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 지루하다. 그 따분함을 견디기 위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비추어볼 수 있다. 급등주를 찾아 헤매는 건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행동이다. 잦은 단타매매를 반복하는 건 잉여로움을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짐작해 본 주식 투자의 다음 두 특성은, 끔찍한 재앙이기도 하고 신이 내린 축복이기도 하다.
1. 성장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시간이다.
2. 주식의 정답은 이미 알려져 있어서 너무 쉽다.
왜 시간이 필요한가? 장사는 무엇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어서, 싼 물건이 비싸지는 변화 사이에는 그걸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당연히 녹아 있다. 수요의 지형을 따라 상품이 옮겨졌을 수도 있고, 다른 원자재의 가치와 결합됐을 수도 있다. 장인의 탁월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그걸 해냈을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가치의 점프를 위해서 필요한 원동력이 (물이나 햇빛처럼)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면 '원가'가 적게 드는 장사로 분류될 것이다. 주식에 있어선 그게 시간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것만으로도 가격의 성장이 약속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욕심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이렇게 싸게 먹히는 원가를 더더욱 절약하기 위해 이른바 테마주를 찾고 급등주를 구한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은 어차피 상대적이다. 10분 급등을 목표 삼은 투자자에게 이틀은 영원보다 긴 '세월'이 된다. 반대로 5년을 내다보고 매수한 주식이 1년 만에 꿈틀대면, 그는 돈뿐만 아니라 4년의 시간도 벌어가는 기분에 취할 것이다. 시간에게, 우리의 주식을 위해 일할 여유를 주면 될 일이다. 벌 서기엔 10분도 길고, 꿀잼 터지게 놀려면 사흘 밤낮도 짧은 법이다. 여유를 허락받은 시간이 주식을 살찌우는 동안, 우리는 굳이 고통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 노동을 요구받거나 다른 재료비가 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면의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을 공유할 자유도 가질 수 있다. 이거 얼마나 편한가.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주식이 너무 쉽다는 데에 있다. 각종 보조지표와 타점과 기법에, 재무제표와 산업동향에, 금리와 환율과 거시경제에, 그것도 모자라 국제 외교 안보 정치에 이르기까지, 주식 투자를 위해 공부할 게 이렇게나 많은데 너무 쉽다니. 그 말 그대로다. 주식은 너무 쉽다. 그래서 따분해 하고, 단타매매를 비롯한 '오락거리'를 찾는 거다.
내 사부님께서 말하길, 영어 공부와 다이어트와 주식 투자 사이에는 공통점이 (차이점도 있다. 영어 공부와 다이어트는 열심히 하면 성공하지만, 주식 투자는 열심히 하면 망한다) 있다고 했다. 셋 모두 정답이 있고 방법은 쉬운데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란다. 많이 듣고 따라하면 영어는 는다. 적게 먹고 더 움직이면 살은 빠진다. 망하지 않을 회사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돈 벌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 '이렇게 쉬울 리 없어. 그게 전부일 수는 없어'라고 믿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싄박한 요령을 기대한다. 정답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다보면 오답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쉬운 방법이 바른 길이라는 걸 인정해버리면 문제가 있다. 내 노력의 부재를 들키게 된다는 점이다. 영어와 다이어트에서는 일리가 있지만, 주식 투자는 인정해도 괜찮다. 이건 노오오력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식 투자는 열심히 하는 게 독이 될 때가 더 많다.
돈 버는 데 자존심은 쓸 데가 없다. 주식 투자자는 과학자가 아니다. 성공의 새로운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워렌 버핏이나 코스톨라니가 권하는 방법으로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그들이 당신을 찾아내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다투지도 않을 것이다. 좋은 주식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은, 물 넣고 된장 넣고 끓이는 요리법과 닮았다. 쉽고 새로울 게 없고 누구나 할 수 있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거 참, 개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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