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나는 어떤 투자자인가; 투자전략 분류 해보기

나그네_즈브즈 2021. 6. 30. 14:17

지피지기 백전불태. 백전백승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손자병법에 적힌 본문에 따르면,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된다. 흔히들 '정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인용되는데, 안타깝게도 '나를 알면'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어쩌면 마찬가지 아닐까.

 

주식시장에서의 투자전략은 관점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 자신의 성향이나 상황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을 때, 그 가운데 어떤 방식이 가장 적절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로 삼는 투자성과에 따라 우리는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시장에는 진취적(Enterprising)이거나 방어적(Defensive) 투자자가 있다"고 했다. SK증권 이효석 팀장의 표현대로라면 '알파 헌터'와 '베타 그레이더'들인 셈이다. 시장의 평균 수익에 연동되는 정도를 '베타 계수'라고 부르는데, 베타 정도의 성장으로 만족할 사람들이 후자다.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서 시장의 베타를 초과하는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진취적인, 알파 헌터로 불린다.

 

내 생각으로는 나이가 어릴 수록, 바쁘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인일 수록 안정적인 투자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노후가 가까워 오거나 시간이 많거나 기대소득이 탄탄할 수록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나심 탈렙이 안티프레질에서 소개한 '바벨 전략'에 근거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시간과 돈의 대부분을 극단적으로 안전한 분야에 투자하는 대신, 반대쪽 바벨에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위험한 영역'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불운의 영향력을 줄이고 실력이 개입할 여지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알려져 있거나 알려져 있지 않은, 주식 투자의 전략들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주식이라는 장사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지만, 그 '마켓 타이밍'을 꾸준히 해낼 수 없다는 게 수많은 연구에서 증명되어 온 바 있다. 이 전제에 동의하고 그 기준으로 봐서 덜 위험하고 쉬운 것들부터 나열할 거니까 스크롤 내리는 속도는 각자가 조정하기 바란다.

 

0. 배당주 적립식 투자 : 배당으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기업에 장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받은 배당으로 보유 주식 수를 매번 더 늘린다. 이 전략의 성과는 수익률이 아니라 '보유 주식 수'로 결정된다. 팔지 않아도 되는 회사의 표면적 주인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에 참여할 것을 요구받는 위치가 될 수 있다. 경영진이 맘에 안들면 미련없이 갈아타면 된다. 존 리 아저씨가 강조하시는, 주식 투자의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푼 돈, 월급, 배당금을 총동원해 복리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초반에 성장이 더디고 투자 기간이 아주 길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20대 중반보다 더 젊다면 엄마에게 혼나지 않고 부자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1. 인덱스 ETF 투자 : 시장의 모든(혹은 대부분의) 주식을 사는 전략이다. 싹수가 보이는 일부 시장의 지수만을 살 수도 있다. ETF라는 주식 패키지 상품 중에는 예를 들어 코스피, 코스닥, 나스닥, S&P, 코스피200, S&P 배당귀족주, 나스닥 중소형주 등등의 지수 차트를 그대로 따르는 것들이 있다. 거의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보다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차라리 시장 전체를 보유하는 편이 훨씬 낫다. 미국 S&P500은 지난 100여 년 간 연평균 11%씩 복리 성장해 왔고, 코스피와 전 세계 주식시장은 약 7%의 기하평균 성장률을 보여줬다. 리세션마다 아랫 방향의 피크를 보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차트는 완만하게든 가파르게든 우상향한다. 기업은 성장하고 시장은 효율적이며 주식이 (제로섬이 아니라)퍼지티브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2. 퀀트투자 : 일관된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전략이다. 좁은 의미로는 1~3가지 지표에 따른 순위 합산이 가장 우수한 상위 20~30여 개 종목들을 매수하고, 이 포트롤리오를 연 1~2회 리밸런싱 하는 정량적 방식을 가리킨다. 이 전략에는 투자자의 심리가 개입할 여지가 적고 기계적인 리스크 분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안전성과 수익성이 전통적으로 입증되어 왔다. 리밸런싱 때마다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좌는 복리효과로 성장한다. 전략에 따라서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증명하기도 했으니 위험하거나 어려울 게 없는 루트라고 할 수 있다.

 

3. 저평가 중소형주 단타 : 소외되고 저평가된, 그래서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중소형주를 골라서, 투자금액 일부를 가지고 10% 미만의 작은 수익률을 목표로 매매를 반복한다. 매수단가 대비 20%이상 하락하면 기존 자본은 최종 매도때까지 그대로 두고, 투자금액의 새로운 일부를 가져와 단기 매매를 반복한다. 계획된 물타기를 통해 최종 목표가까지 비중을 늘리는 한편, 작은 수익률의 복리효과를 누적하는 효과와 장기투자의 수익률을 동시에 얻는 전략이다. 2~4년 망하지 않을 기업이면서 주식 가격은 더없이 저렴한 걸 고르는 게 관건이다. 요건에 부합하는 종목이 검색되지 않는 때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4. 성장주 갈아타기 : 끊임없이 혁신하고 이를 통해 (점유율을 포함한 )시장 전망과 매출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회사를 찾고, 그 성장이 둔화될 때까지 장기간 주가의 상승을 누리는 전략이다. 성장주일 때 사서 배당주가 되면 파는 방식이면서, 고PER에서 매수해 저PER일 때 매도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역시 리스크 분산이 필요하다. 큰 추세를 믿고 작은 노이즈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역시 필요한 전략. 바벨 전략에 따르자면 큰 수익을 기대하는 성장주 갈아타기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30% 넘는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렵고, 시장과 기업의 성장이 둔화될 때까지 투자기간도 상당한 편이다. 따라서 트렌드 파악만 잘 이루어진다면 이후는 어려울 게 없는 편.

 

5. 실적 업종(배당주, 경기민감주) 갈아타기 : 턴어라운드 할 주식을 매수해서 실적 피크아웃이 예상될 때 빠져나오는 투자 전략이다. 업종마다 제각각인 매크로를 짚어내야 하고 1~2년 정도에 불과한 보유기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라 소개한 투자전략 가운데 가장 어렵다. 반도체, 정유, 철강 등 수출지표에 크게 의존하거나 상장된 종목이 적은 섹터가 그나마 쉽다면 쉬운 편이다. 매월 세 차례씩 관세청(10일, 20일)과 산업통상자원부(1일)에서 발표하는 품목별 수출동향을 살펴보는 걸 추천한다. 업종별, 종목별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놓치지 않고 추적하는 것도 기본이다.

 

초보 투자자라면 0~1번 정도부터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경험과 연륜과 노력이 쌓여감에 따라 2~5번으로까지 전략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성장주 20%, 경기민감주 30%, 퀀트전략 10%, 저평가 중소형주 20% 정도다. 최근 들어 미국 인덱스ETF 두 개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 어쨌든, 자기만의 이유와 철학을 파악해서, 알맞은 전략으로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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