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촬영과 보정 연구

표현이 뭐길래 2/4 - 셔터속도와 궤적

나그네_즈브즈 2020. 9. 12. 20:58

노출, 즉 사진의 밝기를 결정하는 세 요소는 제각각 부수적인 효과를 동반한다. 이 효과를 이용해 촬영자는 자신만의 의도를 촬영된 결과물에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예술가는 아닐지라도, 취미 사진가에게도 충분한 재미거리를 안겨주는 요소이기도 하니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복습>
셔터속도의 단위는 second이다. 1/250, 1/125, 1/60, 1/30, 1/15, 1/8, 1/4, … 시간이 길어질수록 빛을 많이 받아들이니 사진은 밝게 찍힌다.

이 정도면 가히 주입식이라고 할만하다 ㅋㅋ

<효과>
필름이나 센서가 노출된 시간 동안 피사체의 움직임이 선으로 기록된다. 1/125초를 기억하라. 그보다 시간이 길면 촬영자의 억누른 몸떨림으로도 뷰파인더 너머의 세상을 흔들려 보이게 기록할 수 있다. 의도한 게 아니라면, 이보다 긴 셔터속도 대신 ISO나 조리개로 밝기를 확보하기를 권한다.

감도 높은 필름이나 1.4까지도 조리개가 열리는 렌즈가 비싼 이유다. 요즘은 렌즈나 카메라에 손떨림을 보정해주는 기능이 들어가 있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5스탑이라고 마케팅하기도 하는데. 1/125초로 찍을 걸 1/4초로 찍어도 괜찮다는 건 말이 좀 안되고, 반만 믿고 반은 거르는 게 현명하다.

1/60초보다 느리면 떨어지는 빗방울이 선으로 보인다.


불곷축제에 가서, 폭죽의 파열음부터 약 4초 동안 셔터가 열리면 불곷이 활짝 피는 모습까지를 빛으로 그릴 수 있다. 이 정도 시간이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램프도 하얗고 붉은 궤적으로 사진에 남는다.

폭포나 흐르는 물을 30초가량 담으면 물줄기가 비단처럼 찍히는 건 물론이고, 튀었던 작은 물방울들이 안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고 굽이치던 바다 수면이 거울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밤하늘의 별도 흐른다. 지구는 도니까. 렌즈에 따라 다르지만 15초를 넘기면 흔적이 보일 수도 있다. 망원렌즈라면 더욱더. 별빛으로 밤하늘에 죽죽 궤적을 긋고 싶다면 아예 셔터를 눌러놓고(릴리즈라는 도구를 통해서지만) 2-3시간 기다리기도 한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수십초의 셔터속도를 활용해 찍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빛이 가뜩이나 차고 넘치는데 셔터가 길어지면 표현은 둘째치고 노출이 하얗게 돼버린다. 렌즈의 선글라스랄 수 있는 ND필터가 필요하게 된다. 렌즈 구경이 클수록 까맣고 어두울수록 비싸다.

물론 탁구선수의 스윙, 날고있는 갈매기, 공중에 뿌려진 물방울, 달리는 아이를 찍으려면 반대로 엄청 짧은 셔터속도가 필요하다. 최소 1/500초? 보다는 빨라야하지 않을까. 오히려 약간은 잔상이 남도록 찍는 것도 역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셔터스피드를 이용해 사진을 밝게 찍으면 궤적이라는 변수를 만난다. 그것이 손의 흔들림이거나 실수일 땐 반가울 리 없다. 대신 ISO가 너무 높아 생기는 노이즈보다는 활용의 여지가 폭넓고 예술적이기는 하다.

긴 셔터스피드를 활용해 의도된 표현을 흔히 장노출이라고 부른다. 사진에 입문하면 이런 시도들을 한번씩은 해보고 싶게 돼 있다. 이런 표현의 효과를 알고 의도적으로 촬영에 적용한다면, 사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감동으로 번역되는 예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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