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존리 대표님에게 '주식은 언제 팔아요?' 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렇다. "주식은 파는 게 아니예요. 사 모으는 거에요." 용도를 모르는 물건으로 장난감 놀이를 하는 아이 달래듯. 그야말로 우문현답이다. 그런데 너무 로맨틱하기는 하다. 얼마 전 포스팅 말미에 적었던, 우리 사부님의 말씀 "원나잇 말고 결혼할 주식을 사라"는 메시지도 그렇다.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도 아니고 말이지.
그래서 트레이딩과 상속, 원나잇과 결혼 그 가운데 어디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투자가 됐든 사랑이 됐든 그 주기가 내 수명보다 짧다면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주식 투자자의 관점에서 멘탈 유지가 특히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꼭 내가 사면 떨어지고 놓쳤거나 팔았을 땐 올라가더라는 경험이다. 둘 모두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다.
안보면 된다.
보유 중인 주식이 잠시 떨어지는 거야, 망할 놈의 회사만 아니라면 기다리면 될 일이다. 어떤 주식을 매수한다는 건, 그 즉시부터 내 돈이 묶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그 종목의 목표 수익률이 50%라고 한다면, -15% 이건 +15%이건 매도를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보유 중일 때 주가 떨어진다고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내 품에 없는 주식이 승승장구할 때 찾아온다. 간도 못보고 고민만 하다가 놓쳐버린 주식도 있고, 같이 있을 땐 속만 썩이다 보내주고 나니 훨훨 날아가는 종목도 부지기수다.
주식은 애인이다. 투자자는 잘 나가는 카사노바다. 우리가 주식을 선택하지, 주식이 사람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세상에 종목은 널리고 널렸다. 그러니 굳이 놓친 남자, 떠난 여자에 미련 가질 필요도 없다. 혹여 술에 취해서라도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지는 말자. 잘 산다는 소식 들리면 마음 속으로 축하해주면 그만이다.
요즘은 컴퓨터에서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도 항상 차트를 볼 수 있어서, '미련 때문에'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글을 쓰는 나 역시 사람인지라, 놓친 종목이 유명한 회사인 경우에는 특히 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가격에 불이 붙은 관심종목이나 매도가 끝난 보유종목은 차트 '히스토리'에서 x 버튼을 눌러 반드시 보이지 않게 해둔다. 언젠가 내 포트폴리오 기준에 다시 들어오면 저절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진 안녕.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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