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보일러 회사인 건 알겠는데, 첫인상은 사뭇 강렬하다.
1. 다른 잡 사업에 역량을 분산하지 않았고
2. 소개글에서부터 '해외 진출' 의지가 강려크하게 느껴진다.
이 회사의 주력 매출은 보일러 중에서도 '가스'보일러에서 나온다. 가정용 보일러와 온수기가 90%다. 그리고 이 매출의 57%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수출 국가별로 매출구성이 다른데, '미국은 온수기' 요 한 문장은 뇌리에 깊이 새겨두는 게 좋겠다. 미국은 온수기다. 뭐라고? 미국은 온수기. 이게 왜 중요하냐. 다음 포스팅에서 보겠지만 일단 미국향 매출이 가장 크고, 다른 나라는 보일러 수출이 주력이다.
미국 = 온수기 73% + 보일러 24%
러시아 = 보일러 92%
중국 = 보일러 81%
경동나비엔의 성장 축은 두 갈래다.
1. 친환경 난방에 요구되는 콘덴싱 교체수요.
2. 주택 건설에 연동되는 신규 수요.
이 정도면 통성명 정도는 한 것 같다. 투자 아이디어를 정리하면서 내가 접근했던 포인트는 네 가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경제적 해자가 있는가
확장할 여지가 남아있는가
잠재적 고평가 요소가 있는가
예상 가능한 트리거 포인트가 있는가
일단, 경동나비엔에 경제적 해자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래 두 편의 기사에서 추려낸 요점은 두 가지인데, 현재 1위라는 점과 판매가격 인상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이다.
경쟁 업체보다 앞서서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는 점은 (내 맘대로) 두 가지를 시사한다. 더 비싸도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 파워, 혹은 적어도 그에 준하는 자신감이나 판단을 회사가 갖추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외부 변수로부터도 비즈니스를 지켜 줄 무언가(바라건대 경제적 해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 뇌피셜이든 말든 경제적 해자가 있다 치자. 내가 볼 때 경동나비엔의 사업은 해외로 향하는 확장 전망도 밝다. 여지도 많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 확장의 탄력이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올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사를 가볍게 훑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서도 읽혔듯이, 진즉에 국내매출을 넘어선 경동나비엔의 해외매출은 미국 + 러시아 + 중국의 세 가지 주요 축으로 이뤄져 있다.
나라별로 쪼개서 살펴봤다. 아까 외웠던 걸 떠올려야 할 차례다. 미국은 온수기다. 그래서 미국향 수출여력을 조사할 때는 보일러 시장전망과 온수기 수요규모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 썸네일이 고장난 것 같은데, KOTRA에 관련 리서치가 가끔씩 올라왔던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 시장과 온수기 시장 모두 성장이 기대되며, 경동나비엔이 잘 하고 있다.
링크 속에서 보일러와 온수기 자료가 공존하는 2017~2018년으로 가보자. (사실 보일러는 2018년 자료부터 나와있다ㅜㅜ) 경동나비엔의 북미 매출액이 2017년 244,284,857,000원 그리고 2018년 283,807,424,000원이었다. 같은 기간(2017~2018년 모두) 사업보고서에서 회사는 미국 매출의 26%가 보일러, 71%가 온수기에서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미국향 수출>
2017년 온수기 매출 : 244,284,857,000 원 × 0.71 = 173,442,248,470 원
2018년 보일러 매출 : 283,807,424,000 원 × 0.26 = 73,789,930,240 원
KOTRA 기사를 기준으로 미국이 한국에서부터 수입한 온수기(2017년)와 보일러(2018년)의 규모는 각각 125,397,016 $와 59,011,125 $라고 나와있다.
