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 정리해버렸지만 미러리스 시절 사용했던 렌즈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 때 참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싶은지 그런 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렌즈들을 거쳤던 것 같다. 고려시대 청자를 만들어 조정으로 보내던 도공들은 애써 만든 도자기 대부분을 깨부쉈다고 한다. 그분들이 숱하게 깨먹은 고려청자 중에는 세상에 다시 없을 걸작들도 부지기수였다고. 누군가 물었다. 방금 그 청자는 후세에 다시 없을 빼어난 명작이 아니었느냐고. 도공은 대답한다. 임금이 이런 걸 보고나면, 그 다음 것들이 눈에 차겠느냐고. 적당히 잘 나온 것들만 올려 보내야 자기네 목숨이 붙어있을 것이라고. 여기, 소니의 실수라고 불리는 렌즈가 있다. 이 렌즈를 설계한 사람에게는 고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