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2021년 5월, 조정장에서 돌아보는 가족 펀드의 현재와 미래

나그네_즈브즈 2021. 5. 16. 17:51

국내외 주식시장이 미세한 조정을 맞이하고 있다. 기술주들이 포진한 나스닥과 코스닥은 4월 하순부터, 다우존스와 코스피는 5월 초순을 기점으로 각각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공급망 단절로 대표되는 노이즈들이 생산자 물가지수를 높여왔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채권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국내 시장은 5월 공매도 재개가 최대 이슈였으니, 코스닥을 주도하던 바이오/헬스 섹터의 고전이 시장의 분위기를 내리누르는 모양새다.

 

다른 지표들도 시장의 조정 국면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ISM 제조업지수는 최근 30년 간 단 세 차례만 허락됐던 60선에 네 번째로 도달했고, 국내 ETF 속 외국인 자본은 작년 11월 유입분을 보름 새 모두 토해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우리 가족의 펀드는 괜찮을지, 소박하게 진단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먼저 투자금액이 그나마 적은 미국 계좌를 보면, AAPL:JPM:IFRA:달러가 1:1:1:1의 비중을 갖고 있다. 기술성장주와 경기민감주가 분배돼 있고, 모두 미국의 국익을 상당히 대표할 만한 기업들이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 포트폴리오다. 10년 국채금리 - 기준금리 그래프를 펼쳐보면 3.5%가 대략적인 고점이었으니 금리 상승의 여지가 더 남아있지만, 애플이 꺼질 땐 J.P.모건 은행이 장사를 잘 할 것이다. 인프라 투자도 통과된 법안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작동할 분야라, 이 정도의 휴식 분위기에 놀랄 것이 없다.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 - 기준금리)의 변화를 보면 음영처리된 경제위기 이후 꼭대기는 3.5% 언저리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일단 아내 몫으로 보유한 삼성전자는, 옆으로 그어진 차트처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미국 오스틴 공장이 본격적인 재가동에 들어갔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이익을 거두기 시작한다는 부분은 흐름이다. 반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감산 때문에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아울러 영향을 받게 되는 부분은 노이즈다. 아내가 얼마를 목표가로 삼아 장기투자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 물려있다고 걱정할 회사는 역시 아니라고 본다.

 

내 4-1-3-2 포트폴리오로 가보자.

 

공격수 투톱은 문제가 없다. 현대차는 약간은 음울한 지금의 장세에서도 꾸역꾸역 양봉을 보여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삼성과 반도체 공급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고, 미래 모빌리티 투자규모도 늘리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통할 것으로 전망하는 수소에너지 쪽도 사실은 현대차가 투자를 이끌어가는 모양이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으로 봐도 자동차 수출실적은 2020년 팬데믹 기저효과를 넘어서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디즈니발 콘텐츠 분야 수혜가 기대된다. 카카오가 네이버를 열심히 추격할 수록 나는 기쁘다. 네이버는 라이브쇼핑 분야의 플랫폼을 맡으면서, AI와 메타버스에도 힘을 싣고 있는 것 같아서, 둘 모두 아주 기특하다.

 

3+1로 구성된 미드필더 진영은 정리가 좀 어질러져 있다. 엑사이엔씨, 기산텔레콤, 딜리가 5% 씩을 맡고 있다. 엑사이엔씨가 그나마 확실한 플레이어지만, 셋 모두 100% 마음에 들어서 보유 중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엑사이엔씨는 LG화학의 탄소나노튜브 공장 투자에 참여하고 있고, 기산텔레콤도 KT의 신규 통신중계기 계약 상대로 지위를 확인해 주고 있다. 이 둘은 목표가가 현재가의 2배 정도다. 딜리는 원래 영업이익이 꾸준한 기업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퀀트전략 20종목이라 내년 2월 말까진 열어볼 필요가 없다. 

 

40%의 현금은 안녕들 하실까. 정리하지 못한 20%가 종목에 묶여 있다. 원익큐브는 현재 +200%에서 멈춰 있다. 윤석열 테마주로 엮이게 됐는데, 윤 후보 재료가 더 반영될 여지가 잘 안보여서 걱정이다. 출마/불출마를 결정하면 불확실성 해소로 오히려 주가는 내려갈 수도 있을 듯하다. KH 일렉트론은 애물단지인데, 지금 -15% 손실 중이다.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포함)를 상습적으로 발행하는 회사가 이렇게 쓰레기인 줄 몰랐던 댓가다. 나머지 현금들은 잘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우리 가족의 펀드는 지금의 시황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에 하나 심각한 조정이 오면, 현금 비중을 줄일 테니까 아내가 신나하겠지. 작년에 소외됐던 내 마음도 위로를 조금은 받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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