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재무제표 걸음마 : 손익계산서(매출, 영업이익, 순이익)는 정말 쉽다

나그네_즈브즈 2021. 7. 29. 10:58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가 포함된 재무제표는 기업의 CT 사진이다. 주가 차트나 기사에서 보이는 허우대, 그 안에 뭐가 어떻게 들어있는지를 말해준다. 그 자체로는 과거가 기록된 숫자들에 불과할 뿐 미래에 대해서는 조금도 말해주지 않지만, 투자자는 그 행간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끔찍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던 그 친구는 이제 민족의 기수, 배달기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자산을 굴려서 현금흐름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래봤자 시간이 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돈을 얼마나 벌었고 얼마나 썼는지를 기록해 둔 자료가 손익계산서이다. 어렸을 때 학교 숙제로 구경해봤던 용돈기입장이랑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역시 실제 손익계산서를 열어보면 계정과목들이 자세히 적혀있으나, 크게 흐름만 익힐 목적이라면 매출액-매출총이익-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하다. 이제 친구의 용돈기입장으로 가보자.

 

이 녀석 1년 동안 벌어들인 원금이 300만 원이다. 아무것도 빼지 않은 원금은 매출액이다. 배달서비스라는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직접 투입된 비용들이 있을 것이다. 120만 원의 연간 기름값은 매출원가이고, 이걸 매출액에서 빼고나면 매출총이익 180만 원이 남는다.

 

오토바이에만 연료가 드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친구 뱃속으로도 연료가 들어간다. 배달 수요를 잡기 위한 데이터통신비 일부, 배달 중개 플랫폼 업체에 떼이는 수수료, 잘 봐달라고 사장님들한테 요구르트 돌리며 든 마케팅비용, 낡아가는 중고 오토바이의 가격 하락분도 생각해야 한다. 이걸 다 뺐더니 60만 원이 남았다. 매출총이익에서 인건비와 관리비, 광고비, 감가상각비 등의 영업비용을 빼면 영업이익이 된다.

 

이제 대출이자 갚고 세금내고 했더니 결국 손에 쥔 돈이 30만 원이 됐다고 해보자. 바로 순이익이다. 보통 법인들은 회계연도를 '몇 기'로 부른다. 창립하고 31주년이 되는 해의 회계연도는 31기, 작년은 30기, 재작년은 29기로 부르는 식이다. 29기 회계연도는 30기에 비하면 바로 전기이고, 31기에서 바라보면 전전기가 된다. 31기에서 바라보는 31기는 해당되는 회계연도니까 당기라고 부른다. 그래서 보통 그 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당기순이익이라고도 한다.

 

역시 찾아온 복습시간.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빼면 매출총이익. 매출총이익에서 영업비용(판매비와 관리비, 광고비, 감가상각비, 기타 수수료 등)을 빼면 영업이익이 된다. 영업이익에서 이자와 금융비용과 세금을 뺀 결과물이 당기순이익이 된다. 큰 흐름은 이해했으니 자세한 이야기 세 가지를 더 해보자.

 

감가상각비는 유형자산이 세월에 따라 낡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새 오토바이 살 때 가격과 중고 오토바이 팔 때 가격이 다르니까, 이 차이를 대충 균등하게 나눠서 비용으로 잡는 것이다. 친구는 900만 원짜리 오토바이를 사긴 했지만, 5년 뒤에 중고 가격이 400만 원으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5년 동안 100만 원씩의 비용이 가상으로 발생하는 셈이다. 이걸 감가상각비라고 부른다.

 

매출원가와 영업비용은 성격이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재료비처럼 재화를 생산하는 과정에 든 직접 비용이 매출원가라면, 이후의 영업과정에서 발생한 간접 비용은 영업비용으로 분류된다. 

 

친구의 누나가 투자를 해줬으니까 보답을 할 차례다.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떼어준다. 그렇게 하고도 남은 돈은 재무상태표 자본 항목의 '이익잉여금'에 누적된다. 이번 포스팅을 위해 설명을 조금 아껴뒀던 부분인데, 이익잉여금은 계좌에 쌓인 현금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회계연도가 반복될수록 누적된 이익잉여금 전체를 의미한다. 자본에서 늘어난 이익잉여금 일부로 이미 비유동자산을 늘렸다고 하더라도 이익잉여금을 다시 낮춰 잡지는 않는다. 그만큼 돈을 벌었었다는 사실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채위기나 신사업 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회사의 현금 지불능력을 생각할 때 이익잉여금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재무상태표(왼쪽)와 손익계산서(오른쪽)의 무한 루프 콜라보

 

이제 무한 루프가 완성됐다. 부채와 자본으로 마련한 자산이 사업을 영위한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어쩌고 해서 남은 이익잉여금이 자본에 쌓인다. 자산은 늘어난다. 더 큰 규모로 사업을 영위한다.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도 늘고 순이익도 늘고, 이익잉여금이 또 쌓인다. 자산은 늘어난다. 더 큰 사업을 영위하고...

 

여기까지 내용이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었겠지만, 다음에 이야기할 재무지표들을 이해하기 위한 성장통이었다고 위로를 하자. 투자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포털사이트와 기사와 증권사의 리포트는 나만큼 친절하지는 않으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