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철학 멘탈관리

가치투자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려는 지금의 계획, 공부방법, 로드맵

나그네_즈브즈 2021. 12. 18. 18:19

철학이 있는 아래에 전략이 있고, 그 전략을 구현할 몇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류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곳에 적용되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의 '전략'은 모멘텀 플레이, 배당주 투자, 가치 투자의 세 가지 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아직 주린이이지만, 이건 현재의 내 수준에서 정리된 의견 중 일부이다.

 

모멘텀 플레이는 따라잡기 전략이다. 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주도 섹터/테마/업종/종목을 향해 쉼없이 안테나를 세워둬야 한다. 살아나는 파도를 찾아 옮겨다녀야 한다. 기민하지 못하면 리스크만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배당주 투자는 받은 배당금으로 보유한 주식 수를 늘려가며 복리효과를 누리는 방식이다. 주식 투자의 태생이자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잘 진행되는 경우에, 이 전략에서는 매수만 있고 매도가 없다. 보유 기간과 수량이 충분해지면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진짜 '주주'가 될 수 있다.

 

가치 투자는, 앞서 소개한 두 전략의 사이에 있는데, 훌륭한 퀄리티의 BM(비즈니스 모델)을 적절한 가격에 인수하는 데 초점을 모은다. 매수할 때의 스토리가 훼손되면 미련없이 매도할 수도 있다. 반대로, 모든 것이 완벽한 경우에는, 죽을 때까지 주주의 지위를 누릴 수도 있다.

 

내가 전에 하던 건 동전 던지기나 기도 수준에 불과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식을 알게된 지 6년 만에, 나는 투자를 이제야 배우게 됐다. 내가 발 딛고 서게 된 영역은 가치 투자다. 공부라는 걸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면서, 내가 걷게 될 길을 내다보게 됐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최적의 방향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까 이미 이 방식으로 나는 주식 투자에 성공한 부자가 됐다 치고서, 감히, 함부로, 내 뒤에 서 있는 동료 주린이들과 가치 투자를 공부하는 '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공유하려는 것이다.


1. 교과서를 읽는다.
2. 기출문제를 푼다.
3. 모의고사를 푼다.
4. 시험에 응시한다.

 

나는 지금의 직업을 얻기 위해 아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 했고, 성공했다. 그러니 공부에 관해서라면 내 노하우를 믿어도 좋다. 강조하겠지만, 이 절차를 거치면 성공을 보장한다는 게 아니다. (그런 주장은 논리적으로 오류다. 똑같이 했는데도 결과를 얻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있으니까) 오히려 그 반대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이 방식을 따랐다. 

 

이런 주장이 극히 드문 예외만을 가진 '참'인 명제라고 치자. 그러면 자동으로 한 벌의 진리가 더 만들어진다. 그건 바로, 이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낮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분명 시험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공통점에 착안해 썰을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10년 넘는 어린 시절 동안 그것에 길들여져야 했던 공통적 애환을 갖고 있으니까 이해하기 쉬울 거라서다.

 

1. 가치투자 스승들의 책을 읽는다.
2. 과거 사례를 학습한다.
3. 새로운 사례에 적용해 본다.
4. 실전 투자에 조금씩 자신감을 확대해 나간다.

 

스승이나 책은 셋 이하로 충분하다. 깊이 이해하면 뜻은 여러 길로 자유롭게 통한다. 1등을 했던 입학시험 공부를 하며 나는 문제집을 딱 한 권만 풀었다. 대학에 갈 때에도 수학 문제집을 세 권 넘게 풀지 못했다. 올림피아드를 치르기 전까지 두 권의 책만 읽고 또 읽었다. 그것들은, 나를 대할 때마다 더 새롭고 더 진하고 더 단순한 배움을 허락했다.

 

가치 투자의 교과서라는 영역에서도, 불행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양하게 읽은 책을 추천해 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도서관에서 두 차례 빌려 읽었고, 구입해서 두 차례 더 읽었다.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랄프 웬저의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펫 도시의 '경제적 해자', 김현준의 '부자는 이런 주식을 삽니다' 등도 두 번씩은 읽었다. 아무래도 나한테는 피터 린치가 제일 잘 맞았던 것 같다. 선물주는 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과 박영옥의 '주식투자 절대원칙'도 읽어볼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치 투자의 교과서에는 기술적인 관점에 따라 몇 가지 영역이 있다.

