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잔업을 마친 뒤 집에 가는 길이었다. 절집처럼 조용한 주말 오후 거리의 낮잠을 누군가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회사 근처 공원이 소란스러웠다. 열 살을 갓 넘겼을까 싶은 여자아이 둘의 목소리였다. 학원가방을 메고, 과자 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푸드덕거리는 한 떼의 비둘기 속에서였다. 비둘기는 내게 있어선 중요한 소재다. 내가 인간에 대해 가지는 혐오가 그들에게서 어렴풋이 보인다. 게다가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평화의 새라서 그럼지 경계심이 적어, 대단한 망원렌즈가 아니고서도 찍을 수 있다. 다행히 내 어깨에는 카메라가 걸려있었다. 체면차리듯 눈치를 보는 표독스러운 눈, 반질반질한 대가리, 털이 돋아 닭발보다 300배 징그러운 발, 좀처럼 쓸 일 없어 보이는 날개. 영릭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