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3년에 따블?" 결국, 성장주 투자로 들어서다

나그네_즈브즈 2021. 10. 16. 20:07

언젠가 내 투자의 지상과제는 생존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시장평균(베타)을 따라가는 데 그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시장보다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알파 헌터', 또는 적극적(enterprising) 투자자다. 그래서였을까. 상반기부터 경기민감주를 담아낸 포트폴리오가 탐탁치 않았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매크로(거시경제) 변수를 의식해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는 갸륵했는데, 수익이 밋밋했다.

 

지난 여름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를 펴낸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의 기사를 읽었을 때가 특이점이었다. 시황이 나쁠 때 나를 비롯한 우리 회사 직원들은 '논다'라는 발칙한 고백을 보면서 일단은 그를 믿게 됐다. 클라이막스는 다음 멘트였다. "3년에 따블(두 배 수익)날 종목들은 언제든 고를 수 있다. 분산투자는 변동성을 줄일 대책이다. 개인투자자의 목적이 변동성 줄이는 건가? 잘 아는 회사에 집중투자 하셔야 된다"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익이 반복해서 늘어나는 기업에 적당한 가격으로 올라타는 전략. 어디서 귀동냥으로 들어본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과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빌려와 읽었다. 마이클 모의 '내일의 스타벅스를 찾아라'도 읽고 짐 슬레이터의 '돈이 불어나는 성장주식 투자법'과 랄프 웬저의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도 빌려와 다시 읽었다.

 

이걸 이해하고 나니까 예전엔 귓등으로도 수긍할 생각 못했던 변두진 대표의 '순이익이 늘고 ROE가 유지되는 기업'과 박세익 체슬리 전무의 '52주 신고가를 내는 주식'이라는 맥락도 소화가 됐다. 예전에는 '비싼 주식 추천하는 사기꾼' 정도로 생각했던 분들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성장주 투자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이 많은 스승들이 일관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점을 이제야 깨닫는 내 멍청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회사에서 맡게 된 업무 때문에 9-10월 정신없이 바빴고, 건강에 균열마저 생긴 터라 블로그는 관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그 사이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았다. 주린이 시절 차트기법으로 접근해 보유하던 코스닥 마이크로 종목들(기산텔레콤, 엑사이엔씨, KH 일렉트론)을 정리했다. 말도 안되는 기대 배당수익률을 적용받던 대신증권2우B는 너무 많이 올라 수익을 실현했고, 그밖에 인플레이션 햇지용으로 가져간 S-OIL 우선주와 은행주와 YG엔터는 52주 신고가를 내며 조정장을 역주행하고 있다. 비슷하게 '유아독존'을 외치던 JP모건과 테슬라 주식도 정리해 수익을 챙겼다.

 

오래 자리를 비워두었고 생각도 많았고 결심도 선 만큼, 앞으로 기록할 글도 마음 속에 제법 쌓였다. 성장, 멀티플, B2C, 경제적 해자, 매크로, 퀀트, 프로그래밍 진행, 기업분석 등등. 고민의 흔적들을 지나가는 나그네들과 두런두런 나눌 시간은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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