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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 주식투자에 임하는 나의 지상과제

나그네_즈브즈 2021. 4. 14. 17:39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주식 투자에 있어서 이 말은 금언(金言)이라 할 만하다. 나는 강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조금도 관심 없지만, 주식 투자자로서 살아남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내게 있어서 주식 투자의 지상 과제는 바로 생존이다.

 

그 밖에 다른 것들은 온통 상대적이다. 몇 %의 수익률을 올렸는가, 얼마나 빨리 수익을 냈는가, 자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얻는 결론이다. 물론 이것들은 중요한 중간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 관점으로 투자에 임하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수익률을 기록하고, 가장 많은 돈을 굴리면서,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 

 

생존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이견의 여지 없는 절대적 과제다. 주식을 사고 팔며 덜 망하는 사람과 더 망하는 전략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언젠가 주식 시장을 떠날 때, 이 치열했던 링을 내려올 때, 나는 떠밀리지 않고 내 뜻으로 결정할 것이다.

 

생존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발을 헛디디면 데미지가 꽤 크다. 회복은 더디고 어렵다. 승률이 극단적으로 높아야 하고, 자신 없다면 사고 파는 빈도를 낮춰야 하는데 이마저도 일반적으로는 쉽지 않다. 실수가 왜 그렇게 치명적인지 살펴보자.

 

1000원짜리 주식을 사서 1200원이 되면 수익은 +200원이지만 수익률은 20%다. 산수에서 '율'이라는 글자는 몇 배이냐를 가리킨다. 그리고 몇 배이냐는 건 곱셈 기호로 표현한다. 원금을 함께 돌려받게 되니까 투자금은 이제 120% 즉, 1.2배가 됐다. 이 과정을 간단한 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1000*1 + 1000*0.2 = 1000*(1+0.2)

 

맨 앞에 있는 1000*1은 원금을 생각해준 양이다. 1000원이 1.2배가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수익을 낼 때 이렇게 계산하니까 손실을 볼 때는 +를 -로 바꾸면 된다. 5% 손실을 입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1000*1 - 1000*0.05 = 1000*(1-0.05)

 

이번에는 1000원이 95%, 즉 0.95배가 됐다. 이렇게 % 계산을 할 때에는 얼마가 늘거나 줄어든 +/-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몇 배가 되었느냐는 × 연산이 활용된다. 곱셈이 무서운 이유는 최초의 원금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모든 수익금에까지 똑같이 계산된다는 점이다. 수익만 내면 '복리의 마법'이 되지만, 승률이 반반이면 팀킬이 된다.

 

가령, 우리가 투자를 해서 10% 수익을 냈다고 치자. 1.1배가 된 투자금을 다시 투자했더니 이번에는 10% 손실을 냈다. 이 과정을 식으로 표현해보면, 우리의 돈은 제자리로 돌아온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었다는 걸 알 수 있다.

 

A*1 + A*0.1 = A*1.1

(A*1.1)*1 - (A*1.1)*0.1 = (A*1.1)*(1-0.1) = A*(1+0.1)(1-0.1) = A*0.99

 

변동성이 이보다 큰 투자를 했다면 손실은 보다 심각해진다. 50% 손실을 낸 뒤 다시 50% 수익을 냈다면 어떨까?

 

B*1 - B*0.5 = B*(1-0.5)

(B*0.5)*1 + (B*0.5)*0.5 = (B*0.5)*(1+0.5)=B*(1-0.5)*(1+0.5) = B*0.75

 

(a+b)*(a-b)가 a*a-b*b라서(+a*b와 -a*b는 서로를 상쇄시켜 0이 된다) 항상 손실이라는 예시는 특별한 경우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다르지 않다. 일단 손실을 내면, 그 비율이 원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늘려온 모든 수익금에까지 동시에 곱해진다. 이 세계에서는 그래서 작은 실패도 무섭다. 상대적 성과에 욕심내고 조바심내서 변동성 큰 투자를 이어간다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어차피 기업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그들이 모인 마켓 역시 효율적으로 굴러간다. 결국엔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배에 올라탔다면, 남는 과제는 완주뿐이다. 더 비참한 생존이나 더 빛나는 낙오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욕심에 잡아먹히지 말자. 준비 없이 링에 오르는 건 풋내기의 욕심이다. 같은 종목, 같은 업종, 같은 테마, 같은 시장, 같은 국가, 같은 자산에 돈을 몰아넣는 건 욕심이다. 만기 관리가 보장되지 않은 과도한 레버리지도 욕심이다. 빠른 수익도 욕심이다. 현금 확보없는 풀매수도 욕심이다. 

 

생존이라는 절대적 과제에만 집중하면 원할 때 주식시장을 스스로 떠날 수 있다
상대적 가치들은 욕심을 일으키고, 욕심에 먹히면 억지로 밀려 떨어지게 된다

 

남들과 비교하면, 없던 욕심도 생긴다. 떠난 버스 다시 봐도 욕심은 생긴다. 지니간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배울 점만 찾으면 그뿐이다. 다른 누가 수익낸다고 부러울 것도 없다. 내 돈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박수 쳐주고 축하해주면 그뿐이다.

 

욕심에 먹히지 말자.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꼭 스스로의 결정으로 주식시장을 떠나자. 박수 받으며 링을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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