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철학 멘탈관리

손실 뒤에 찾아오는 '본전 생각'... 변동성 확대는 독이다

나그네_즈브즈 2021. 4. 27. 18:03

주식은 위험자산이다. 누구든, 언제든,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전을 기해야만 한다. 혹시라도 계좌에 타격을 입게 되면 피해가 피해를 부르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잘 나가다가 깨졌든 최초의 원금을 깎아먹었든 '본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위험해... 원인이 뭐건 간에 이 바닥에서 조급함을 유발하는 모든 것들은 위험하다. '빨리 본전을 회복해야 한다'는 도그마로부터 헤어날 수 없게 되면 큰일이다. 가파르게 오르내리며 변동성이 큰 종목에 손이 가게 된다. 안전한 ETF를 투자하던 사람도 2배, 3배 레버리지 ETF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깊숙한 하락에서 매수하고 급등세에 매도하면 '빠른 회복'도 손에 닿을 듯 가까워보일 것이다. 그걸 못 맞혔으니 이 지경이 됐던 게 아닌가. 성공률이 80%면 높은 확률로 보이지만, 세 번만 반복하면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을 확률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길게 보유하고 회전율을 줄이면 괜찮을까? 아니다. 보유를 유지한다는 건 내 매수금액에 매일매일의 등락률이 반복해서 곱해진다는 말이 된다. 분배법칙 때문에 앞서 기록된 모든 수익/손실에 등락률이 동시에 곱해진다. 이런 상황에 변동성마저 더 크다면? 10% 수익에 10% 손실이 1% 하락으로 계산되는 동안, 30% 수익 뒤에 30% 손실은 9% 타격으로 돌아온다. 곱셈의 분배법칙이 불러올 누적데미지가 더 커진다. 오르기만 하면 '복리의 마법'이지만 그걸 누가 보증하나.

 

엑셀을 이용해 간단한 실험을 해봐도 결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1000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에 매일 달라지는 등락률을 곱해서, 1000 거래일까지의 주가 움직임을 생성해 보았다. 여기서 등락률의 변동성이 클 때와 작을 때를 구분해서 결과를 추려보았다. 변동성이 클 때에는 -30%부터 +30%까지의 등락률이 '평평한' 무작위로 등장한다. 변동성이 작을 때에는 하한가부터 상한가까지의 등락률이 0% 근처에 몰린 정규분포를 따르면서 무작위로 나타난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설정해 준 등락률을 매일 전일 종가에 곱해서 새로운 종가를 산출하고, 이를 꺾은 선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 엑셀이 제공하는 무작위 함수에 따라 매번 곡선은 달라지지만, 대세는 동일하다. 완전 무작위 등락률, 다시 말해 극단적인 변동성은 1000원이던 주가를 반드시 0원으로 수렴시킨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변동성이 크면 결국엔 망한다.

 

변동성이 주가에 주는 영향. 등락률이 크게 변하면(짙은 파랑) 주가는 점점 0에 수렴한다. 매번 그렇다.

 

물론 투자자가 어떤 종목의 변동성을 입맛대로 제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변동성은 시가총액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를 참고할 수는 있다. 그보다 2배, 3배 변동성을 키운 ETF를 부러 선택하는 건 완전 비추다.

 

워렌 버핏에게 그 유명한 두 가지 투자 원칙이 있었다. 1. 돈을 잃지 않는 것. 2. 1원칙을 가급적 지킬 것. 이걸 기억하고 3번을 덧붙이자. 3. 혹여 잃었다면 '본전 생각' 하지 말고, 다시 세팅된 원금에서부터 느긋하게 새출발 하자. 변동성 확대는 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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