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4.4조 원 수소에 투자하는 롯데케미칼, 우리 정말 끝난 거니? ㅇㅇㄴㅇ

나그네_즈브즈 2021. 7. 13. 11:25

 

롯데케미칼이 수소산업 투자계획 Every Step for H2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4조 4천억 원을 투입해 수소 수요 30%에 해당하는 연간 6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1조 원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서도 줄기차게 이익을 내 왔던 롯데케미칼이기에 가능했던 '한 방'이 드디어 발표된 셈이다. 이 뉴스 탓인지 롯데케미칼은 13일 오전 4%대 양봉을 그리는 중이다. 이제 국내 화학 대기업들은 2차전지(LG화학), 태양광(한화솔루션), 수소(롯데케미칼) 등의 친환경 관련 성장산업을 병행하게 되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이 확보해 둔 현금이 상당해서 2차전지 분리막이나 수소산업 쪽으로 언제든 신산업의 '방향'을 발표할 거라는 시장의 예상은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SK가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화학 플랜트에서 부생되는 수소를 사업에 활용한다는 걸음마가 있기도 했었다. 다만 워낙 '공언'에 신중한 경영진의 성향 덕분에 사업의 윤곽이 확실해지는 때까지 발표가 없었던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껏 롯데케미칼 주가는 굉장히 신통치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고점 대비 25% 빠진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 : 네이버 금융

올해 초까지 뜨거웠던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심상찮다. 지난 3월 이후 주가가 25%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최근 목표주가를 내리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2일 롯데케미칼은 전 거래일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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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저점 대비 195%, 연초 대비 22% 상승했지만 현재로선 2021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고점대비 -22%를 기록 중인 롯데케미칼. 기사에 실린 설명대로 골드만삭스의 매도의견 리포트 이후 2분기 '피크 아웃'설이 횡행하다. 미국 공장의 재가동과 중국의 증설이슈와 맞물려 공급과잉 우려가 솔솔 흘러나온다. 반면, 산업재에 속하는 석유화학 제품은 공급보다 수요에 따라 업황이 움직이고, GDP 성장률을 통해 추정하는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반론도 있다.

 

경기민감주로 S-OIL우, 효성중공업을 함께 매수했는데 롯데케미칼만 힘을 못쓰고 있다. 경기민감주를 건드렸던 때의 처음 마음은 두 가지였다. 많은 현금이 미드필더에서 놀고 있으니까 트레이딩을 하자. 실적의 회복과 확장을 기반으로 6개월~2년 사이에 수익을 실현하자. S-OIL은 혼자만 실적 회복이 안된 턴어라운드 기대주이자 배당주였고, 효성중공업은 전기장비/건설 보다는 수소유통 인프라를 바라본 성장주 느낌이었다.

 

세계적 경기 회복 국면에서 볼 때, 화학 업종의 실적은 GDP 성장율을 반영한 수요 증가의 영향을 받을 거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롯데케미칼을 고른 이유는 업종 내 다른 주식에 비해 유난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올해 고점대비 20%가량 내려와 있다는 우려는 이미 매수 판단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다. 

 

 

결정적으로, 석유화학 업종의 잔치가 1년 만에 끝날 거라는 생각은 안했다. 월봉 차트를 보면서였다. 롯데케미칼은 두 차례의 업/다운 사이클을 지나왔다.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상승 랠리와 2013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주가 하락이 첫 번째였다. 이 시기의 주가 상승은 쉼없이 계속됐지만 기간으로 봐도 2년이나 지속됐다. 하락을 마친 롯데케미칼의 월봉은 2015년 하반기부터 재차 시동을 걸어 2018년 초까지 3년을 또 달린다. 6개월 상승 5개월 하락. 3개월 오른 뒤 7개월 미끄러지고, 3개월 슈팅 후에 다시 5개월 조정. 2개월 빨간불 3개월 파란불 다시 3개월 빨간불. 이 때는 수 개월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바꿔가며 고점과 저점을 경신해 나갔다.

 

기억하려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cyclic 업종의 cycle이 생각처럼 짧지가 않다는 점이다. 실적 빼고 차트로만 보더라도 작년 3월 저점이후 주가 회복국면은 이제 겨우 1년 남짓 진행됐다. 둘째는 아무리 뜨거워도 월봉이 연속으로 오르는 일은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난 1년 워낙 광풍의 상승 랠리를 겪다보니 벌써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지난 기록들을 참고하자면 추세적 상승기를 맞이하더라도 몇 번의 일시적 조정은 필요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8월을 세 번째 상승국면의 시작점으로 본다면 네 차례의 양봉 뒤에 12월~1월에도 조정이 있었던 걸 확인하게 된다.  1~2월 상승했다면 다시 조정이 올 차례가 맞다. 그래서 지난 4개월의 하락과 시장의 우려가 '쉬는 구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고점과 저점을 경신하느냐의 여부이고, 지금 롯데케미칼이 거두고 있는 실적이 2010년대의 그것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다. 2016년 3월에 매출 2조 6800억 원에 영업이익 4736억 원, 2017년 3월에 매출액 3조 9960억 원과 영업이익 8148억 원을 기록했던 회사는 2021년 3월에 4조 1680억 원과 영업이익 6237억 원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미국 연준의 거시경제 시계대로라면 정책금리 인상이 예고된 2023년까지도 글로벌 경제는 회복을 지속할 전망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IMF가 전망하는 GDP 성장율도 완만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의 증설 목표치는 선언적일 가능성이 있고, 실적이 선반영된 만큼 악재도 선반영된 노이즈 성격이 녹아있을 것이다. 결론은, 롯데케미칼에서 내가 먹을 분량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실력도 안되며 그럴 맘도 없다. 가족의 펀드매니저로서 내가 흔들릴 때, 종목관리의 포인트를 되짚어보기 위한 기록이다. 투자일기라는 거, 원래 그러라고 쓰는 거니까. 롯데케미칼, 우리 정말 끝난 사이냐고? 응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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