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 몇 개를 소개하면서, PER과 PBR에 대해 설명했다. 내 개인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있었던 의문과 해답에 대해 드디어 기록해 둘 순서가 됐다. 멀티플이 몇 배니 하는 전문가들의 분석 내지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몇 배라고 하는 단위가 같은 걸 보면 PER이나 PBR을 가리키는 듯한데, 분명 숫자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안전마진을 이해하면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가치와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 왜 멀티플은 부르는 놈마다 제각각인지. 한 계단 성장이 있는 이럴 때는 기록을 해야 한다.
<당신의 세뇌를 위한 두괄식 요약>
* 안전마진 = 가치 - 가격
* 가치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잠재력,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 현재의 포지션이다.
* 멀티플은 가치지표이고, PER/PBR은 가격지표이다.
하워드 막스의 메모를 번역하면서, 그가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치주를 거래하는 게 가치투자인 것은 아니다. 가치투자가 대체 뭔지, 그 정의는 잘 모르겠다. 문외한으로서 갖게 되는 느낌 상, 저렴하게 주식을 매수하는 걸 엄청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인 것 같기는 하다.
사실 이렇게만 보면 가치투자를 반쪽만 이해하는 게 될 수 있으니까, 대신 그들 속에서 두 가지 커다란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그 이유를 배울 수 있다. 가치투자에서는 ▲"미래에 대해 우리가 모른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혹은 그래서, ▲안전마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언제가 고점이고 또는 저점인지 아는 것(마켓 타이밍)도 불가능하다. 앞날을 내다보고 준비하고 싶은 본능에서 냉정하게 돌아서 멀어져야만 한다. 이걸 인정해버리면 투자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법도 하다. 그래도 길은 있다.
하워드 막스의 말마따나, '예측이 필요치 않은 투자'를 하면 된다. 내 결정이 틀린 것이어도 괜찮은 투자를 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잃지 않으면 된다. 할 수 있는 한 싸게 주식을 사야 한다. 이걸 위해 탄생한 개념이 안전마진이다.
안전마진은 회사의 가치에서 가격을 뺀 만큼을 의미한다. 가치는 투자자가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하는 잠재력이고, 가격은 시장의 참여자들이 거래를 통해 함께 결정한 현재의 포지션이다. 2021년 8월 18일 삼성전자 종가로 73,900원이 버젓이 찍혀 있는데, 이걸 나혼자 방구석에 앉아서 '가격이 8만 원이네'라며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격은 알아보기가 아주아주 쉽다. 각종 금융정보 사이트와 증권사가 제공하는 HTS/MTS 등등, 분 단위로 가격을 표시해주는 플랫폼이 도처에 깔려있다. 문제는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주식의 가치가 얼마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가 유일한 대답일 것이다. 소개했듯, 그건 개인 주관의 영역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라고 해도, 내가 평가하는 만큼과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매기는 만큼이 다를 테고 이유도 제각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모른다'고 할 수밖에. 그렇다면 차라리 잘 됐다. 정답이 없다면 오답도 있을 수 없다. 죽이 됐든 밥이 됐든 가치라는 것은 '일관된 방식으로' 평가하기만 하면 된다.
미안하지만 한번만 더 강조해야겠다. 가치는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하는 잠재력이고,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를 주고받으며 결정한 현재의 포지션이다.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멀티플과 PER/PBR이 서로 다른 이유다. PER이나 PBR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가지고 계산한 결과다. 10억을 버는데 시가총액이 100억인 주식의 PER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애널리스트가 "이 회사는 시장에서 PER 15배를 인정받아야 해"라고 '주장'(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일 뿐이다)한다면, 그가 부여하는 멀티플은 15배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만한 평가를 받을 잠재력이 있다는 말이다. 다른 애널리스트가 "이 회사는 PBR 1배도 과분한데 시장은 1.5배까지 올려놨군"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가 주는 PBR 멀티플이 1배라는 소리이다.
멀티플과 PER/PBR은 숫자로 보면 우연히 같거나 다를 수 있지만, 순전히 다른 개념이다. 멀티플은 가치지표이고 PER/PBR은 가격지표이기 때문이다. 같은 종목이라도 이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마다 생각하는 멀티플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은 PER/PBR을(하나 뿐이고, 달리 계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쳐다보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가치를 평가할 때, 당연히 멀티플을 비롯해 무한한 경우의 수의 방법론이 있을 수 있다. 내 주특기(반복학습, 세뇌교육)를 또 발휘하자면,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으니 '일관된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마진이 크다는 것은, 가치와 가격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해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한다는 말은, 가치에 비해 가능한 한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뜻이다. 내 생각에는 높은 멀티플을 받을 자격이 있는 주식을 가능한 낮은 PER/PBR에서 매수하겠다는 얘기다. 어떤 미래가 찾아오든 상관이 없다. 틀려도 괜찮다. 낮은 데서는 떨어져도 크게 아프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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