과 차기 정부가 공약한 250만 호 공급 가운데 보수적인 쪽으로 접근한다. 7만 호는 전세공급 물량이므로 새로 건설되는 주택이 200만 호라고 치겠다. 여기에 경동나비엔의 국내 점유율 35%와 2021년 3분기 보고서에 등장한 평균 설치가격 45만 원을 곱해주면 공급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경우 3150억 원의 매출이 추가될 예정이다.

 

일단,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는다. 주택공급으로 인한 매출액 순증가분도 3150억 원보다는 작을 것이다. 그래도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된 대기관리권역이 확대되는 효과와 신규사업인 청정환기시스템 매출을 아울러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국내 매출액은 올해 3200억 원에서 2025년 6400억 원으로 간다고 보자. 이 정도면 가히 찍기게임 수준이 되어버리지만, 나만의 시나리오 정도는 갖는 게 좋으니까.

 

국내외 해외매출을 모두 더하면 1조 2천억 원 정도는 될 것 같다. 순이익도 비례해서 1.2배 성장한다면 4년 동안 이루는 성장속도 치고는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할 수 있는 추가성장은 세 가지다.

 

이 4년 사이에 새로운 국가로 수출 판로가 열리는 시나리오가 첫번째. 미국 현지공장이 가동되어 물류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와 원재료 가격 변동이 주는 이익률 상승이 두번째다. 저탄소 친환경 제품에 대해 시장이 경동나비엔을 재평가할 가능성도 있다. 타이밍의 문제일 뿐, 언제가 됐든 반드시 실현될 시나리오이기는 하다.


1월 1일부터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경쟁사인 귀뚜라미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악재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모골이 송연하다. 최근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둘러싼 국제정세도 리스크다. 러시아는 경동나비엔의 주요 매출처일 뿐만 아니라, 당사가 또다른 수출경로를 확보한다면 아마도 CIS국가들(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했던 '-탄' 국가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타자키스탄) 중 어딘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은 그 자체로도 기회이자 리스크이다.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문장 하나에도 이렇듯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개인적 기록이라지만 오늘 포스팅은 너무나도, 숙제하듯 떠밀려 작성한 느낌이 진하다. 아쉽다. 다음에는 궁금한 점들을 조금 더 정리해서 IR담당자와 통화라도 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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