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수소와 메타버스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다가 유퀴즈에 강방천 회장이 출연했던 영상을 보게 됐다. 강 회장의 리즈시절 투자 아이디어를 복기하다 보니, 문득 공통된 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이 공통점은 비단 이 분만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와 한데 묶여 일맥상통하는 성격이 강했다.
강방천 회장이 술회한 스토리에는 세 차례의 점프업이 등장한다. 환율과 부동산 가격을 보고 달러를 매수해 환차익을 얻은 이야기, IMF 시절 자본주의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증권업종에 미래를 투자한 내용, 그리고 쇼핑의 새물결을 통해 운송업종의 가치를 발견한 경험 등등이다.
가까운 지점에서는, 존 리 대표가 반도체에 도전한 삼성전자를 통해, 그리고 이동통신 혁명에서 SK텔레콤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둔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소한 통찰력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점 외에 공통점을 더 보이기 위해 다른 썰을 조금 더 가져오도록 하겠다.
185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됐다. 많은 노동자들이 금을 캐기 위해 광산으로 몰려들었다. 그 시기에 큰 돈을 벌어들인 사람은 소수의 광부와, 청바지를 판매한 리바이스였다. 아래 영상에서 보면 이런 사례는 더 있다. 1960~70년대 미국에 고속도로를 건설한 건설사들보다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석유를 판매한 오일기업들이 80년대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었다. 전 세계에 네트워크 케이블을 설치한 회사들이 아니라, 그 속을 돌아다니는 데이터 기업들이 큰 성장을 이룬 것도 비슷하다.
내가 주목하는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인프라 기업이 아니라 트래픽 기업이 성공한다는 교훈이다. 금광이라는 인프라 말고 광부라는 트래픽, 고속도로 말고 자동차와 석유,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주식 투자자들, 확대 보급된 PC를 꿰는 반도체와 윈도우 운영체제, 네트워크 케이블을 통해 움직이는 inter-network 데이터들, 이동통신 인프라를 이용하는 통신 서비스의 수요와 판매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택배회사까지. 재주는 인프라가 넘고 재미는 트래픽이 본 사례들이다.
또 이들 사례에서는 모두 경쟁이 거의 없거나 치열하지 않았다는 점도 발견한다. 새로 막 태어나는 산업이거나 다윈의 진화론에서처럼 특정 임팩트 때문에 산업 전체에 커다란 구조조정이 있은 후 소수의 생존자들이 벌인 파티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레슨을 무턱대고 적용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필부의 안목으로 새로운 인프라를 발견하는 것도, 심지어 독과점 형태까지 띤 시장을 찾는다는 점이 말이다. 이상하게도 속이 탔다.
달리 발견한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는 지점을 포착했다는 데에 있다. 이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들이 일을 하고(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사람들이 돈을 벌고(광산에서 금을 캐거나 주식투자를 한다거나), 사람들이 돈을 쓰고(집에서 즐기는 쇼핑), 사람들이 이동하거나(고속도로와 자동차 이용) 서로 연결되는(휴대전화와 인터넷)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는 새로운 인프라를 요구했고, 트래픽이 성장했다.
이런 변화들은 비가역적인 것들이었다. PC로 작업하다가 다시 손으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다시 유선전화로 돌아간다든지, 자동차를 샀다가 불편해서 다시 기차를 타는 일은 적어도 큰 흐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삶은, 마치 영리하게 설계된 통발에 입장한 물고기처럼, 새로운 트래픽 속으로 쉽게 들어왔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건 많은 편익을 지불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리하면 이렇다. 일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이동하거나 연결되는 기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생긴다. 새로운 인프라가 깔린다. 소수의 영리하고 재빠른 기업들이 트래픽을 독차지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트래픽에 중독된다.
그러고보니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부터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교통과 통신이 발달했다지만, 생각의 전염이 손길을 뻗치지 못한 촌구석에 사는 나로서는 그 길이 요원해 보였다.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에 놀러 가 친구도 만나고 세상 구경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중국 상하이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이어 나갔다. 어떤 변화가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을까?
나는 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에너지에 있어서 우리는 30여 년 만에 다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모든 경제활동에서 전기는 필수적이다. 자동차와 공장을 전기로 굴린다고 해도, 탄소발자국을 끝까지 따라가면 그 전기조차 뭘로 만들었냐는 물음 앞에 대답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물러나는 화석연료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 간헐성은 문제다. 그 사이를 채우게 될 트래픽이 ESS와 스마트그리드, 그리고 수소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ESS와 여기에 사용되는 2차전지는 투자처로서 벌써 너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스마트그리드는 트래픽이라기보다 인프라의 성격을 더 짙게 띠고 있다. 수소는 다르다. 생산, 보관, 유통, 발전에 이르는 밸류 체인 자체가 거대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석유처럼 에너지를 머금고 이동하는 트래픽 역할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여전히 필요로 하는 신산업이다. 뻗어나갈 시장의 크기에 비하면 여전히 경쟁자의 수가 적다.
또다른 변화의 물결은, 우리가 일하고 돈벌고 소비하고 연결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메타버스다.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어쩐지, 앞으로 사람들이 더 자주 집에서 일하고 더 실감나게 쇼핑하며 보다 편리하게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가능하게 해줄 도구가 메타버스 아닐까.
아직은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호라이즌, 제페토, 이프랜드가 저마다 '1등'을 자처하거나 꿈꾸고 있는 '멀티버스'에 그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이어줄 하드웨어도 여러 기업이 제각기 내놓고 있다. 콘텐츠도 초라하다. 하지만 인터넷도 예전엔 그랬다. 온갖 웹페이지들이 따로 놀았다. 지금에 비하면 형편없었던 온갖 스마트폰 모델들도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제각기 군웅할거했다. 그래서 그 시대가 안왔나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메타버스는, 도착한 미래다.
미국에서 메타버스에 가장 절실한 곳은 뜻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일 것으로 생각된다. MS는 스마트폰 트렌드에서 저지른 헛발질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를 갈고 있고,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에서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겪고 있는 페이스북 역시 새로운 플랫폼 전쟁에서만큼은 주인공 배역을 원할 것 같다. 현재로선 페이스북이 가장 메타버스에 가깝고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라는 VR 디바이스나 호라이즌 때문만은 아니다. AR 디바이스와 스페이셜, 인피니티 오피스 플랫폼을 한꺼번에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서 결론은, 얘기했잖아. 수소와 메타버스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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