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거래량과 수급에 관한 속설들 이해하기 feat. 호가창

나그네_즈브즈 2021. 5. 28. 11:00

대량 거래량은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온 것. 개미가 사면 떨어진다. 세력의 매집이 포착됐다.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

 

주식 차트를 분석하는 투자자들 사이에는 거래량과 수급에 관한 갖가지 속설들이 있다. 이 격언(?)들은 얼마나 잘 들어맞는 것일까. 차트의 디테일을 잘 알지는 못하는 나로선 그렇다. 선배들의 조언을 무턱대고 믿기 보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차트가 보여주는 거래량과 수급을 나타내는 기호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며 지나온 과정을 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 거래량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가 한 채 있다고 하자. 누군가 부동산에 들러서 그 아파트를 샀다. 이 과정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몇 채일까? 양도한 아파트 한 채와 양수한 아파트 한 채를 더해 두 채일까? 땡~ 여기서 아파트 거래량은 1이다.

 

거래량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서 움직인 주식의 수량이다. 10주를 사려면 10주를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 100주가 팔렸다는 것은, 누군가 100주를 사 갔다는 뜻이다. 이 때 기록되는 거래량은 각각 10주, 100주가 된다. 바꿔 말해 거래량이 100만 주라는 것은, 사고 팔린 주식의 수가 그만큼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1000만 주나 되는 거래량이 터졌으니 강한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건 조금 이상하다. 매수자들은 1000만 주를 샀고 매도자들은 1000만 주를 팔았을 뿐.

 

주식 장사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투자자들이 거래량을 통해 알고 싶은 내용도 결국은 가격의 방향이다. 그러나 차트는 기록이라는 게 내가 아는 팩트다. 트레이딩을 잘 하는 분들은 그 기록의 패턴으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래량이 이렇고 여기는 세력의 매집 흔적이고 이렇게 에너지가 응집되고 있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여자저차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니까 오를 것이다. 귀에 붙이고 코에 붙이더니 결국 '오를 것이다'만 남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는 그런 해석을 나는 할 줄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 호가(call, price) 창(window) : "쫄리면 뒈지시던지"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 중 누가 더 쫄았냐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호가 창을 띄워보면, 주식을 팔거나 사고 싶어 줄을 서 있는 구조를 볼 수 있다. 이 상태로는 거래량이 0이다. 팔고 싶은 가격은 비싼데 사고 싶은 가격은 싸기 때문이다. 주식이 오를 것만 같아 매수자가 더 쫄리면, 팔겠다는 사람을 찾아가 거래를 한다. 가장 저렴한 매도호가를 전부 소진시키면 두 번째로 저렴한 매도호가에서 거래하고, 다음 호가로 올라가고, ... 하는 식으로 가격이 올라가며 '매도 대기열'을 잡아먹게 된다. 공급 경쟁이 더 치열해져 매도자 측 마음이 급해지면 반대가 된다. 가만히 누워있던 매수 대기자를 찾아가야 한다. 그나마 비싸게 팔겠다는 호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다음으로 비싼 매수호가를 잡아먹고, 다시 그 아래 매수가, ... 를 반복하며 가격은 낮아진다. 

 

거래량이 많아도 쫄보들의 경쟁이 엇비슷할 수 있고, 거래량이 적어도 어느 한쪽이 압도적 쫄보일 수가 있다. 쫄보들의 방문패턴이 엎치락 뒤치락 하겠지만, 시간이 다 지나면 결국엔 몸통에 꼬리를 단 캔들 하나로 기록될 뿐이다. 

 

3. 개인이 주식사면 떨어진다?

 

호가 창에서 급한 쪽이 느긋한 쪽의 호가를 잡아먹으며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 때문에 생긴 속설이 하나 있다. 개인이 사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적어도, 그런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기관 투자자들도 우리가 보는 '바로 그' 호가 창을 본다. 그들만의 화면에는 매수자 이름이 뜬다든지 해서 '아 개인이 매수했군. 주가를 떨어뜨리자' 해서 가격을 멋대로 내리는 게 아니다.

 

실제로는 이렇다. 예를 들어, 개인 투자자는 최근 거래가격보다 낮은 호가에 매수주문을 넣는다. 그 상태로 가격이 올라버리면, 이 투자자의 열망은 '개인 매수' 기록으로 남지 못한다. 반대로 가격이 주르륵 내려가면 개인 투자자에게도 기회가 온다. 개인이 매수하니까 가격을 내렸다기보다, 가격이 내려갔으니 개인에게도 매수 기회가 주어졌다는 편이 옳다. 

 

기관 투자자들은 굴리는 자금이 거대하고 분할 매매가 기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몇 호가 싸게 사든 비싸게 팔든, 평균 단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계획된 일정에 따라 목표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면 매도호가를 잡아먹으며 매수하거나, 매수호가를 소진시키면서 매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당연히, 호가창에서의 이런 플레이는 수급 주체에 따라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 개인적으로는, 개인이 사면 주가는 떨어진다는 속설을 조금은 믿는 편이다. 조금 정확한 모양으로 다듬어서, '개인 보유량이 많으면 추세적으로 오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 * *

누가 그걸 모르냐고, 그렇게 만들어진 캔들 여러 개의 흐름과 방향이 중요한 거라고 말하지 말자. 5분 봉 78개를 합치면 일봉 하나가 되고, 일봉 250개면 년봉 한 개가 만들어진다. 그걸 쪼개서 해석하든 붙여서 해석하든 각자의 취향이다. 그러면 결론이 뭐냐고? 중요한 건 가격이지 않은가. 기호를 늘어놓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건 소설가의 일이라 난 관심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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