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통계를 봤더니 모바일 유입비중이 생각보다 높아서, 간만에 쓰는 오늘 포스팅은 폰으로 끄적여보길 시도하는 중이다. 이 게시판은 어디까지나 일기이니까, 자유도가 상당해서 참 좋다. 요즘 책을 읽으며 상념에 빠져드느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아무런 글도 적지 못했다. 그럼에도 제각기 떠도는 생각들이나마, 기록해두면 그것 자체로 한편의 일기 아니겠나 하는 자신이 생겼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가 던진 집중투자가 일으킨 불꽃은 필립 피셔와 피터 린치라는 도화선을 따라 타들어가더니 종내에는 성장주 투자라는 간이역에 다다랐다.
두 스승은 성장하는 '인생기업'에 집중투자하라는 가르침에 입을 모으기는 하지만, 제목에서도 밝혔듯, 트렌드에 대한 태도에서 극과 극의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필립 피셔는 될놈될 이라는 입장이다. 요즘 말로 치자면 메가 트렌드 속에서 성장주를 찾으라는 조언이다. 이건 '내일의 스타벅스를 찾아라'를 쓴 마이클 모 모닝스타 회장의 의견이기도 하다. 피터 린치는 인기 업종의 인기 주식은 피하고 보자는 쪽에 가깝다. 그는 철저히 시장의 환호로부터 멀어진 그늘에서라야 '헐값 성장기업'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오죽하면 이름마저 촌스러운 회사를 고르라고 했을까.
메가트렌드는 10~20년에 걸쳐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세계관마저 바꾸어놓을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다. 일반인들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표현에 더 익숙할 테지만, 미래학 분야의 세계석학들 사이에서는 2020년이 여섯번째 혁신사이클의 원년이라는 합의가 있다고 한다. 뭐가 됐든, 껍데기는 달라도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대적 흐름이 있을 것이다.
1. 메가트렌드 딜레마 : 이 안에서 자라나는 기업이라면 그의 시장과 매출은 성장하고 싶지 않아도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까지 거대한 테마가 있다면 이미 모르는 사람이 드물 거라는 데에 있다. 증권가와 언론은 물론 진지하지 않은 개인투자자들까지 달려들어 메가트렌드 성장주의 주가를 있는 힘껏 밀어올렸을 게 불보듯 뻔하다. '순풍 프리미엄'이 추가된 비싼 입장료를 내고 자라나는 시장의 달콤함을 누릴 것인지, 소외되고 저평가된 나만의 성장주를 찾는 대신 100차선 고속도로를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메가트렌드의 딜레마다.
2. EPS에 대해 : 이러한 성장기업들에는 보통 높은 PER이 따라붙는다. 시장이 부여한 이 멀티플 속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녹아들어 있다. 피터 린치는 PER을 두고 '사람들이 해당 기업에 기대하는 성장률'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PER을 EPS 성장률(%)로 다시 한번 나누어 PEG(P/E ratio to Growth)를 계산하고, 이 값이 1보다 작을수록 저평가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요즘 EPS의 변화에 무게를 두고 기업들을 보려고 연습한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다. 만약 회사가 액면분할을 하는 경우에는 EPS가 변할까? 액면분할은 시가총액을 전혀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PER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EPS는 확연히 줄어든다. 이익은 그대로지만 분모에 대입할 발행주식 수가 몇 배로 뛰기 때문이다.
3. 전업투자 : 본업이 주식투자라서, 세금의 거의 대부분을 주식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납부하는 사람이 전업투자자이다. 나는 이걸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미래를 앞에 두고 나는 우리 가족의 삼시세끼를 편안히 경영할 수 있을까.
흔히 초단기 트레이더들이 매일 또는 매월의 생활비를 주식 거래로 벌어들이는 경우가 전업투자의 주류인 것 같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내일의 주가에 배팅할 배짱도 없고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 한두 해에 걸쳐 쓸 생활비를 한두 해 만에 벌 수는 있을 것도 같다. 시드머니만 충분하다면, 그걸로 1년 농사를 짓고, 이듬해 1년치 생활비를 인출하고, 남은 돈 전체로 다시 1년 농사를 짓고, 또 1년치 생활비를 인출하고...
4. 사실수집 : 나 같은 소심쟁이 샌님도 매장 직원이나 고객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을까. 설문조사에 응해달라고 단톡방에 링크를 뿌릴 수 있을까. 소식 뜸했던 친구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부탁할 수 있을까. IR담당자에게 전화를 걸 수 있을까. 본사 직원들과 경영진을 인터뷰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 것들도 하다보면 늘까?
뭐, 최근에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잠이 들고 눈을 뜨고 출퇴근을 했다. 예전보다, 주식투자에 조금 더 진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오히려 시장의 동향에 관심이 줄었다. 블로그의 텐션을 유지하는 데에도, 인이 박힌다고 할까, 예전만큼 부담이 되지는 않아 다행이다.
결론없는 글을 마음먹는 데까지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색내면서,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한다.