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이 주제도 굉장히 오랜 기간의 고민거리였다. 감명깊게 읽은 책의 저자들마다 의견이 나뉘었다. 좋은 기업을 싸게 사든, 위대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든, 우선 여기까지는 동의가 이루어졌다고 하자. 그 다음도 문제다. 주식투자, 팔기 위해 살 것인가, 갖기 위해 살 것인가?
이따위 고민을 왜 하냐는 힐난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장사 아니냐면서 말이다. 주식투자의 본질은 매매가 아니라 동업이라는 인식에 이르면, 나로서도 할말은 있다. 이 고민에 동의가 안된다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PER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닐까, 그런 의심마저 든다.
가치투자의 영역에서도 매도를 염두에 두고 매수요령을 알려주는 스승들이 있다. 그래서 이분들의 조언 속에는 '기업이 언젠가 비싸지게 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다. 이익이 성장하고 시장이 그걸 괄목상대하게 될 미래가 그려지는 회사를 고른다. 굳이 비교하자면, 보다 공격적이라고나 할까.
시장이 주목하게 될 정도의 고성장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그런 10루타, 20루타 성과를 내는 종목을 찾기 위해 노력이야 하겠으나, 그게 어렵기 때문에 이익 성장주에 하는 투자는 현실적으로 보유기간이 수 년 정도가 된다.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 PER이 깎여나가기 때문에 주가도 가파르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들을 읽고 두근거리며 종목들을 찾을 때, 이익 성장폭이 큰 데 비해 PER이 지나치지 않은가에 주의하며 PEG를 계산했던 것 같다. PEG는 PER을 EPS성장율로 나눈 값이다. 시장 상황이나 경영진이 가진 성장계획이 직관적이라면 투자한다. 성장이 계속되면 보유도 계속되기는 한다. 앞서도 투덜댔다시피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계획이든 아니든 성장이 둔화되면 엑시트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야 PER의 의미를 영혼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주식을 매수한다는 게 비즈니스를 소유하는 거라는 배움이 선명해졌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유튜브채널 '경제전쟁 꾼'에 출연해 "훌륭한 비즈니스를 소유하는 것까지가 투자의 마무리"라면서 "투자자의 만족은 매각이 아니라 인수하고 보유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머리를 한대 맞았다. 그 느낌은 주식농부 박영옥이 쓴 책 '주식투자 절대원칙'을 읽으면서 강화됐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할 기업을 고르자니, 이번에는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에 눈길이 갔다. 어차피 영영 손에서 놓지 않을 사업이라면 더 비싸진들 어떻고 더 싸진들 어떻겠나. 그러니 장사가 나중에 더 잘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오래오래 잘되는 장사가 더 좋아지는 것이다. 보다 더 전통적인 의미의 가치투자 영역인 것 같다.
그러면 수익성과 지속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충분한 ROA가 오래 지속되어 왔는지를 보고, 그 ROA의 근거가 된 경제적 해자가 실존하는지도 검토한다. PBR이 너무 높아서도 곤란하다. 빌딩이나 회사를 가진 사람더러 '부자'라고 하는 것처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투자자도 조금은 '부자'가 된다.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은 배당뿐이지만, 마음만은 멋쟁이다. 투자자의 만족은 거기서 오는 거라니까. 10년, 20년, 30년도 보유할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넓고 깊은 경제적 해자도 갖춘 게 베스트다. 피터 린치가 조언한 대로, 엔진이 망가지지 않는 한 보유하며 성장을 함께 누리면 된다. 10루타도 되고 20루타도 된다. 그런 완벽한 경우를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나이라든가 소득과 소비 수준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답변이 달라질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내 경우에는, 빠르게 내가 부자되는 게 가중 중요한 상황이다.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서 평가손익이 상승하는 혜택을 나도 좀 누려야겠다.
운 좋게도 내가 점찍은 회사가 '완벽한 레전설 종목'일지도 모른다. 엔진이 부러지지만 않으면 영원히 보유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3~4년이라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2~3년 가져갈 생각으로 산 주식에 몇 달만에도 싫증을 내는 나의 변덕도 레전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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