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성장주 투톱의 남은 한 자리는? NAVER vs. 삼성SDI vs. 스튜디오드래곤

나그네_즈브즈 2021. 4. 23. 14:21

공격수 포지션은 수비를 너무 염려할 필요가 없다. 득점을 위해 노빠꾸다. 그래서 이 투 톱의 비중에는 얼마간의 리스크를 감당할 합당한 매력이 있는 종목을 배치하기로 했었다. 나는 원래 바닥권에 있는 종목만 살펴보는데, 그래서 이 자리에는 비싼 종목도 너무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면 기존에 고집해오던 모든 기준들은 의미가 옅어진다. 이제부터는 거시경제를 봐야 하고 트렌드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소리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직장도 그만두고 투자도 그만두고, 소유해서 운영하고 싶은 기업인가?"가 될 것이다.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보면서, 일단 정의선 회장이 내 동업자가 됐다. 

 

남은 한 자리는 다양한 전방산업이 열려 있는 배터리 기업의 차지였다.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비교적 적은 소재기업 중 핵심기술을 보유한 에코프로비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극적인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월요일이 되자마자 에코프로비엠은 8% 갭 상승을 기록했다. 일단 재빨리 팔았다. 갭을 다시 메우면 재매수할 계획으로.

 

그런데 시간을 벌고 나니 조금 더 고민해볼 여유가 생겼다. 배터리 테마가 현대차와 어떤 부분에서는 성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게 보면 둘 다 전기차 테마로 엮이고, 넓게 봐도 전기차-드론-로봇의 모빌리티 성격을 공유하게 된다. 둘 다 제조업이면서, 또한 수출입 동향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게 될 거라는 공통점도 새삼 눈에 띄었다. 그렇게 되면 종목 분산은 리스크를 햇지할 기능을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커버하지 못하는 제조업 분야이거나 무형자산 위에서 플레이하는 성장주라면 중복투자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끌리는 섹터로 보자면 그린에너지 / 인터넷 / 엔터테인먼트 정도로 볼 수 있다. 

 

1. 그린에너지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에너지원을 특정지어 고르는 것보다, 이들의 간헐성을 보완해 줄 공통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끌리는 건 스마트그리드나 ESS 관련 기술이다.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인 것이 좋을 것 같다. 스마트그리드에서는 포스코ICT 정도가 굵직한 이름이고, ESS는 삼성SDI가 깔끔한 후보이지만 여전히 2차전지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2. 우리나라 인터넷 관련주는 네이버와 카카오 말고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지도 않고, 쇼핑이나 게임에도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방구석 뇌피셜을 굴려보자면, 카카오는 앞으로 여러 계열사들이 분리상장하면 광고 수입모델만 남은 지주회사 컬러를 갖는 데 그칠 것 같고,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이슈가 적은 데다가 미래 소비 트렌드를 이끌게 될 10대들을 겨냥한 사업을 심고 있다는 점이 예뻐 보인다.

 

3. 엔터테인먼트는 사실 바이오와 성격이 비슷한 리얼옵션 계열의 성장 테마다. 터지면 대박이고 안되면 그저 그런, 복권 같은 테마인 것 같아서 그닥 끌리진 않는다. 그나마 홈런타자보다 출루율 높은 타자를 골라보면, K-드라마에서 꾸준히 탑픽을 유지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있다. 어찌보면 세 가지 후보 섹터 중에서 가장 나 개인의 생활과 가까이 닿아있는 소비재 기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모든 장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성장주 운영의 명분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성장주는 그 모멘텀 때문에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훨씬 폭등할 미래의 가치를 앞당겨 저렴할 때 미리 매수한다는 이유로 거래된다. 그런 관점으로 해당 분야가 미래의 이익을 얼마나 많이 당겨왔느냐도 고려해봐야 할 요소다. '더 먹을' 게 얼마나 남았을까로 보면 네이버가 가장 큰 것 같다. 광고/전자상거래는 이미 점유율을 다 먹었지만 금융과 콘텐츠 부문은 성장여력이 남아있고, 클라우드와 메타버스에도 신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석학 제러미 리프킨이 내다본 미래사회의 에너지 경제에 관한 책. 스마트그리드를 10년 전에 상상한 책이다.

 

내가 직접 가지고 싶은 회사는 스마트그리드/ESS 쪽이기는 하다. 이 동네는 폭발적 성장이 코 앞에 닥쳐 있어서 먹을 게 덜 넘쳐나 보이지만. 그래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결국 자신 없으면 셋 다 살 수도 있다. 투 톱의 한 자리에 배치될 10%를 쪼개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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