2017년 한해 동안 1 달러의 가치가 1070원~1210원 사이였으니까 대충 그 가운데(1,140원/$)로 잡아보자. 1055원에서 1145원 사이를 움직였던 2018년의 환율은 1,100원으로 적용했다. (한국으로부터의) 온수기 수입규모가 142,952,598,240 원, 보일러 수입규모가 64,912,237,500 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쪽에서 판 금액보다 저쪽에서 산 금액이 더 적으니 말이 안되긴 하지만, 숫자는 대강 비슷하다.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상대는 국내 다른 기업이라기 보다는 일본이나 캐나다의 글로벌 기업들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조금씩이지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4년이면 미국 동부에 짓고 있는 공장이 완공된다는 점도 기대를 자아내는 요소다. 물리적인 노출을 통해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물류비 부담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경동나비엔은 날아다니고 있다. 현지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한 벽걸이 보일러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은 1위를 빼앗기지 않는다. 수 년째 러시아 국민들이 뽑은 최고의 브랜드로도 꼽히고 있다.
러시아 시장의 수요 전망도 밝다.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고, 아직까지 가스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에 인프라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러시아 시장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유럽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라는 점에서도 눈과 귀를 떼기가 어렵다.
경동나비엔 자회사가 두 개나 중국에 있고, 공장도 하나 있다. 그런데도 난 중국...은 개인적으로 좀 불투명하게 본다. 2017년에도 당 차원에서 친환경 연료보급을 유도할 것을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600만 대 시장규모(2조 7천억 원)에도 가슴이 두근거리질 않는다. 국가적 특성상, 현지 자국 보일러에 대한 맹목적(?) 충성도도 높아서 경쟁이 쉽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중국공장의 가동률이 다시 높아진 것을 보면, 실제로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그나마 추측해볼 수도 있겠다.
국내 시장에서도 확장성은 있다. 이 지점은 당사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고평가 요소와도 연결된다. 바로 친환경 테마다.
친환경 테마1 : 콘덴싱 보일러 설치 의무화 된 대기관리권역 지정고시 확대 추세
친환경 테마2 : 빌트인 타입의 가정용 환기시스템 신사업 개화
콘덴싱 보일러는 기본적으로 연소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2020년 제정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다. 정부는 대기관리권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친환경 보일러 설치에 지원하던 대당 보조금을 줄여 고객 접점까지 넓혔다. 참고로 올해 이 보조금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고 한다. 그만큼 수요가 뜨겁다는 뜻이다.
경동나비엔이 신사업으로 뛰어든 청정환기시스템도 역시 친환경 색채를 더했다. 실내 공기를 바깥 공기로 바꾸어 채우는 동안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리적, 화학적 유해물질을 차단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역시 국토교통부가 환기시설 설치 의무대상을 확대하면서 수혜가 점쳐진다.
중요한 희소식은, 투자자들이 경동나비엔의 진면목을 알아보게 될 트리거 포인트까지 있다는 점이다. 다들 잘 알다시피 집값이 무섭게 뛰었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는 신규 아파트를 공격적으로 공급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현 정부가 205만 호(전세대책 7만 호를 빼면 대략 200만 호) 공급을 추진하고 있고, 차기 정부를 맡게 될 것이 유력한 두 대선후보 모두 250만 호 공급을 공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어느 쪽도 곧이곧대로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숫자야 어찌됐든 대단한 신규 보일러 설치 수요가 명백한 것은 사실이다.
주택가격과 관련한 고육지책 중 다른 하나로, 최근에 바닥난방이 가능한 오피스텔 면적에 대한 규제가 기존 85㎡이하에서 120㎡이하로 완화된 점도 반갑다.
이런 정책적 수혜들이 버무려지면 경동나비엔의 실적이 눈에 띄게 점프 업할 수 있다. 그때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 '친환경 테마'가 당사의 멀티플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해 본다.
1. 경제적 해자의 흔적 - 판매가격 인상 주도
2. 확장성의 흔적 - 미국/러시아/중...국에서의 탄탄한 수요와 입지
3. 잠재적 고평가 요인 - 콘덴싱 보일러/청정환기시스템 등 정책 수혜입는 친환경 테마
4. 트리거 포인트 - 피할 수 없는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한 실적 폭발
휴, 다 썼다. 기업분석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수준이지만, 이렇게 앞날이 쉽게 그려지는 비즈니스는 처음이다. 또 또 이놈의 몹쓸 병. 가슴이 뛴다. 숫자를 뜯어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실에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정리해 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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