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PER의 의미와 성장주 투자

나그네_즈브즈 2021. 10. 19. 16:28

두 줄 요약

순이익이 증가하는 성장주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빠르게 낼 수 있다
PER은 어떤 기업에게 시장이 기대(예상)하는 순이익 증가율

 

여러 논란을 낳을 수도 있는 요약이니까 지금부터 두서없이 설명을 해보겠다.

 

성장주는 회사의 이익이 성장하고 있는 주식을 가리킨다. 미래모빌리티, 2차전지,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인터넷플랫폼,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종이 대표적이기는 하다. 이들 분야의 시장이 확장되고 있어서 소속 기업들의 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쉽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업종에 따른 성장주 정의는 표면적이고 결과적인 분류라서 이 구조에만 갇히면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나 월마트도 처음에는 성장주였다. 침체하는 산업군, 축소되는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사업모델을 갖춘 기업이 이익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을 수도 있다.

 

앞서 메모한 글에 등장한 '3년에 따블' 식의 빠른(?) 고수익이 성장주 투자에서 가능한 근거가 있다. 단순하게 말해서, 결국 주가는 순이익과 시장 평가의 함수다. 기업의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거나 또는 그러한 탄력(관성, 모멘텀)에 시장이 뒤늦게 홀딱 반해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순이익이 가장 중요한 이익지표이냐는 쟁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서만큼은 순이익과 EPS로만 이익을 표현하려고 한다. 위 단락에서 언급한 주가=f(이익, 평가) 의 함수관계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자면 다음과 같다.

 

주가 = EPS × PER
시가총액 = 순이익 × PER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는 표현)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줄다리기로 가격(주가 혹은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방식을 통해 주식에 PER을 부여한다. 매겨진 PER이 높아진다는 말은 주가가 올랐다는 것과 동의어다. 시장이 부여하는 PER에는 '진짜 의미'가 있다. 이것은 시장이 이 주식회사에 기대하는 이익 성장률이다. 여기에 세 가지 정도의 의문점이 남는다.

 

하필이면 왜 순이익 성장률인가?
초과성장을 했는데 왜 PER은 그대로인가?
이익이 늘었는데 성장이 느려졌다고 PER을 후려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사실 PER을 계산하는 정의와 '기대 이익성장률'이라는 정의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PER)이, 이익의 증감을 이익으로 나누고 100을 곱한 숫자(이익의 %증가율)와 같아야 할 이유라는 게... 어찌보면 없는 게 당연할지도. 단위로만 따져봐도 같은 결론이다. 둘 다 '비율'이라는 공통점에 아무리 근거하더라도, 단위가 없는 개념(PER)이 % 단위를 가진 개념(증가율)과 같아야 할 개연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서 발견되는 딱 한 가지 논리적 연결은 '귀납성'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시장이 부여했던 PER은 기업이 거둔 이익 증가율과 comparable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두 가지다. PER은 노이즈를 포함할 수 있고, '기대'에 대해서만 보상한다는 점이다.

 

Comparable하다는 표현은 단순히 '비슷하다'는 의미에 국한되기 보다는, PER이 이익 증가율을 '추종한다'는 쪽에 더 어울린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을 추종하는 주가가 이익의 추세를 따르면서 그 기준을 중심으로 들쭉날쭉한 노이즈를 보이는 것처럼, PER도 이익 증가율을 따르지만 그보다 높거나 낮은 시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필립 피셔, 피터 린치, 짐 슬레이터, 랄프 웬저, 마이클 모는 PER이 성장률에 비해 얼마나 낮은가를 가늠하기 위해 PEG(Price/Earnings ratio to Growth) ratio를 참조했다. EPS는 30% 성장하고 있는데 PER이 15배라면 PEG는 15/30, 즉 0.5가 된다. 보통은 1 근처에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대로, 이익이 연평균 5%씩 성장하는 회사 주식이 PER 7배에 거래된다면 PEG는 7/5=1.4, 그러니까 다소 비싼 편이라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부연 설명은 시장이 (과거에) 부여했던 PER이 비교되는 대상이 (향후에) 기업이 거두게 될 이익 증가율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내가 제기했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PER은 지나간 성장(혹은 후퇴)에 대해 보상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시장이 10배의 PER을 부여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기업의 이익은 20%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반드시 가격을 2.4배(기존 EPS 1배 × PER 10배 → EPS 1.2배 × PER 20배) 올려주지는 않는다. 지나간 성장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면 PER은 '기대되는 가능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을 것이다. PER이 미래 성장율에 비해 낮은 시기에 운 좋게도 그런 회사를 발견했다면, 성장주 투자자로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같은 논리로 봐서 향후 이익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점쳐진다면, 시장은 가차없이 PER을 후려친다. 40배의 PER 평가를 받으며 40%씩 성장하던 회사의 이익 증가율이 앞으로는 10%로 낮아질 예정이라고 하자.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 비즈니스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시장은 회사의 주가를 거의 1/4토막 내버릴 수 있는 무자비함을 갖추고 있다. 

 

너무 가혹하지 않냐는 항변은 나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소개한 시장의 PER 부여 방식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기대 이익증가율'에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방침에만 따를 뿐 그렇게 정의하는 이유 자체는 순전히 미스터 마켓의 변덕에 달린 일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제 더이상 학자가 아니라 투자자니까, 더이상 원리를 탐구하기보다는 단순히 써먹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높은 EPS 성장율이 기대되지만 그에 비해 낮은 PER에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두면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강조했듯이 시가총액(가격)은 순이익과 PER의 곱이다. 투자자의 예상대로 이익이 성장하면 (PER이 꿈쩍않더라도)일단 주가는 늘어난 이익에 비례해 견인될 수 있다. 만약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성장에 매료되면 그에 상응하는 수요가 발생해 높아진 PER을 부여(re-rating)할 가능성도 있다. 

 

순이익이 26%씩 세 차례 늘면 딱 2배가 된다. 성장 속도가 이보다 느리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이 성장을 재평가하기 시작하면 "3년에 따블" 같은 고속 증식이 가능하다는 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단, 이렇게 PER의 성질을 잘 이용하려면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는 성장율에 비해 너무 높은 PER일 때 진입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성장이 둔화되고 PER이 찌그러지기 전에 도망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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