 

철저하게 낮은 리스크 부담만을 짊어지는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벤자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하워드 막스, 최준철)와 이익 성장주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가치 투자자들(필립 피셔, 켄 피셔, 피터 린치, 짐 슬레이터, 김현준)은 분명 서로 다르다. 포트폴리오 운영 방식에서도 전자에 비해 후자가 더 화끈하다. 

 

잘 나갈 산업분야 속에서 기업을 찾는 Top-Down 방식(랄프 웬저, 박영옥, 선물주는 산타), 외부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별기업을 일일이 찾아 들춰보는 Bottom-Up 방식(피터 린치, 김현준)도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다. 

 

수트 입은 전문 투자자의 느낌으로 서술한 스승(필립 피셔, 켄 피셔)도 있고, 후드티 입은 옆집 천재 스타일(필립 피셔, 선물주는 산타)도 있다. 뭐든지 첫인상은 극복하기 어려운 큰 영향을 주니까 참고해서 고르되, 균형있는 감각을 지니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몇 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승들이 일관되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 너무 먼 미래, 복잡한 기술과 비즈니스 등등 노력해도 알 수 없는 것에 조금도 걸 필요가 없다. ▲퀄리티에 집중하라. 주가 하락은 '틀린 결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회사가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다면 굳이 서둘러 사업을 접어버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 결코 완벽히 제거할 수는 없는 불확실에 아무 것도 걸지 않는다면 얻는 것도 없을 테니까. 다만 그러려면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한(잘 아는) 회사라야 한다.

 

쿵푸팬더의 명대사. "There is no secret ingredients." 아빠의 국수에 비법 소스는 없었다. 전설의 무공이 담겨있다던 용의 문서에는 자신의 표정만이 비칠 뿐. 자신을 믿어라. 진리는 비법에 있지 않다.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고 간결하다. 숨겨둔 비법은 없다. 큰 스승들의 가르침은 크게는 같고 소소하게만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어울리는 소수의 교과서를 마르고 닳도록 익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가들의 지혜를 뒷받침하는 옛날 이야기들은 교과서 속에서도 물론 예제로 수없이 등장한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예제 풀이를 보는 것과 기출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는 건 그러나 또 다른 차원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많이 경험하는 건 '학습'의 본질이다. 교과서에 등장한 원리들이 적용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여러 회사의 지나간 사례에서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그런 사례들이 정리된 투자 참고서를 따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건방지게도 나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모의고사를 풀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서, 투자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진지하게 비즈니스에 대해 조사한다. 물론 충분히 진지하지만, 이 과정은 어디까지나 '모의', 즉 연습이다. ▲비즈니스의 퀄리티와 가격을 재보는 감각을 기르는 동시에 ▲실전 투자에 즉시 전력감으로 투입될 만한 '아는 종목'들의 풀을 확보하는 차원으로도 충분하다.

 

에스제이그룹, 고려신용정보, 경동나비엔을 살펴본 흔적을 블로그에도 기록하고 있다. 그밖에도 몇 개 더 있다. 앞으로도 더해질 것이다. 첫 스타트를 끊는 문턱이 정말 어려웠는데, 어느덧 경험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결과는 모른다. 모의과정 삼아 조사 중인 기업에 절대 투자해선 안된다는 입장에는 유보적이다. 정찰병이 있다면 더 실감나기는 할 것이다.

 

책을 읽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지만,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깊어지는 데는 수 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지나간 사례들을 여럿 찾고 새로운 연습거리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짧아도 1~2년은 걸리지 않을까?

 

이렇게 경험과 훈련의 수준을 높여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때가 올 것이다. 시장이 통채로 무너지든지, 조사해 둔 회사 앞에 상상만 하던 엄청난 기회가 현실로 닥쳐온다든지 하는 그런 때가, "왔구나"하고 느낄 것이다. 가치 투자자로서 데뷔할 적당한 순간은 바로 그런 때가 아닐까. 


내게는 아직 투자가 혼란스럽고 외로운 때가 더 많다. 그럴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교과서를 꺼내 선생님을 만난다. 이렇게 얄팍한 수준인데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 아는 듯 글을 썼다. 사실은 내 스스로를 자극하고 다독이려는 마음에서다.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가 나에게 다그치는 불호령이며, 불안을 밝혀줄 등불로서 이 글을 쓴다. 언젠가 이 건방진 상념때문에 얼굴 싸쥐고 이불킥하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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