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철학 멘탈관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주식투자와 다이어트를 성공하는 법

나그네_즈브즈 2021. 7. 19. 11:40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 말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마음 속에는 생각지도 않던 코끼리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청개구리의 후손이라는 말인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쓴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정치인들의 방식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어쨌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이 나는 법이다. 일주일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세상의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니 오히려 더 힘이 든다. 다이어트는 쉬운 건데, 덜 먹고 더 움직이면 체지방은 줄어드는 게 당연한 건데, 왜 이리 힘들까. 내 생각에는, 생각하지 말라면 더 생각나는, 이 놈의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빌어먹을 주식 투자도 참 비슷하다. 좋은 기업을 골라 싸게 사서 비싸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니 비법이랄 게 없고 당연할 만큼 쉬운 것도 닮았다. 고통은 짧을수록 좋은 거라지만, 금방 되지 않는 것도 닮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자꾸만 더 생각나 괴로운 것마저 어쩜 이리 똑같단 말이냐.

성공하는 방법이라더니 그럼 대체 어쩌란 거냐고? 내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읽어왔더라면 그럴듯한 썰을 좀 쉽게 풀었을 텐데, 그렇지도 못해 나로서도 속이 후련하지는 않다.

우리 아내는 다이어트를 할 때면, 유행할 때 못다 봤던 드라마를 정주행한다. 연애하던 시절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직장 일에 몰두했었다. 의지가 남다른 캐릭터도 아니건만 그녀의 성공률은 놀랍다. 뭔가를 배우려면 잘 하는 사람을 참고하는 편이 낫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 속에는, 사실은 당신이 코끼리를 떠올리기를 바란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니 이제껏 자기 자신에게 '라면은 생각하지 말자, 주식 차트 자꾸 보지 말자'고 되뇌던 주문이 오히려 그걸 더 생각나게 만들었던 게 아니겠는가. 만약 코끼리에 대해선 정말 꿈도 꾸지 못하게 하고 싶다면 주문을 바꿔야 옳다. '코뿔소를 떠올리지 말아 봐' 라든지, '냉장고가 너무 작나?' 라든지 말이다.

몰입할 수 있을만한 다른 취미를 가져보자. 드라마도 그렇고 성과급도 그렇고, 다이어트보다 맛있는 건 얼마든지 많이 있다. 내 글을 읽어주고 있는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세상에는 주식보다 재미있는 것들도 널려 있을 것이다. 적당히 재미있거나 금방 시들해질 만한 것들은 제외해도 된다. 코끼리 따위보다 훨씬 더 나를 몰입시킬 수 있을만한 걸 찾자. 게임도 좋고, 스포츠도 좋고, 예술도 좋고, 사랑이라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이렇게 또, 카메라 렌즈를 사고 싶은 내 마음을 정당화해 줄 글 하나가 탄생했다니 기쁘다. 글을 쓰다가 문득, 여러분과 오랜만에, '취미는 사랑'이라는 인디음악 한 곡을 듣고 싶어졌다.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만화책도 영화도 아닌, 음악감상도 아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