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잘라낸 파 뿌리가 자라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끝 부분이 물에 담가진 파 뿌리는 위아래로 미친듯이 빠르게 자랐다. 금새 파가 됐다. 상추도 꽤 금방 자란다. 작물에 따라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씨앗을 심었느냐 모종을 심었느냐에 따라서도 그렇다. 도라지는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농사기간 중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어떤 벌레가 지나갔을까. 빗방울은 몇 개나 흙을 적셨을까. 농부의 발자국 소리는 얼만큼 달콤했을까. 어떤 냄새의 바람이 불어왔을까. 분명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사건과 밤이 지났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농부는 어떤 마음을 하고서 기다림을 견뎠을까. 결국엔, 기어이, 끝끝내는 맺고야 말 확정된 결실을 상상했을까. 고라니가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