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한 번째 필름을 디지털 인화했다. 현상해놓고 묵혀뒀던 세 필름 중 마지막이다. 지난 9월 말~10월 초에 찍은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개인적인 것들을 빼더라도 그 중에서 늦여름의 장성동을 걸어다니며 찍은 사진들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계절로 보아도, 손목시계로 보아도, 여름해가 기울어가던 시간이었다. 예전 건너건너 아는 형 집에 갔을 때처럼, 두호동 노인복지회관에서 버스를 내려 건너편 길로 접어들었다. 장성동은 꽤 넓어서 접근하는 루트가 많은데, 특히 이 길을 좋아한다. 말은 이렇게 해도 동네 골목골목과 집집마다를 자세히 뜯어본 것은 이번에 사진을 찍으면서가 처음이었다. 이 쪽에서 보면 낡고 키 작은 아파트들이 커다란 새 아파트들을 등지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깡촌도 아니고 번화가도 아닌 특별한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