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는 '잘 아는,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노력해도 파악되지 않는 영역이 감추어 둔 기회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는다. 공상과학을 막 구현해 낸 최신 기술분야라든가 거시경제 지표의 움직임에 가치투자자들이 무관심해 보이는 것도 그런 사연에서다.
피터 린치는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턴어라운드 기업, 블루칩, 자산주 등등에도 투자했는데, 특히 자신이 '고속 성장주'로 분류했던 빠르게 확장하는 신생 소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월마트, 나이키, 타코벨, 스톱앤드숍, 맥도날드, 라 퀸타 모터 인, 도미노피자, 쉐이크쉑버거, 치폴레, ... 이 회사들은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넓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 해외로 복제해 나가며 확장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달인의 찜닭, 텐퍼센트 커피, 자담치킨에 투자하고 싶다. 내가 동네에서 발견했다면 둘 중 하나다. 전국에 쫙 깔렸거나, 이 지역에서 막 성공하기 시작한 브랜드이거나. 만약 후자라면 그 퀄리티를 보증할 수 있는 내게도 분명 강점이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모두 비상장 회사다.
교촌치킨이나 맘스터치는 어떨까. 이 제품은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상장도 되어있다. 딱 한 가지 문제는, 전국에 매장이 이미 쫙 깔려서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러면 미국의 어느 동네에서 야금야금 성공을 복제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어떨까. 그 회사가 미래의 스타벅스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모든 게 완벽하겠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그런 아이디어를 발견할 가능성이 너무나 낮고, 어찌어찌 그런 정보를 주워듣고 투자를 했다고 해도 퀄리티를 모르니 보유하는 내내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드넓은 해외시장에서 확장하는 작은 기업에 투자하려니 '잘 아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점이 걸린다. '잘 아는' 국내에서만 투자하려니 기회가 너무 적은 것 같다.
기회는 확실히 붙잡는 게 중요할 뿐, 반드시 풍부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작은 시장에서 큰 시장으로 확장하는 사업의 성장을 오랜 기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국내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회가 아예 없는 것만 아니라면, 부족한 건 문제되지 않는다. 왔을 때 제대로 붙잡는 것으로도 성공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거꾸로 생각해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어차피 국내 시장은 좁아터졌으니까, 우리나라에서의 포화상태를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작은 나라에서 성공한 작은 기업이 해외로까지 판로와 브랜딩을 개척하는 과정은 어렵고 길 것이다. 하지만 인수한 내 회사와 성장을 누릴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충분하다는 뜻이 된다.
생각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만 더 기록해 두자. '잘 아는'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상과 벌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면 두려워진다. 투자에는 용기가 가장 중요한데도 말이다. 가슴 뛰게 하는 종목을 찾았을 때는 당장 내일이라도 나를 버려두고 가격이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만 같은 두려움과 맞서야 한다. 시장의 오해에 직면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에도 용기는 필요하다. 두려우면 오래 보유할 수가 없다. 싸져도 팔고 싶고 비싸져도 팔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을 팔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헤어지고 나니 다시 그리웠던 경험, 놓아주고 나니 더 잘 되는 걸 보며 배 아팠던 경험이 우리를 다시 두려움 앞에 데려다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어떤 사업을 발견한다. 충분히 조사한 뒤에 기다렸다가(용기), 모두가 이 회사를 외면할 때 싼 가격에 줍줍(용기)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오래오래 지속된다. 성장과는 별개로 가끔씩 가격이 저렴해지고 보유 주식 수를 늘린다(용기). 어쨌든 죽을 때까지도 사업을 매각할 이유가 없고, 수익률이 백배, 천배에 이르러도 계속해서 보유한다(용기).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되는 거의 모든 과정에는 투자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경제적 해자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만 기업이 할 일이고, 나머지 영역들은 모두 투자자에게 용감해지기를 요구한다. 그러려면 '잘 아는' 비즈니스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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