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재무제표 걸음마 : PBR, PER, ROE 그 삼각관계에 대하여

나그네_즈브즈 2021. 8. 4. 11:47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가 포함된 재무제표는 기업의 CT 사진이다. 주가 차트나 기사에서 보이는 허우대, 그 안에 뭐가 어떻게 들어있는지를 말해준다. 그 자체로는 과거가 기록된 숫자들에 불과할 뿐 미래에 대해서는 조금도 말해주지 않지만, 투자자는 그 행간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끔찍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가격은 시가총액에 담겨있지만 가치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에서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가치투자자들은 어떤 주식이 가치에 비해 저렴한가 아닌가를 따질 때, 재무제표 속의 그 무언가와 시가총액을 비교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추구되어 온 평가기법 두 가지를 소개할 텐데, 이 둘은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강조할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PER(Price to Earnings Ratio)은 P/E ratio로도 불리는데, 손익계산서의 '순이익'에 비해 시가총액이 얼마나 비싼가를 따지는 지표다. 그러니까 식으로 표현하자면 PER(P/E ratio) = 시가총액 ÷ 당기순이익 처럼 표현될 수 있겠다. 누군가는 주가를 EPS로 나눠야 한다고 하는데, 똑같은 거니까 제발 무식한 채로 나대지 말자. 시가총액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발행주식 수로 나누면 주가와 EPS(Earnings Per Share, 1주당 순이익)가 된다. 오, 벌써 PER도 배우고 EPS도 배웠다. 됐고, 당연히 PER이 낮을수록, 즉 돈은 잘 벌고 시가총액은 작을수록 가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PER은, 약간 우회하는 다른 방법으로도 산출될 수 있다.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자산을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한 바 있다. 퀀트 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다른 방식은 ROE가 높고 PBR이 낮은 쪽을 선택하는 로직인데, 회사가 자산을 얼마나 잘 굴렸으며 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가를 따지는 기준이다.

 

ROE(Return Of Equity)는 자본총액(Equity)에 대한 당기순이익(Return)의 백분율이다. ROE = 100(%) × (당기순이익 ÷ 자본총액) 대로 계산하면 된다.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잘 굴렸는가를 판단하는 투자지표다. 자산은 부채와 자본으로 구분되는데 우리 같은 주식 투자자의 돈이 꽂혀있는 자리가 자본이니까 엄밀히 다시 표현하자면, 기업이 투자금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ROE가 크면 소자본으로도 큰 수익을 내는 형편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순이익이 크면 분모가 되는 자본의 이익잉여금이 그만큼 크게 늘어나니까 높은 ROE가 유지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까리하게 영어로 쓰고 싶었지만 PBR은 약어를 까먹었다. PER과 약간 다른데, 재무상태표의 '자본총액'에 비해 시가총액이 몇 배나 되느냐를 따진다. 즉, PBR = 시가총액 ÷ 자본총액이다. 

 

ROE와 PBR에 공통적으로 '자본'이 들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보자. 서로 어떻게 잘 곱해서 자본총액이 서로 소거되도록 만들면 당기순이익과 시가총액 사이의 비율, 즉 PER이 될 수 있다. 아래 나타낸 식처럼 PBR을 ROE로 살포시 나눠보면 PER이 계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ROE가 크고 PBR이 작으면 PER도 작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회사가 자본을 굴려서 이익을 잘 내는데도 자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높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이익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는 얘기로도 풀이된다. 자본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이익에 대한 시장의 평가로 치환할 수 있게 되는 데는 ROE의 매개체 역할이 주효했던 것이다.

 

PER, ROE, PBR 사이의 관계

 

PER 속에는 과정이 함축되어 있다. ROE가 크고 PBR이 적당하든, ROE가 적당하고 PBR이 더 조그맣든, 모두 낮은 PER로만 보일 뿐이다.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고 과정에 관대한 투자자라면 낮은 PER 기업을 찾는 편이 낫다.

 

반면 ROE와 PBR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흔히 ROE는 성장성, PBR은 성숙도를 측량하는 문법으로 이용된다. 이들을 뭉뚱그려 '돈 잘 버는데 싼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떻게?' 라는 질문을 추가하는 디테일이 필요하다면 ROE가 높으면서도 PBR은 낮은 주식을 골라야한다.

 

부연 설명하자면, 항을 요리조리 옮겨 PBR을 PER로 나눈 백분율이 ROE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건 시가총액을 소거시킬 공통요소로 파악한 계산이다. ROE가 커지는 데에 PBR이 너무 작은 건 도움이 안된다. PER이 적당히 커지면 PBR도 따라서 늘어야 한다. 뭐 결국 고평가라는 얘기가 된다. 반대로 ROE가 커야 하는데 PBR이 상당히 작다면, PER도 낮아야, 즉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PER, ROE, PBR은 삼각관계니까 요리조리 돌리면 어떤 스토리도 될 수 있다. 헷갈릴 수도 있으니 PBR은 PER×ROE,  즉 PEROE라고 외우자. PBR은 PEROE다. 이 시리즈가 재무제표 '걸음마'이니만큼, 이것만 안다고 투자를 다 배우는 것도 어차피 아니다. 다만 이 조차도 모르고 뎀비는 건 불쌍한 하룻강아지 꼴일 수도 있으니까. 뿌려둔 씨앗이 자라는 동안 공부하는 건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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