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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 5

사진에 정말 마음이 담길까?

사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소개를 하게 될 때는 사진이 취미라고 슬그머니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 블로그도 원래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수다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이 주제에 프랙탈 같은 성격이 있다. 관점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건이라든가 경험이나 계획에 따라 느껴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덤볐는데, 오히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더 많다. 사진 찍는 도구에 대해 방황이 길었었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사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느꼈다. 카메라나 렌즈야 늘 신제품이 나오지만, 광고로부터 떨여져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다른 장비에 마음이 기웃거려질 때면 읽었던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요즘도 리코의 GR3x를 눈여겨..

관계가 드러나는 사진? 촬영은 인터뷰... 피사체에 말을 걸자

주말에는 집에서 잘 안 나가게 된다. 정확히는, 이불 밖으로도 좀처럼 나가지를 않는다. 날씨도 차가워졌고,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뜨거워졌고, 나는, 뚱뚱해 져간다(읭?). 그래도 이따금씩 슈퍼에라도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주말에는 일부러 큰 카메라를 가지고 나간다. 출퇴근 할 때는 담배갑만 한 필름카메라만 가지고 다니니, R3도 세상 구경 시켜주려고. 토요일에는 실컷 자고 일어나 아내와 산책을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 졌다. 실컷 잤다니까. 그치만 겨울이라 그런 걸로 해줘. 큰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멈춰섰다. 어두운 비탈길 위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요즘 사진 찍기 참 좋다. 두 번째 정주행 하고 있는 드라마에 밤 씬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가슴이 말랑말랑하다. "언제 가,..

사진으로부터의자유/육명심 - 사진철학, 사진책 서평

예술에 갇히지 마라. 사진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이미지로 된 언어다. 피사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나의 마음을 찍는 것이다. 여과없이 드러내라. 숨지 말고 훔치지 말고, 정면 승부해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다. 육명심 선생님의 메시지는 돌려 말하는 법 없고 간결해서 좋다. 철학적인 설명은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었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있었던 예화와 함께 소개되어 이해하기 편안했다. 덕분에 나 같은 똥머리로도 사진에 대한 시야를 열 수 있는 교과서가 됐다. 위에 나열한 메시지들 모두가 '사진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에 갇히지 마라, 사진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이 말은 아마도 후배 예술 사진가들을 타이르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취미 사진가들 중..

내가 절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 휴직도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 회의, 무기력 그런 감정들만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나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내게 맞는 장비를 사고 감동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결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아, 이 고백을 하려니 또 우울해지네. 나는 영혼이 들어가야 좋은 사진이 된다고 믿는다. 모델을 찍는 동안에는 그 모델과 사랑에 빠져야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할 때도 애정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풀꽃을 찍는대도 촬영자 마음에 핀 환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기가 사라진다는 게 그런 뜻일 ..

나는 어떤 때에 무엇을 사진으로 찍나

우리 주변에는 두 종류의 사진가가 있다. 손에 사진기만 있으면 뭐가 됐든 아무거라도 일단 찍고보는 사진가 심지어 출사를 떠나도 좀처럼 뷰파인더에 눈이 안가는 사진가 불행히도[?] 내 경우는 후자다. 항상 조바심을 낸다. 뭘 찍지? 뭘 찍지? 이런 나도 비로소 셔터를 누를 때가 있다. 이런 내가 사진을 찍을 땐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1. 그 순간을 재생하고 싶어서 2. 빛이 너무 예뻐서 3. 피사체가 찍어달라고 해서 4. 찍고 싶었던, 기다렸던 장면이라서 1번은 뭐, 취미 사진가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덕목 아니겠는가 아내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라든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다거나 가족의 일상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일 때 나는 이런 순간에는 필름카메라에 더 손이 가는 편인 것 같다. 빛이 예쁠 때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