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끝나기 무섭게, 7월 7일 국민모범생 삼성전자가 2021년 2분기 잠정실적 발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7월 중하순부터 8월까지 3주 간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은 2분기 동안 거둔 매출실적의 잠정치를 자체적으로 정리해 발표한다. 분기가 끝나고 2주 정도 뒤에 찾아오는 이 기간을 실적 시즌이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다.
우리 가족펀드에 속한 대형주들도 잠정실적 발표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미 우리금융지주와 NAVER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가 처음으로 빛을 발하며 지주체제 이후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NAVER도 검색 플랫폼 이외의 신사업이 매출액 50%에 이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보유 중인 종목들 기준으로 보면 7월 하순, 7월 말~8월 초 두 그룹으로 잠정실적 발표시기가 나뉜다. 전자공시시스템의 상세검색 기능에서 기간을 '전체'로, 보고서명을 '잠정'으로 해서 기업명을 검색하면 반복돼 온 발표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오늘(22일)이나 내일(23일) 현대차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S-OIL과 효성중공업이 각각 24~26일, 25~30일 일정으로 역시 실적 발표를 준비 중이다. DGB금융지주는 7월30일에 발표를 해 왔으며, 7월 말 ~ 8월 7일 사이에는 롯데케미칼이, 8월 6일~9일께는 카카오가 2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사례를 통해 학습한바, 어닝 서프라이즈가 반드시 주가 급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실적이 그렇게나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투심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말한 실적과 주가의 관계에 대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주가는 실적과 무관할 수 없다는 명제가 '주가는 실적과 똑같이 움직인다'와 같을 수는 없는 이유에서다. 코스톨라니의 산책하는 개 모델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의 편차는 물론 발생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해봐도 매순간 매수와 매도의 거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주가와 3개월에 한 차례씩 발표되는 실적이 똑같은 모양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분기실적은 대체로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로 따진다. 작년 성적이 유달리 나빴다면 올해 평타를 쳐도 후광이 비칠 것이고, 전년 실적이 사기급이었다면 올해 아무리 잘했어도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이게 흔히들 얘기하는 '기저 효과'다. 다들 잘 알다시피 작년 1, 2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에 거의 모든 산업이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분기까지는 뭘해도 YoY(Year on Year,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달콤할 수밖에 없다. 특정 기업만 잘한 게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주가에 선반영되어 있거나, 심지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들이 있다.
남들보다 못하지만 않는 선에서 만족하고, 주주가 할 일은 '앞으로'를 내다보려는 시도를 해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보유 중인 종목별로 기대요소와 걱정거리들을 간략히 짚어보는 일기를 적어볼까 한다.
네이버는 여러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각 분야에서 카카오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이 계속될 것 같다. 대한항공이나 이마트, CJ와 맺은 파트너십도 점차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페토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인정받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카카오도 자회사들의 상장 모멘텀이 줄곧 기대를 얻고 있고, 실적 성장세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다음에서 카카오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등장한 웹툰, 최근 인수한 멜론, SM과의 연결, 유재석을 품은 기획사 등등 콘텐츠 쪽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모빌리티와 뱅크의 사업 확장 속도도 무섭다. 다만 자회사들이 상장된 이후 지주사 가치가 할인받을 가능성이라든가 상장 지주사의 주가 흐름 등이 불확실성으로 남아있기는 하다.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에서 점유율을 차곡차곡 다져 나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연이은 미국 출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주들에게는 든든하다. 최근 불거지던 노조와의 단체협상도 심각한 분규없이 비교적 잘 마무리되면서 한시름 덜게 됐다. 현대차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주택공급/건설경기 회복과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확대의 단기적 수혜를 입을 것 같다. 탑 티어의 건설사도 아니고 업계를 선도하는 전기부품 기업도 아니라 기사에 자주 등장하지는 못하지만, 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떨어지는 주목도 덕분에 차라리 고평가를 피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 할만 하다. 역시 효성중공업의 최대 기대포인트는 액화수소 유통업이다. 재주는 효성첨단소재가 넘고 돈은 효성중공업이 벌었으면 좋겠다. 다만 아직 너무 먼 미래라는 게 그나마 걱정거리.
S-OIL에게 거는 기대는 결국 국제 항공유 수요와 정제마진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OPEC+의 감산 축소 합의에 따라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델타 변이 이후의 세상을 내다볼 때다.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 접종이 본 궤도에 올랐고, 선진국의 '면역자'들은 하필이면 여름 휴가철 델타 변이에 다시 한 번 배신당하며 보복심리를 더 키우게 됐다. 윤활기유의 수요가 크게 올라 일단은 효자노릇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탄소중립 어젠다는 고민거리다. 미국이 그린에너지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라도 고유가는 전략적 필요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는 하지만, 투자심리라는 게 정유회사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롯데케미칼을 보자. 최근 수소 대표기업으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고 탄소포집시설을 도입하면서, EU가 쏘아올린 탄소발자국 이슈에는 잘 대응하는 듯하다. 그 순간 주가의 하락세가 꺾였는데, 기대하기로는 이걸 계기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겠다. 2Q 실적은 전혀 걱정하지 않지만 하반기 실적 둔화는 각오해야 할 듯하다. 대신 중국이 탄소배출권거래를 선언하며 증산 물량의 공급과잉 효과가 반감되고 미국 시카고 만의 이상기후도 화학플랜트 정상가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역시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GDP가 가파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화학제품 수요가 롯데케미칼 주가를 지켜줄 것이다.
끝으로, 우리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역시 하반기까지도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 불균형 해소와 인플레이션 대응"을 외치는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은행주들의 배당 매력지수 역시 더 커지고 있다. 인터넷 은행들의 성장은 지켜봐야 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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