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일 어떤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매일 매순간 결정해야만 한다. 선택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다. 팔거나, 내버려두거나, 더 사거나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어떤 선택지는 삭제되기도 한다. 가령, 보유중인 주식이 꽤 큰 수익을 내고 있다면 '더 사거나'는 우선적으로 삭제된다. 너무 비싸진 주식에 신규 진입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는 어떨까? 마음도 아픈데, 선택도 해야 한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손에 쥔 카드는 세 장이다. 팔거나, 내버려두거나, 더 사거나. 손실 중인 종목을 일찌감치 팔아버리는 걸 두고 손절매 또는 손절이라고들 한다. 나는 계좌를 운용하면서 품고 있는 고집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손절하지 않는다'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도 '팔거나'라는 옵션은 고민의 여지없이 자동 삭제되는 운명이다.
손절하지 않는다. 이 고집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하락폭이 더욱 확대되거나, 오랜 시간 반등하지 못해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될 가능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는, 실현손실의 비율이 지금까지의 내 모든 수익에 곱해져 큰 타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예전에 수험생이던 시절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달려야 한다'는 말에 참 공감했는데, 이렇게 '오늘 뒤로 걸으면' 내일은 '울면서 전력질주 해야' 하는 것과 똑같다. 심리가 무너지면 포트폴리오도 망가지게 돼 있다.
물려 있기만 해도 손실 아니냐는 성토가 있을 수도 있겠다. 손실이 가능성으로만 남는 것과 실현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우선, '모든 종목은 물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려있다의 뜻을 조금 넓게 보면,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당장은 매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목표수익률이 200%인 종목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주가가 +100%이든 -10%이든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지금 당장 매도할 수 없는 점은 똑같다. 목표수익이 아무리 작든 급등하는 속도가 아무리 빠르든, 모든 종목은 얼마간 반드시 물려있는 시간을 거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러니까 물려있는 종목들은, 언젠가는 내게 반드시 수익을 안겨줄 자산인 셈이다.
그런데 손실을 실현하는 것은 다르다. 해당 주식의 가능성이 얼마나 창대한가에 상관없이 결과를 손실로 확정짓는다. 수익은 매도하기 전에는 내 돈이 되지 않고, 손실도 팔기 전에는 내 계좌를 갉아먹지 못한다. 지고 있는 것과 패배가 다른 것과 똑같다. 손실을 확정짓는 매도는, 2-0으로 지고 있는 축구경기를 전반 20분에 스스로 종료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잡거나 역전할지도 모르는 야구 경기를 3회 초에서 스스로 끝내고 백기를 드는 짓이다.
그러면 손실 중인 종목을 보유하는 동안, 투자자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 뿐이다. 내버려 두거나, 더 사는 것이다. 이러다 지하실을 뚫거나, 상장폐지 되거나, 원금을 회복하는 데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홀딩하거나 물타기를 하려면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보유 중인 종목에 대해 올바른 확신이 있었어야 한다.
결론은, 애초에 좋은 주식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로 간다. 강조했다시피 모든 종목은 반드시 물리게 되고, 그 때마다 올바른 확신을 품고 있어야만 수익을 확정지을 때까지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다. 내겐 원칙이 있다. 나는 손절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언제나 '좋은 주식'을 골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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