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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유연성, 강소기업 - 개인 투자자가 가진 무기들

나그네_즈브즈 2021. 5. 25. 10:45

개인 투자자의 무기들

 

개인 투자자에도 종류가 있다. 개미, 슈퍼개미, 그리고 베짱이

주식 시장에는 크게 봐서 두 종류의 선수들이 있다. 국내외의 기관 투자자들이 하나이고, 그밖에 개인 투자자들이 다른 하나다. 외국인은 왜 빼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외국인은 외국계 기관에 소속된 투자자들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 등등 갖가지 파생 신분들을 빼고 기본만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는 흔히 기관 투자자들은 증권가 찌라시 등 온갖 최신 정보와 공매도 권한과 자금력과 회사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로 중무장한 강자이며,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뇌동매매나 일삼는 불쌍하고 가련한 희생자들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기업의 최대주주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오늘은 이 그룹에 대해 가진 오해에 대해 조명해볼까 한다.

 

우선, '개미'라는 통칭부터 그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개미들 중에 남다른 통찰력으로 큰 돈을 번 이들을 구분해서 '슈퍼 개미'로 부르기도 한다지만. 슈퍼 개미도 개미라 달갑지 않고, 나는 스스로를 개미가 아닌 베짱이로 불리기를 원하는 편이다. 내가 부지런 또는 근면성실과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짱이로서 나아가 개인 투자자 중 하나로서 내가 누릴 수 있는 무기들을 하나하나 꺼내 닦아보자.

 

개인 투자자의 무기들

 

개인 투자자는 하락에 대비해 풀매수를 하지 않고 현금을 확보해 둘 수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그런 식의 리스크 관리는 용납되지 않는다. 굴리라고 맡겼는데 내 돈 들고 놀고만 있어? 일하기 싫은 거지? 이렇게 된다. 이러다가 하락장을 만나거나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개인 투자자는 쟁여둔 현금으로 추가매수를 하면 그만이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던 종목을 팔아야 한다. 이 부분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은 위험을 햇지할 다른 수단들을 가지게 됐고, 공매도는 그 중 일부일 뿐이다.

 

현금을 남겨두지 않았어도 개인 투자자는 시장의 변동성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10조 펀드, 100조 펀드를 운영하는 기관 투자자는 시장의 하락이 예상되면 비중을 정리하는 데에 족히 수 개월이 걸린다. 종목의 상승을 예상하고 매수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시장과 업황을 미리 내다보고 맞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예측 그런 거 못해도 된다. 했다가 틀려도 상관없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대응하는 게 가능하다. 100만 원, 1000만 원, 1억 원을 굴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1분 만에도 모든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 당연하게도, 그런 식으로 매수하는 플레이도 물론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장점을 단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가벼운 몸집 소박한 투자금으로도 분할 매수/매도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며, 매크로를 예측할 필요가 덜한 것이지 예측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항상 한 번에 사고 한 번에 판다. 오르고 있는 종목을 사고, 떨어지고 있을 때라야 판다. 들고 있는 권총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다.

 

또 하나, 개인 투자자에게는 (주도주가 아닌) 강소기업을 골라 투자할 수 있는 자유도가 있다. 기관 투자자들도 숨겨진 진주를 찾아나서는 꿈을 꾸곤 한다. 현실은 다르다.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매일 성적표가 비교된다. 남들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를 나만 외면했다가 그 주식이 상승하면 센터장이나 본부장은, 아니아니 고객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듣도 보도 못한 강소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려면 수차례의 보고서와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그들도 직장인이다. 잘릴 위험을 감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도주, 살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놓친 주도주가 오르면 배는 아프겠지만, 배도 아프고 혼도 나는 기관 투자자들과 달리, 그게 전부다. 자신이 남들보다 잘 알거나 자신있는 분야의 강소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저평가된 주식을 담아놓고 기다려도 된다. 그런 위험천만한(?) 투자를 해도 누구에게 보고서를 올리거나 '잘못되면 사직서를 내겠다는' 각오를 할 필요가 없다. 

 

마치며...

 

기관 투자자들이 형편없이 불리한 게임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 어떤 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활용하기 좋은 유리한 점들을 잘 활용하자는 의미다. 아니 적어도, 그걸로 자기 눈을 찌르는 짓이라도 안하면 성공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를 업으로 삼는 직장인이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투자 생각만 한다. 그러니까 무조건 이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논문을 읽고 지표를 들여다보고 보고서를 쓰고 읽는다. 자기들이 떠안은 불리함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다. 잊지 말자.

 

유능제강이라 했던가. 부드러움으로 능히 강함을 제어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는 약하지 않다. 베짱이는 강하다.

 

기관 투자자와 개인은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는 티라노사우르스와 벨로시랩터와도 같다. 벨로시랩터에게도 무기가 있으며, 그들은 그 무기로 스스로를 찌르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정확하게 그걸 휘두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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