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배당이나 대주주 과세요건이 지정되기 위한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로 보면, 사실상 올해 주식시장은 28일에 큰 마무리가 된다고 봐야 한다.
돌아보면 올해도 많은 뉴스가 있었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고는 해도, 정작 해소된 불확실성은 아무런 기회를 제공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먼 훗날, 주식시장의 과거를 돌이켜볼 때 누군가에게는 요긴할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 정리해 보자. 2021년 주식시장을 들었돠놨다 했던 뉴스들이다.
1. 코스피 3300 포인트 터치
가장 먼저 기억나는 꼭지는 역시 이거다. 6월까지 코스피는 8개월 연속 양봉을 그리며 3316.08 포인트를 고점으로 찍었다. 수출 주도형 경제로 일어선 나라에서 수출실적이 역대급 호황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미국 S&P500 지수는 사실 더 좋았다. 사상 최고치를 68차례(정확히는 아닐 수도 있다. whatever!)나 경신했다.
2. 글로벌 인플레이션
3.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4. 미 연준 테이퍼링 선언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국제유가와 금속을 비롯한 원자재, 물류비부터 뛰었다. 기술패권을 두고 으르렁거리던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를 핑계로 교역을 끊고 모든 밸류체인을 자국 내에 수직계열화한 영향이었다. 뒤이어 중간재와 최종 소비재 가격이 모두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신차와 중고차 시장이 모두 들썩인 게 대표적이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지급된 지원금과 실업급여 때문에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인건비도 올랐다. 풀려나간 유동성으로 집값도 뛰었다. 탄소배출, 폐 플라스틱 규제 등등 친환경 전환이 비용을 압박했고, 착한 소비 트렌드도 합을 맞췄다. '그린플레이션'이라는 말도 생겼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한국은행은 자본유출을 막고 자산시장 양극화를 잡아보려고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다. 8월과 11월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되어 있다. 대출규제도 이어졌다. 금리는 빠르게 올라 빚투, 영끌족들의 이자부담을 키웠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거라던 실수를 인정하고 테세를 바꿨다. 테이퍼링의 진행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는 2022년 세 차례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5. 애플 시가총액 3조 달러 달성
6.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추락과 반등
7. 메타버스와 NFT의 등장
종목에서 들여다 보면, 기억날 정도로 굵직한 뉴스는 이 정도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이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시가총액 1위를 맡고 있는 두 기업은 조금은 엇갈린 길을 걸었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애플 생태계는 '비교적' 심플하다. 시장금리가 스멀스멀 오르던 상반기에는 기술성장주가 모두 힘을 쓰지 못했지만,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이 힘을 내면서 하반기에는 랠리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이 발목을 잡았다. 가을쯤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의견을 내자 SK하이닉스와 손을 잡고 깊숙한 파란불을 켰다가 겨우 반등했다.
지금에서야 과거를 돌아보면, 인터넷이 언제 처음으로 보급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먼 훗날 누군가 '메타버스가 언제 처음 생겼더라'하며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내가 제페토에 가입한 2021년을 떠올리지 않을까. 로블럭스가 기업을 공개했고, SK텔레콤이 이프랜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페이스북이 회사이름을 메타로 바꾼 해이기도 하다.
8. COVID-19의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
9. 즈브즈, 교과서 읽고 가치투자자 변신
리오프닝, 위드코로나, 이름을 바꿔가며 시장이 기대감을 드러낼 때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습과 이름을 바꿔가며 투자자들을 골탕먹였다. 정부에서 풀어대는 지원금 때문에 내 담당업무도 줄어들 기미가 안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큰 뉴스는 따로 있다. 내가 비로소 가치투자자가 됐다는 대목이다. 여름에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받은 충격이 컸다.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랄프 웬저의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펫 도시의 '경제적 해자', 김현준의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 박영옥의 '주식투자 절대원칙'을 해치웠다. 이쪽저쪽 '섹터'를 기웃거리던 주린이인 내 실체를 적나라하게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나는 이제 감히,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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