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철학 멘탈관리

주식 투자는 위험한가? 무작위 게임에서의 실력이란

나그네_즈브즈 2021. 6. 16. 00:01

손실 : 복리 효과가 감춘 칼날

 

복리 수익은 누적되면 성장률이 급증할 수는 있지만, 수익이 아니라 손실을 기록하면 상당히 스텝이 꼬인다. 잘못하면 복리의 마법 부리려다 복리의 재앙을 경험할 수도 있다. 약간의 산수를 이용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원금 100만 원으로 이자를 불려서 총액 (100+20)만 원을 만든 사람이 있다고 하자. 새로운 금융상품에 이 돈을 투자할 계획이다. 복리 효과를 기대해 (100+20)만 원을 투자하면, 새로운 수익률은 원금 100만 원에도 곱해지고 이자 20만 원에도 곱해져 계산된다. 따라서 수익률이 1보다 크다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손실을 보게 돼 1보다 작은 수익률이 곱해진다면? 이 연산은 원금 100만 원뿐만 아니라 이자 20만 원에도 곱해지기 때문에, 손실액은 만만치 않은 규모가 된다.

 

만일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 날 위험을 고려해서, 이자 20만 원은 떼어내 따로 챙겨두고 원금 100만 원만을 투자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투입금액이 일정하기 때문에 단리 수익모델의 효과가 난다. 수익을 냈을 때의 기분은 덜 째지지만, 잃게 됐을 때의 눈물도 덜하다. 손실률이 이자 20만 원에는 곱해질 수 없고, 투자한 원금 100만 원에만 곱해지기 때문이다.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언제나 1보다 크다면, 매번 전부를 걸어야 복리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씩 1보다 작을 때가 있다거나 심지어 자주 그렇게 된다면, '올인 전략'은 오히려 악몽으로 둔갑해 돌아올 수도 있다. 이것이 딜레마다.

 

엄마가 그랬다. 주식은 도박이라고. 주식하면 큰일난다고. 주식은 정말 위험할까?

 

주식 투자는 위험한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위험과 변동성이 다르다고 항상 강조한다. 주식 투자에서의 위험은 상장 법인이 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식은 위험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은행이 안전한 것과 비슷하다. 상장 폐지가 개별 종목 하나에서 나타날 수도 있는 위험 요인이라면, 손실이 반복적으로 누적돼 복리 효과를 일으키는 건 계좌 전체에 위협이 된다. 리스크와 달리, 사실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제어하고 싶어하는 것은 변동성이다. 주식 가격은 시장의 변덕에 따라 매일 제 멋대로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투자는 반복되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무작위성에 의존하는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다. 어떤 시점까지의 성공이 다음 거래의 성공을 약속해 주지도 않는다. 동전 던지기를 아무리 연습해도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을 조금도 내 뜻대로 바꿀 수는 없다. 무작위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게임에서는, 확률분포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만큼의 배팅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실력이다.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확률분포다. 통계에는 시간 개념이 없다. 즉, 투자에 있어서 마켓 타이밍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전제에는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유불리가 있을 수 없다. 모두 비슷한 처지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시장의 변덕을 감당할 여러 가지 전략을 개발해 왔다. 그것들은 수익률의 변덕을 감당하되, 복리 효과의 근저가 되는 '더 많이 투자하기'와 양립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가치에 비해 싸게 사고, 이것저것 여러 개 사서, 꽤 시간이 흐른 뒤에 파는 것 정도다.

 

확률을 높여라, 모든 길을 막아라, 충분히 기다려라

 

'비교적' 저렴한 주식 가격은 더 내려갈 확률보다 올라갈 확률이 높다. 가치에 비해 주식을 싸게 사는 건, 그래서 나에게 유리한 확률분포만을 선택하는 결정이다. 기업과 주식의 가치평가를 보다 정교하게 해내는 업그레이드는 곧 확률분포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는 실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늠한 가치가 틀렸을 개연성이나 예견하지 못한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의사결정을 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산을 분산하고 마켓 타이밍을 분산하고 시장을 분산하며 업종과 섹터를 나누고 기업의 규모와 성격도 흩어놓아야 한다.

 

사족이지만, 현금 일부를 보유하는 것은 자산 배분에 해당한다. 단리 투자가 수익금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효과와 복리 효과가 투자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는 마법을 동시에 누리려면, 리밸런싱 때마다 자산 대 현금의 비중을 유지해서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내면서 투자금을 일정하게 늘려가야 한다. (예 : 600원 투자 - 400원 보유, 200원 수익? 720원 투자 - 480원 보유, 300원 수익? 900원 투자 - 600원 보유, ... 비율을 유지해 주면 투자금과 현금이 각각 복리로 늘어나게 된다)

 

모든 길목을 물 샐 틈없이 막았다면, 남은 순서는 기다리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주식 투자의 수익은 배당에서 나온다. 배당을 재투자하며 복리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당연히 해당 권리증서를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시세 차익을 얻으며 갈아타기를 한다고 해도 기다림은 필요하다. 주가는 기업이 거두어들이는 이익의 함수다. 주가의 무작위성을 다루는 의사결정이 논리를 갖춘 '실력'으로 작동하려면, 매수부터 매도에 이르는 보유기간이 최소한 기업의 실적 주기(분기보고서는 3개월, 반기보고서는 6개월, 사업보고서는 1년에 한 번씩 발표된다)보다는 길어야 하는 게 맞다.

 

기다림의 보상에 관한 재미있는 통계도 있다. 미국 S&P 500 지수의 모든 종목들이 120년 간 기록한 매일의 등락률을 조사했더니, 보유기간이 1일-1개월-1분기-1년으로 길어질 수록 상승 대 하락의 비율이 50:50에서 55:45, 60:40, 70:30으로 점차 변했다는 사실이다. 동전의 앞/뒷면이 나올 확률분포가 바뀐다는 뜻이다. 기업은 효율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주가가 보이는 변동성은 시간 앞에서 흐려진다. 어차피 모든 주식은 사는 순간부터 물리게 된다. -50% 물렸다가 +200%가 되든, -4% 물렸다가 +200%가 되든, 신호와 노이즈를 구분할 줄만 안다면 돈 버는 건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이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면,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면 된다. 시장에 속한 모든 종목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극단적인 분산투자라고 보면 된다. 왠만한 펀드매니저들은 긴 시간 꾸준히 시장 수익률을 이기지 못한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연 평균 7%, 미국 S&P500 지수가 연 평균 11% 정도 상승률을 보인다. 예적금 수익이나 채권 수익은 물론이요 왠만한 고배당주 수익률보다 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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