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복리의 마법' 나도 부리려면... 매번 더 집어넣는다 × 잃지 않는다

나그네_즈브즈 2021. 6. 15. 11:19

복리의 마법? 1보다 큰 수를 거듭제곱해 나가면 횟수에 따라 그 결과가 비약적으로 증가 폭을 늘리며 커지는 효과. 예금수익을 얻을 때, 이자에 이자가 붙으며 혹은 수익에 수익이 더해지며 총액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걸 고등학교 때 배운다. 복리(complex interest)의 반대 개념으로 단리(simple interest)가 있다. 원금에만 이율이 곱해지는 이자수익 모델이다. 언제나 일정한 금액으로만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리금 합계는 선형적으로(일정한 기울기를 가진 직선의 형태로) 증가하게 된다.

단리와 복리의 이러한 차이를 만든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돈을 넣으면 원금과 이자를 토해내는 자판기가 있다고 가정하자. 투입되는 원금에 곱해지는 이율은 언제나 동일하다고 본다. 여기에 돈을 넣고 돈을 돌려받는 액션을 반복할 예정이다. 단리에서는 투입하는 금액이 언제나 똑같다. 그러니까 돌려받는 원리금 합계도 언제나 같다. 주머니에는 출력물에서 잘라낸 이자가 선형적으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복리 모델에서는 투입 금액이 늘어난다. 제한없이 늘어난다. 출력된 원금과 이자를 통채로 다시 집어넣기 때문이다. 정리하자. 복리의 마법이 일어나려면, 시스템에 투입하는 결제규모가 제한없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야 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케가 소개한 현금흐름 사분면.


현금흐름 사분면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케가 소개한 개념이다. 모든 현금흐름을 고용(Employee), 자영업(Self-employee), 기업경영(Business owner), 투자(Investor)의 네 유형으로 분류한 모델이다.

B와 I는 E와 S 그룹에 비교해 결과적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E와 S 분야의 종사자들이 얻는 현금흐름은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8년 간 해마다 1.0344배씩 실질임금이 늘었으니 엄밀히 보면 이 동네에서도 현금흐름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B와 I에서 발생하는 수익률로 인한 복리 효과가 훨씬 가파를 것으로 생각된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E-S의 현금흐름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B-I에서의 현금흐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의 이유는 앞서 소개한 단리와 복리의 스토리에서와 비슷하다. 선형 증가를 야기하는 시스템에서는 입력의 규모가 일정했었다. E와 S 그룹의 자판기에 투입되는 동전은 노동력이다. 매번 똑같은 금액을 집어넣던 단리 모델에서와 다르게 일하는 양을 늘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노동력은 시간이나 효율에 비례하는 개념이라서 규모가 커지는 데에 제한이 있다. 아무리 욕심 내봤자 최대효율로 일주일 당 168시간 일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복리 효과가 발생하는 B나 I에서 작동하는 자판기는 약간 다르다. 이 시스템에 사용되는 동전은 돈 그 자체다. 규모를 불리는 데에 제한이 없다. 사업의 결과로 산출된 이익을 통채로 다시 집어넣을 수 있다. 현금흐름은 이익에 다시 수익률이 곱해져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난다.

왼쪽부터 Employee(위), Self-employee(아래), Buisness owner(위), Investor(아래)를 표현하는 모식도. 빨간색 동그라미의 위치에 주목하자.


E-S의 시스템과 B-I의 시스템은 왜 다를까? 노동력 없이 굴러갈 수 있는 프로젝트는 흔치않을 텐데, B-I의 자판기는 왜 노동력 대신 자본 그 자체를 요구할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나'의 위치다. 그림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어디에 있는지 눈여겨 보자. E와 S에서의 '나'는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있어서, 노동력을 직접 제공한다. 그러나 B-I에서는 다르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부품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했다. '나'를 나타내는 빨간색 동그라미는 시스템 바깥에서 이 구조(들)를 소유한 채로, 프로젝트의 방향과 규모를 결정하는 역할만 맡는다.

중학생 때 배운 지렛대처럼, 작은 힘으로 큰 효과를 얻는 걸 레버리지라고 한다. 부채를 이용하면 소자본으로도 큰 수익모델을 운영할 수 있으니, 대출도 레버리지의 한 형태다. 협동도 마찬가지다. 혼자일 때는 실현 가능성조차 0이었던 큰 프로젝트라도, 여럿이 힘을 보태면 훌륭한 결과를 얻어 공유할 수 있다.

 

협동하려면 '나'는 내 역할에 집중하고, 다른 일은 동료에게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B와 I 영역에서는 노동력 투입하는 역할을 기업의 직원들에게 성공적으로 맡겼다. '나'에게 남겨진 역할은 위험과 수익의 가능성을 고려해 프로젝트의 규모와 방향을 관리하는 임무다. 자판기에 자본을 얼마나 넣을지를 결정한다. E에서도 협업이 이루어졌으니 이것도 레버리지 아니냐고? 땡. 노동력 투입이라는 같은 역할을 여럿이 맡은 것에 불과하다.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역할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노동력을 넣어야 하고, 누군가는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된다. 선택권을 쥔 사람은 자기가 맡을 역할 하나를 먼저 결정하고, 나머지를 레버리지 한다. B와 I의 경영자-주주와 E의 노동자가 모두 레버리지의 구성원인 것은 맞다. 차이가 있다면 경영자-주주는 레버리지 '했고', 노동자는 레버리지 '당했다'는 사실이다. 둘 사이의 격차는 섬뜩하게 벌어진다. 프로젝트의 성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자발적으로 레버리지 '당한' 노동자들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소득만을 남기고 나머지 전부를 소유자에게 양보한다.

정리하면, 노동력 투입이라는 역할을 누군가에게 대신하게 해서, feeding되는 자원의 속성이 '제한없이 증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소유하면, 복리의 마법을 부릴 준비는 완성된다.

포스팅을 마치면서 누군가 중요한 의문을 품고 있기를 바란다. 사업이 실패하거나 기업이 망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그러면 '더 큰 투입'을 머금은 시스템은 복리의 '마법'이 아니라 복리의 '악몽'을 토해내게 된다. 취직을 했다가도 잘릴 위험이 있고 자영업하던 가게도 문을 닫을 수는 있지만, 기업을 경영하거나 소유할 때에도 위험관리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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