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큐브, 딜리, 엑사이엔씨, 기산텔레콤은(이하 원딜엑기) 코스닥 중소형주들이다. 이 종목들로 수익을 올린 적이 있거나 올리고 있다. 그밖에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모두 목표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종목에 투자하던 시절에는 거시경제나 뉴스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투자전략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대형주 매매를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경기민감주로 모멘텀 플레이를 하는 도중에는 희한하게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매월 두 차례씩은 반드시 원딜엑기를 검색했던 방식대로 다른 종목을 찾아보곤 하는데, 상승장이라 그런지 1~2월 이후로는 적당한 목표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원딜엑기를 검색하는 과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파이썬에서 만들어 둔 함수를 이용해 모든 종목의 차트를 최근 것으로 업데이트한 뒤에 적당한 조건을 넣어 1차적으로 추려낸 결과를 엑셀 파일로 저장한다. 그러고나면 HTS 관심종목에 이 엑셀파일에 담긴 종목들을 넣고 관리종목, 거래정지 등등을 제외하는 조건검색을 한번 더 거친다. 파이썬에서 맨 처음의 검색과정을 거칠 때, 다시 두 가지 시도를 해보곤 한다. 일봉 캔들을 기준으로, 상장 이후 4000개 이상의 데이터를 가진 것과 3000개 미만의 데이터를 가진 것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아직 재무제표 필터링이 개발되지 않은 이유로, 6월 말까지 최종 단계까지 검색된 것들은 죄다 부실종목들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시도한 검색결과는 더 참혹했다. 4000일 클래스에서 종목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 거였다. 부실종목들마저 이제는 오르지 않은 게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3000일 미만 클래스에서도 여전히 걸려드는 건 단골 부실종목들 뿐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이라는 게 조금 생겨났다고 할까. 그래서 원래 코스닥으로만 정해두었던 검색대상을 이번에는 코스피까지 넓게 잡아봤다. 이렇게 해도 4000일 클래스에서는 성과가 없었다. 그나마 저장된 엑셀파일에서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우선은, 지금의 증시는 고점에 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다. KODEX, TIGER, KINDEX의 인버스 ETF들이 저평가 영역에 와 있다는 결과를 받아들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IPO 광풍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유상증자 규모가 작년 대비 300% 늘었다는 뉴스도 기억났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가격을 방어해 줄 수요(유동성)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 달콤한 상상은 분명 아니다.
두번째는, GKL(Grand Korea Leisure 라고 한다. 맙소사)이라는 종목이 눈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 운영사이다. 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올해까지 작년보다 더한 적자가 이어진 후 내년에서야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시장이 실적을 언제나 6개월~1년 선반영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래서 아직 덜 올랐구나'하는 안도감이 든다.
수급도 확인했다. 한국관광공사가 51%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면서,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1월에 비중을 늘렸다가, 4월에 다시 줄였다가, 5월에 조금 다시 늘린 모양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델타변이가 수도권에 4차 대유행을 만들고 있지만, 기사 몇 편의 뉘앙스로 봐서는 더 나올 악재가 없다고들 하는 것 같다.
카지노는 면세점, 호텔, 관광, 엔터, 백화점, 영화와 함께 대표적인 소비 관련주로 묶인다. 경기재개, 리(re-)오프닝, 콘택트 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 투자심리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점, 기술적으로 결정한 나만의 목표가 35,000원이 확실하고 상승여력이 충분히 남았다는 점이 메리트다.
반면 코로나19 회복이 결정된 미래인가 하는 물음이 지워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GKL이 컨센서스처럼 실적을 회복하려면 외국인 VIP들이 입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올까? 어떤 영국 학자의 예상처럼 인류가 영원히 코로나19와 동거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코스닥 종목을 검색해 성공을 거두었던 방식으로 코스피 트레이딩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도 꺼림칙한 부분이긴 하다.
사실 백신을 만든다는 게 말처럼 그리 간단치가 않다. 돈 쥐어주고 짜낸다고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바이러스 백신은 더 그렇다고 느껴진다. 인류는 감기조차도 정복하지 못했잖은가. 독감 백신이 참 특별하고 다행스러운 경우였다고 봐야한다. 게다가 COVID-19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들로 알려진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들도 백신을 만들지 못했다. 천만다행으로 걔네들이 '알아서' 잠잠해져 준 것 뿐이다. 논문으로만 존재하던 mRNA 백신기술이 임상에 사용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는 장밋빛 미래를 확신할 수만 있다면 GKL 투자는 괜찮은 장사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이지만, 투자에서 확신만큼 아찔한 것도 없다는 걸 배워왔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들을 납치해다가 카지노에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사업보고서에서 '사업의 내용' 파트를 분석한 뒤에 코로나19 극복 실패 시나리오를 햇지할 수 있을만한 다른 투자처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투자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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